맹인이 대학에 진학하는 것에 깜짝놀랄 사람은 이제 없다. 눈 뜬 정상인도 하기 힘든 대학공부를 맹인이 해낸다는 것은 어느 면에서는 부러움을 사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 맹인 대학생들이 정안자(正眼者) 못지않게 학업을 해낼 수 있는 것은 맹인들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기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20여 년간 맹인 대학생들을 위해 대학교재를 점역(點譯)해온 李慶姬(43ㆍ데레사)씨-.
맹인으로서 대학에 재학중인 학생이나 대학을 졸업한 이들 거의 모두가 李씨의 도움을 받지 않은이들이 없다.
李씨가 두맹(求盲)사업에 들어서게된 것은 한글점자 창안자이며 「맹인들의 세종대왕」으로 추앙받고있는 朴斗星 선생의 이웃에 살면서 朴 선생으로부터 개인적으로 점자공부를 수학한 것이 동기가 되었다.
일본인 교사들의 질시로 제원농아부(現서울매학교) 교사직에서 사퇴한후 인천자택에서 성경점역 사업에 몰두하고 있는 朴 선생을 도우면서 감화를 받은 李 씨는 朴 선생의 주선으로 서울맹학교의 교육강습회 수료를 계기로 대학을 졸업, 맹인도서관에 취업했다.
李 씨는 직업인으로 맹인을 위한 점자도서관에서 점역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으나「봉사」가 우선되는 직장생활이었다.
당시 외원단체의 지원으로 삼각지에 건립된 맹인도서관이 외원이 끊기면서 연세대학교 부속으로 삐넘어가자 李 씨는 루터교 선교회에서 개설한 기독교 통신강좌 점자부에서 계속 점역사업에 종사했다.
66년 결혼전까지 직업인으로 점역사업에 참여한 李씨는 가톨릭 신자인 權五成(베드로)씨와 결혼하면서 개신교에서 개종, 결혼후에도 지금까지 자택에서 점역사업을 숙명처럼 계속하고 있다.
특히 李 씨는 결혼후 자택에서 맹인 대학생들을 위해 대학교재 점역에 정열을 쏟았다
피나는 노력끝에 겨우 대학에 진학한 맹인 대학생들이 가장 크게 애로를 겪는 것은 점자 대학교재이다.
고등학교까지는 맹학교에서 점자 교과서가 발간되지만 점자 대학교재는 수요가 극히 한정된데다 분야가 다양하고 대학마다 교재가 다르기때문에 대량제작은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맹인 대학생들은 필요한 교재를 각자가 마련해야하기 때문에 별도로 점역사를 둬야하는 경제적인 부담을 안고있을 뿐아니라 마땅한 점역사를 찾기 힘들어 고심하기 마련이다.
매인대학생들의 이러한 고민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는 李씨는 그동안 가톨릭 맹인 선교회장 羅鍾千씨의 법전 40권을 포함한 법학서적 2백여 권을 비롯 본인 자신도 몇권이나 되는지 모를 정도로 교재집역에 몰두해 왔다.
그동안 李 씨가 점역해낸 대학교재는 영ㆍ불ㆍ독ㆍ일어 등 외국어 교재와 교양서적을 비롯 교육학ㆍ법학ㆍ철학 등 맹인 대학생들이 전공한 모든 학과를 섭렵, 다방면에 걸쳐 풍부한 교양을 지니고 있다.
李 씨가 결혼후에도 맹인 대학생들을 위해 줄곧 봉사할 수 있었던 것은 부군인 權五成씨의 이해와 뒷받침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權 씨는 일반 타자기보다 몇배나 요란한소리를 내는 점자타자기의 소음 속에서도 유난히 마모가 잘되는 부속구입자인 동시 수리공역할을 하면서 점역작업으로 생긴 아내의 위장병을 걱정하는 자상한 반려자이다.
점자책은 일반책보다 분량이 3배 이상 많으며 숙달된 점역사가 시간당 10페이지 밖에 점역할 수 없어 대학교재 한권을 점역하는데 약 한주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개인수익 사업으로는 거의 불가능하므로 그동안 李 씨는 점역교재를 희망하는 맹인 대학생이 종이와 교재를 갖고오면 가능한한 도움에 인색하지 않았다. 점자교재를 받아가는 학생들은 고마움에 보답하기 위해 약간의 사례를 하지만 이사례금은 점자타자기 수리비도 감당하지 못한다.
그러나 李 씨는 점자 종이값이 장당 5원씩 하기때문에 종이값만해도 일반 교재보다 2~3배나 비싼교재를 사용해야 하는 맹인 대학생들의 딱한 처지를 안타까와 하고있다.
맹인 대학생들의 교재를『많이 점역하지 못한 것이 흠』이라고 겸양해하는 李씨는『자신이 점역해 준 교재를 사용한 맹인 대학생들 거의 모두가 장학생인 것』에 무엇보다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한 李씨는 맹인 대학생을 위한 점역사업은 개인의 모력보다는 『정부의 지워하에 재단사업으로 육성시켜야만 영속성이 있을 것』으로 진단, 심신장애자의 해를 맞아 각별한 관심을 촉구했다.
李씨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점자 타자기는 결혼초 부터 선교사로부터 구입한 일제타자기로 15년이상 사용하여 잦은 고장과 부속품 확보에 큰 애로를 겪고 있다.
따라서 낡은 점자타자기를 대체하려해도 가격이 비싸 쉽게 구입하기 어려울 뿐 만아니라 부속구입이 어려운 실정으로『타자기 및 부속품 수입과 도붙어 장당 5원씩 하는 점자용지에 대한 면세헤택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 李 씨의 바람이기도하다.
서울 용산구 청파동 2가 41의 18호 이경희씨 댁은『맹인들이 대학에 입학하면 제일 먼저 찾는 곳이고 졸업하면 고마운 인사를 가야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제대로 찾아보지 못하는 집입니다.』
가톨릭 맹인 선교회장이며 李 씨의 도움으로 숭전대 법대 대학원 재학중인 羅鍾千의 이야기는 李 씨의 도움으로 대학을 졸업한 수십명 맹인들의 고마움을 잘 대변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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