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화기, 밀어닥친 외래문명속에서, 또 일체 점령하의 36년 동안, 그리고 6ㆍ25를 겪는 수난 속에서 갈 곳을 몰라 했던 우리의 전통문화. 60년대 후반 들어 우리의 생활권 밖에서 있는 것 같았던 전통문화를 되찾아 나가는 기운이 세차게 일고 있는 가운데 전승공예의 중요한 부문인「매듭」(每집)에 반해 그 맥을 찾는데 자신을 불살라온 외곬 매듭匠 金喜鎭(율리아나)씨가 20여년의 결정을 한자리에 모아 전시회를 열었다.
지난 6월 18일 서울 민속박물관(경복궁內)에서 시작 30일까지 무형문화재 제22호 매듭 기능 보유자 金喜鎭씨가 과거 우리 생활 문화 위에서 매우 뚜렷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던 전통 매듭에 자신의 생을 걸고 정진해온 20년간의 작품 60여 점이 빛나는 문화민족의 얼을 담은 채 선보이고 있다
影幀과 초상화에 장식하는 流蘇를 비롯하여 발걸이 족자ㆍ도장집ㆍ수젓집ㆍ필낭ㆍ바늘집 등과 여성들의 저고리 앞섶에 매달려 은은한 멋과 아름다움을 더했던 각종 노리개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이번 전시회 작품들은『질적인 復元으로는 조선시대 매듭의 여러영역에 거의 육박한 것』으로 문화계의 평가를 받았다.
그를 아는 사람들은 혼란과 역경의 역사 속에 파묻혀 사장될 뻔했던 전통 매듭의 맥을 찾고 그것을 전수하기까지에는 우리의 것을 찾고 싶었던 뚜렷한 의지와 괴롭고 외로운 예술 작업에 대한 끝없는 의욕과 도전을 거듭해 온 김희진씨의 한결같은 집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평한다.
이러한 주위의 평처럼 그는 지난63년 전통 매듭 연구에 손을 댄 이래 갈등과 회의를 거듭하는 과정을 통해 무형문화재 22호로 지정된 전통 매듭의 독보적인 기능 보유자의 위치를 굳혀 왔다.
당시 매듭의 원로 程延奉옹(74년타계)으로부터 매듭의 기본형을 익힌 그는 例證을 찾아 전국을 헤매면서 5명의 매듭장을 만나 분업 하에 계승됐던 매듭의 전 과정을 종합, 피나는 수련과 연구 과정을 거쳐 끊어져 가는 전통 매듭 命脈을 찾아내는데 20년 가까운 세월을 바쳤다.
그의 엄격한 예술에 대한 태도는『하나의 예술 분야를 한다고 표현하기까지는 적어도 10년이라는 인고의 세월이 필요하다는 지론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그의 匠을 이으려는 문하생들에 대한 수련도 대단히 엄격해 시작한지 3개월이 지나도록 도중 탈락자가 발생한다.
『스스로를 매듭의 포로』라고 평하는 김희진씨는 『손끝의 기술을 전달하고 익히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매듭이라는 형태를 완성시키는 과정을 통해 풍부하고 기름진 선조들의 정신적인 유산을 전수받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최근 각 분야의 현대화에 따라 매듭도 너무 서둘러 배우려는 경향이 짙다고 일침. 전통 공예에 대한 완전한 소화가 바탕이 되지 않을 때 예술성을 잃게 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매듭은 바르게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조이는데 따라 작품의 성패가 달렸다고 설명하면서 조여진 상태가 표면에 표출된 작품이어야만 완성된 예술품이라고 강조한다.『그 동안 너무 힘겨웠다』고 고백하는 김희진씨는『무섭도록 고독했던 그 고비들은 자신의 힘만으로는 넘길 수 없을 것이라면서 작품에 몰두하는 것 자체가 구도자의 마음을 갖지 않고는 어렵다』고 강조한다.
작품을 자신의 분신 또는 자녀로 여기는 그는 지금까지만 들어낸 작품을 한 점도 상품化하지 않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러나 전통문화를 정확히 계승하는 가운데 선조들의 격조 높은 취향과 문화 세계를 널리 보급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그는 앞으로 예술 작품과는 별도로 일반 대중들의 생활 속에서 널리 활용될 수 있는 매듭을 상품화, 보급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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