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곧 그 몸 굽혀 무덤속 볼테니
울지 마세요、막달라 마리아、울지마세요,
주님 주검 머무셨던 머리말과 발치에
흰옷 입은 두 천사가 앉아계셨네.
천사들이 물었네、마리아께 물었네
『아가씨여、당신은 왜 우셨오?』
『누군가가 제 주님을 꺼내갔는데 어디에다 모셨는지 알수가 있어야죠、엉엉』
한 남자가 말을 했네、무덤의 어둠에서
『왜 우시나요? 누굴 찾아 오셨오?』
『여보세요、동산지기님、그분을 어디에 옮겼어요?』
『제가 모셔 갈테니 어서알려 주세요』
『마리아야、바로 나야. 여기있는 내가 그로다』 봄 산이 울림같은 주님의 목소리
막달라이 마리아 두손 가슴에 모두고
『라뽀니、라뽀니、아아、라뽀니 (선생님)』눈물로 뒤덮인 그 얼굴에 기쁨의 촛불 밝혀졌네.
바로 그순간、그곳 바닷가의 성당 돌층층대를 딛고 한참 올라 가야만 하는 산등성이 위의 새하얀 돌집성당에서는 부활 전야제가、아니 부활초의 축성식이 거행되고 있었어요.
사제가 그분의 복사들에 둘러싸여 황금빛 밀이삭과 포도의 그림이 정성들여 그려진、마치 여러분들의 키만 해지려는 대황초에 알파요 오메가 (시작이며 끝)를 그 첫자만을 따서 씌어진 그밑에 그 해의 숫자를쓰는순가. 우렁차디 우렁찬 노래소리가 처음엔 성가대석에서만 비롯되더니만 이윽고 온 성당안을、온산을 가득 메우질 않겠어요.
은총이 단비인 듯 내리는 이 밤
성부여、받으셔요. 향기로운 이 제사
벌들이 만든 것을 성직자이 손으로
주님게 이 부활초를 바치옵니다.
주님 영광 위하여 축성된 이촛불
밝게 밝게 타오르게 도와 주셔요.
세상 어둠 물리치고 하늘빛 뭉쳐
향기로운 제사로서 받아주셔요.
샛별이여、큰별이여、부활하신 예수님
이 불꽃을 다니달게 받아 주셔요.
지지 않는 샛별、인류의빛
세세대대 찬미를 받으시어요.
이윽고 부활초 축성이 끝나고 복사들이 성당 뒷자리에서 앞으로 나가면서 신자들이 준비해 온 초에 불을 지피다 말고 어느 좌석을 지날때 그들은 마음으로 미소하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고만고만한 나이 또래의 소녀들 줄을 지어 앉아있는 곳을 지나갈때 였는데 거기엔 샛노란 병아리 모양의 초와 기도하는 소녀의 모습으로 만들어진 초、그런가하면 장미와 해바라기꽃 모양으로 조각되어 만들어진 초、그리고 무지개빛깔의 초、나팔을 입에 문 천사의 모양으로 만들어진 초 등등이 축성된 부활초에 접붙여지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말이지요
물론 저마다의 바래움을 지닌채 아니 그토록 소중하디 소중한 빠스카 부활초를 누구에겐가 선물로 보내기위해서 말이지요. 정녕 그 빠스카초를 선물받는 이는 얼마나 행복한 사람일까요? 다음 노래속에 그부활초를 선물받는 이들은 말이지요.
하늘나라 천사들이 나팔을 부네.
구원의 우렁찬 나팔소리
잔잔한 우리들을 비추네.
영원하신 임금님의 큰빛이
이세상 어두움이 사라지고
다디단 어머니이신 교회
크나큰 빛으로 꾸며지고
뭇 백서의 우렁찬 찬미소리 들려오네.
하느님의 어린 양 주검이되어
그 피로 우리마음 씻어주셨네.
우리 모두 마음 다해 권능 성부와 외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찬송하세.
그때였읍니다. 달빛을 받으며 양우리 안에 꿇어 앉아 성당으로부터 울려퍼지는 노래 소리를 듣던 양떼들이 양지기의 집 불빛을 바라보며 다음처럼 묻고있었던것은.
『 하느님의 어린 양이라니 그 누구가 말이지요?』
이내 마음착한 남풍이 그 대답을 하였어요.
『그야 물론 하느님의 외아드님을 두고 하느 말이 아니고 무엇이겠어요?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이천여년전 이스라엘의 같바리아산 등성이에서 인류의 온갖 피를 속죄하기 위해 하느님의 아드님이 십자가의 제물이 되기 전엔 송아지와 함께 당신네 양들이 늘 그제물로 쓰여지곤 하였지요 가장 깨끗하고 흠없는 맏물로서 말이지요』
『그렇다면 그것은 우리들 양들의 명예가 아니겠어요? 바람님』
『그러다 마다요. 단결순명 희생정신이야말로 당신네 양들의 크나큰 명예이니까요』
그순간 그옆집 염소들의 우리에서는 또 다음 얘기들이 오고가고 있었어요.
『무덤굴에 묻히셨던 예수님이 사흘만에 부활하셨다면 예사일이 아니잖아요? 엄마!』
『그럼 그렇고 말고. 아마 이세상이 생긴이래 가장 신비한 사건이었을걸. 그분이 다시 살아나시지 않았다면 그분의 성탄도 전도도 밤샘기도도 모든것이 헛되었을텐데 말이야. 그건 하느님께서 사람님들을 그만큼 사랑하시기 때문이었지』
『……』
『…그러니까 너네들은 앞으로는 절대로 장독대위에 올가서서 폴짝 뛰어내려 사람님들의 마음을 아슬아슬하게 만드는 일은 삼가해야만돼. 알겠니?』
『………』
『하느님의 모습은 사람님들과 꼭같다니까 말이지. 아니、하느님의 아드님께서 사람으로 태여났고 사람으로 사시다가 사람들에 의해 돌아가셨지만 그사람들의 구원을 위해 다시 살아나시기까지 하셨으니까 말이다. 별로 달갑지않는 이세상의 사람으로 말이다. 무슨 뜻인지 모두들 알아 들었니?』
『녜、네、알겠어요. 어마…』
여기는 다시금 성당안 - 찬란한 꽃불속의 부활전야제가 계속되고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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