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인도 하기힘든 영문 편지작성을 맹인이 타자기 한대만으로 거뜬히 해내고 있다. 불타는 의지를 타자기에 싣고 영역번역사의 꿈을 키우고있는 주인공은 가톨릭맹인선교회 전교ㆍ학술부장을지낸 羅燦祐(33ㆍ라파엘)씨.
69년부터 71년까지 2년반동안 모교인 충주성심 맹아학교에서 교편을 잡기도한 전직교사 羅씨는 지난7월 某고아원에 취업할 가능성이있었으나 고아원 사정상 취업은 되지못하고 원아들이 외국인 후원자에게 보내는 감사의 답신과 외국인과 관련된 사람들의 의뢰로 편지영작 작업에 몰두、지금까지 2개월동안 60여 건의 편지를 영역、1일 한건정도의 작업을 해왔다.
충주에서 양조장을 경영하는 부친의 도움으로 서울 중곡동에서 부인과 아들(3세)、대학에 다니는 동생과 살고있는 羅씨는 비교적 여유있는 생활여건으로 소일꺼리가 없어 생기는 정신적 나태와 무력감에서 헤어나기위해 이일에 착수했다면서 일일작업량이 대여섯건은 돼야만 생활이 가능하기때문에『현재로서는 생활에 큰보탬은 되지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羅씨의 작업은 부인의 협조가 절대적이다. 간단한 편지는 내용만 듣고도 영역할수있으나 정확을 요하는 것은 편지문안을 녹음해두고 작업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고아원아이들의 편지내용은『도와줘서 고맙다. 공부잘하고있다』는 등 단순한것들이기 때문에 크게 어려움을 느끼지는 않고있으나 아직 전문적인 번역사로 받돋움하기엔 역부족이라는 羅씨는 계속 공부하면서 노력해볼 결심을 굳히고있다.
그러나 羅씨의 소망은 훌륭한 번역사보다는 동료맹인들에게 점자인쇄물을 많이 보급하는데 더큰 비중을 두고있다. 문학전집까지는 발간하지 못하더라도 교양물정도는 손쉽게 구해볼수있는 점차서적 출판을 겸한 점자도서관 설립을 필생의 사업으로 생각하고있다. 몇백원만 있어도 읽을수있는 인쇄물이 범람하고 있는 이시대에 맹인들은 귀동냥만으로 듣기때문에『말할때는 그럴듯하지만 글로 표현할때는 역부족』을 절감한다면서 점차 대중도서보급에 후원자가 나서고 있어 빠른시일내에 실현가능성이 있을것같다면서 희망에 차있다.
고향인 충주에서 지난63년 성심맹아학교(국민교과정)를 마친후 상경하여 국립서울맹아학교 중ㆍ고등과정을 졸업한 羅씨는 70년 1월 국민학교 교원자격증을 획득、 모교인 충주성심맹아학교에서 2년반동안 교편생활을 하다가 당시 학교장인 옥보을(메리뇰회) 신부가 대학을 졸업하면 미국유학을 알선해주겠다고격려、 대입준비를 위해 직장을 포기하고 72년 상경했다.
3년동안의 준비끝에 76년도 대입예비고사에 합격、충북대학에 원서를 제출했으나「맹인」이라는 이유로 입학이 거부됐다. 그러자 집안에서도 공부를 만류하고 나이도 많아 재시도의 의욕이 일어나지 않았다. 그후 76년 12월 결혼、 맹인사회에선 가장 고급직종인 교직에 복귀하려했으나 전국에 13개뿐인 맹아학교에 취업할 자리가 없어 복직도 하지못하고 지금까지 쉬고있었다.
옥신부로부터 특별한 사랑을 받 은羅씨는 3년전 옥신부가 귀국하면서 물려준 영문타자기를 두드리면서 번역사수업을 쌓는한편 세계연합교회산하 기독교 맹인선교회가 운영하는 점자인쇄소에 틈틈이 나가서 점자통신강좌 책자교정을 봐주면서 점자인쇄를 확대보급의 꿈을 키우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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