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주디」는 너무나 잔인했다. 한 가족 4명이 저녁식사 후 방안에서 TV를 시청하며 오손도손 이야기의 꽃을 피우던 25일 밤 9시경 순식간에 집을 무너뜨린 산사태는 어머니와 두형들을 눈 깜짝할 사이에 앗아갔다. 억수같이 쏟아지는 빗속에서 울부짖는 어머니와 형들의 외침을 어렴풋이 느끼며 누군가에 인도돼 인근병원에 입원、 보름이 지난 지금도 계속 치료를 받고 있는 생존자 김경섭(야고보ㆍ17세)이 말하는 사고 당시의 상황은 차마 상상할 수도 없으리만큼 처참한 것이었다.
사고를 당한 이곳은 경남 진해시 송학동 40번지 6통1반으로 이날 밤 사고에서 5세대 주민 22명중 경섭군을 포함한 3명만 구출되고 19명이 떼죽음을 당한 경남최대의 인명피해지역이다. 희생자 19명중 신자는 5명인데 이들은 모두 중앙본당신자들이다.
김군에 따르면 가족들은 사고가 나던 날 밤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저녁식사를 마치고 어머니 윤하연(마리아ㆍ51세ㆍ사망)씨와 큰형 김경호(프란치스꼬ㆍ28세ㆍ사망)작은형 김창섭(요한ㆍ22세ㆍ사망)씨와 함께 큰방에 모여 앉아 TV를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정전이 되면서 꽝하는 소리와 함께 무거운 물체가 자신을 짓눌러 꼼짝도 할수 없었을 뿐 아니라 어머니와 형들의 외쳐대는 소리를 들으며 자신이 물속에 잠겨 있음을 느끼는 순간 경섭군은 정신을 잃고 말았다. 나중에 눈을 떳을 때는 병원이었다. 김군은 전신에 심한 타박상을 입고 진해「평안병원」213호실에 입원했다.
이때만 해도 김군은 어머니와 형들이 목숨을 잃었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자기처럼 많이 다쳐 어느 병원엔가 입원해있을 줄로만 알았다. 김군이 모친과 형들의 죽음을 안 것은 입원한 후 며칠이 지나서였다.
사고나 나던 날 김군의 누나 선희(수산나ㆍ20세)양은 마산에서 오후 6시경 퇴근을 한 후 폭우로 차편이 끊겨 평상시 보다 늦게 걸어서 집에 도착한 바람에 다행히 화를 면했다. 이날 밤 10시반 경 김양이 집에 도착했을 때 집은 이미 형체도 없이 사라졌으며 사고현장은 차마 눈뜨고 바라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했었다.
특히 김군의 둘째형 창섭씨는 현역 군인으로 21일에 휴가를 나와 30일 귀대를 앞두고 있던 중 변을 당했다.
무엇보다도 불의의 사고로 순식간에 어머니와 두형들을 다시는 대면할 수 없게 된 김군과 누나 선희양은 자꾸만 메어져 내리는 가슴으로 오열을 가누지 못했다. 가족들의 사망소식을 전해들은 후부터 김 군은 줄곧 묵주의 기도를 바치면서 어머님과 형들의 영복을 빌고있으며 선희양도 더욱 열심히 기도하고 있다며 울먹였다.
이 사고로 김군과 선희양은 생계마저도 막연해졌다. 부친이 신병으로 지난해에 사망한 이후부터 줄곧 큰형 경호씨(前 한국종합특수강재직)가 살림을 꾸려왔는데 이제는 선희양이 그 짐을 지지 않으면 안되게 됐다. 선희양은 금년1월에 고교를 졸업、불과 1개월전부터 마산 某회사에 취직중 이번사고로 출근을 하지 못해 부득이 다른 직장을 구해야 할 형편이다. 그리고 현재 마산 창신공고 1학년에 재학 중인 김군은 퇴원과 동시 등교해야 하는데도 당장 교복 한 벌도 없는 딱한 처지다.
선희양은 우선 출가한 언니가 얻어둔 전세집(진해시 여좌동 2가 761번지 재건주택68호) 의 방1칸을 얻어 동생이 퇴원하는 대로 함께 살면서 일자리를 구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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