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막대기를 입에 물고 전동타자기를 두드린다. 또 그림도 그린다. 손은 있으나 쓸 수없는 손이기 때문이다. 암(癌) 보다 무섭다는 뇌성마비(腦性麻沸)로 탄생한 金仁鎬 군(마태오ㆍ12ㆍ연세재활원 국민학교 6학년)이 타자를 치고 그림을 그리게 된 것은 어머니 李善花씨(체칠리아ㆍ37ㆍ서울 강서구 내발산동 삼화연립주택 다동 201호)의 신앙을 바탕으로「母性의 승리」이며「母子의 승리」이다.
「기자 아저씨 안녕하세요」「김인호는 척척 박사다」「우리 선생님은 미인이시다」몸을 뒤틀면서도 정확히 그리고 유모어가 가득 담긴 仁鎬군의 타자솜씨는 일품이었다.
제1회 특수학교어린이 미술 실기대회 입상식 직후라 그런지 즐거움에 넘친 천진난만한 웃음에 어두운 그늘은 찾아 볼 수 조차 없었다. 밝게 웃으며 시중드는 어머니 李善花씨의 모습 역시 마찬가지였다.
仁鎬군이 붓을 입에 물고 그림을 배우기 시작한 것은 연세재활원 국민학교 3학년 때부터이며、타자를 배운 것은 2년 전인 4학년 2학기 때 담임 柳福姬(25) 교사의 지도로 시작됐다.
손과 발 뿐 아니라 몸까지 심하게 흔들리는 仁鎬군이「그림과 타자」를 익히는데 무한한 노력이 필요했다. 그러나 仁鎬군은 뇌성마비에 따르는 지능장애를 받지 않아 지능지수 1백18아라는 정상아보다 오히려 높은 이해력을 지닌 데다 끊임없는 노력으로 이를 극복、이제 숙제와 일기까지 타자기로 해결하게 된 것이다.
仁鎬군은 지난 67년 8월 충남대천에 광산업을 하는 아버지 金富弼씨와 어머니 李씨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그러나 생후6개월 뇌성마비로 진단을 받은 후 부터 어머니 李씨는「수술불능」이라는 진단이 내릴 때까지 4년간 온갖 정성을 다 기울였다.
불치의 선고를 받은 후 일순『앞이 캄캄했다』는 李씨는 그러나 곧 육신은 부자유스럽지만 정신만은 무한한 것이므로 이를 계발시키기 위해 교육에 진력했다. 취학 전 5~6살 때는 경험에서 오는 상식이 부족할까봐 주일학교ㆍ주일미사는 물론 관공서 시장 등에 갈 때는 꼭 업고 다니면서「현장교육」을 실시했다. 그 결과 일반상식은 정상아보다 더 계발되었다.
『나는 고독을 씹는 사나이야』부모가 충남대천에 거주하고 있었기 때문에 2주에 한 번씩 집으로 외출하는 재활원에서 주말이면 독서로 고독을 삼켜온 仁鎬군이 3학년 때 어머니 李씨에게 들려준 어른스러운 얘기다.
『仁鎬를 통해 위한을 받을 만큼의 신앙인은 되지 못합니다. 그러나 仁鎬가 없었다면 아빠 사망후 이렇게 굳굳히 살아갈 수 있을 런지는 의문입니다』
지난해 7월 외아들의 불구를 가슴아파하던 남편 金부필씨(이냐시오)가 38세의 젊은 나이에 간암으로 별세하는 견디기 어려운 아픔까지 겪은 李씨는 현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곧 「신앙」이라 생각하고 항상 밝게 살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평소 신앙심이 무디던 남편이 3개월간의 투병생활 중『신앙인의 자세로 돌아가 편안한 죽음을 맞아 위안을 받는다』는 李씨에게는『신체적인 부자유는 하느님 앞에서는 통일한 것』이니 仁鎬를불쌍히 여기지 말고 떳떳이 키워달라는 임종 시 남편의 당부가 큰 힘이 되고 있다.
어머니 李씨의 소망과 걱정은 모두 仁鎬에 대한 것이다
수학자나 과학자가 되고 싶지만 그것은 불가능하므로『화가가 되고 싶다』는 仁鎬의 소망이 곧李씨의 소망이다. 그러나 내년 2월이면 졸업하는 연세 재활원에는 중학교과정이 없어 당면한 걱정거리이다.
국재에서는 삼육 재활원에 중등과정이 있지만 최소한 혼자 대소변과 식사가 가능한 아이만 입학할 수 있어 李씨의 가슴을 답답하게 하고 있다. 카나다에는 장애아들의 시설이 완벽、대학과 성인교육 까지 시킬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李씨는『仁鎬를 카나다에 유학만 보낼 수 있다면 이별의 아픔까지 견딜 수 있을 것 같다』면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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