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7일에 왜관수도원 안 알빈 신부님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게 되었읍니다. 74세의 고령이었지만 늘 건강하게 지내오셨음으로 모든 수도형제들은 대단히 놀랐읍니다. 안 신부님은 미사를 드리러 방을 나오시다가 조금 불편을 느끼셨던지 다시 방에 돌아와서 심장마비로 쓰러지셨읍니다. 아침식사 후에 그를 발견한 형제들은 그의 평화로운 표정에 감동하여 세상과 자기들을 떠났다는 것을 믿으려 하지 않았읍니다. 故 알빈 신부는 한국 전역에 약 70개의 성당을 설계했으므로 한 개인으로서 한국 교회건축에 끼친 영향은 실로 지대합니다. 도시본당보다는 대개 시골본당을 많이 설계하셨는데 예술적인 이런 성당들은 시골신자들의 영혼의 안식처로 깊이 간직되리라 믿습니다. 비록 그분의 성당양식을 본 딴 건축가들이 없지는 않았으나 당분간은 이분의 공적을 능가할 사람이 쉽게 나타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알빈 신부님은 독일 남부「슈와벤」지방 출신으로 수도원에 입회하기전에 근 4년간「베를린」「빈」「믠헨」등의 미술대학에서 미술을 연구했습니다. 그 젊은 시절에 그는 현대미술과 함께 철학과 사상도 깊이 들이마셨습니다. 그 결과 그는 노령에도 젊은 후배들을 놀라게 할 정도로 교양이 넓고 현대적이며 진보적이었습니다. 그는 독일「믠스터슈바르쟉」수도원에서 신품을 받은 다음 1937년 5월 6일에 북간도 연길 교구로 파견되었습니다. 어려운 한국어를 처음부터 유창하게 배우지 못해서 사목에 큰 업적을 남기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오히려 그분이 또 다른 방면에서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낼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만주 용정본당신부 직책을 맡은 일도 있었습니다. 1946~1948년까지 그는 다른 선교사들과 함께 공산당치하의 감옥에서 고생하다가 추방되었습니다. 추방을 당한 다음 알빈 신부는 1950~1961년 독일수도원 중학교에서 미술을 가르쳤습니다.
1961년 12월 15일에 그는 왜관수도원으로 돌아와서 성당, 사제관, 학교, 병원 등 많은 교회의 건축들을 설계하며 아름답고 전례에 알맞은 벽화도 여러 점 그렸습니다.
수도자로서 알빈 신부는 무엇보다 그의 깊은 겸손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그는 자기 자신에 대한 자랑이 될 만한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그분이 설계한 성당에도 그의 소박함이 드러나 있는 것 같습니다. 그의 성당들은 오직 전례 거행이라는 목적을 위한 공간이지 눈을 끌기위한 화려한 건물이 아닙니다. 그래서 성당이 비어있을 때 그의 단순한 선이 쌀쌀한 기분마저 일으킬 수도 있으나 일단 신자들의 공동체가 그 안에 모일 때는 신자들과 건물은 하나의 공동체로서 조화를 지니게 되는 것입니다.
그분이 그린 벽화도 장식이 아니고 오직 성당에서 이루어지는 일은 더욱 명백하게 지적하기 위한 수단이었다고 봅니다.
알빈 신부는 금년에 어느해보다 많은 일을 해내었습니다. 8개의 성당을 설계한 것입니다. 그는 끝까지 건강한 몸으로 힘차게 봉사했습니다. 그가 원한대로 아무런 고통도 없이 주님께서 그대로 아무런 고통도 없이 주님께서 그를 예고 없이 불러주신 것이 주님의 은총인 것 같습니다. 갑작스런 그분의 죽음으로 수도형제들과 함께 그분을 아는 모든 이들이 슬픔에 잠겼으나, 故 안 알빈 신부님의 영원한 삶을 믿는 우리는 불후의 작품으로 남겨놓으신 성당과 여러 예술적 작품들과 함께 우리 안에 길이 살아계시리라 믿으며 위로를 받습니다. 하루빨리 그분의 위업을 이을 후계자를 아울러 손꼽아 기다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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