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계약의 대사제
1. 예수, 영원하신 사제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Iesu. Sacerdos inaeternum, Miserere nobis!)
친애하는 사제 여러분, 그리스도가 사제직을 세운 날을 맞아 전통에 따라 여러분에게 서한을 보내면서 저는 무엇보다 지난해 11월 1일과 10일 사제수품 50주년을 기념하도록 해준 데 대해 주님과 모든 이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특별히 저와 같이 지난해 사제수품 50주년을 맞은 모든 사제들에 대해 생각합니다. 그들은 모두 고령과 먼 거리에도 불구하고 로마로 달려와 자신의 사제품 50주년을 저와 함께 기념했습니다. 로마와 전 세계의 추기경, 대주교, 주교, 사제, 수도자, 모든 신자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최근 들어 저는 여러 차례 크라코프 대주교의 한 성당을 회상하곤 합니다. 그곳에서 저는 1946년 11월 1일 사제직의 은총을 받았습니다. 제가 수품 다음날 첫 번째 미사를 봉헌한 바벨성당을 생각할 때마다 감회에 젖곤 합니다. 금경축을 지내는 기간 동안 우리는 모두 전례 안의 말씀들에 대해 묵상할 때 대사제이신 그리스도의 현존을 특별하게 경험했습니다.
「보라 대사제를(Ecce Sacerdos magnus)이라는 말씀은 그리스도 안에서 완전한 의미를 발견합니다. 그는 새롭고 영원한 계약의 대사제, 유일한 사제로 그분에게서 모든 사제들은 성소와 사제직의 은총을 받습니다.
◆제3천년기 준비 첫해
2. 예수, 영원하신 사제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Iesu, Sacerdos inaeternum, misererenobis!)
저는 제3의 천년기를 준비하는 첫해에 이 서한을 여러분에게 보냅니다.「제3의 천년기」에서 저는 제2의 천년기에서 제3의 천년기로의 넘어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했고 2천년까지 남은 3년간을 성삼께 바치기로 했습니다.
첫해인 97년은 그리스도께 초점을 맞추게 됩니다. 하느님의 영원한 아들이시며 인간이 되어 동정 마리아에게서 태어나 우리를 성부께로 인도해 주시기 때문입니다.
98년은 그리스도가 아버지께로 가실 때 사도들에게 약속하신 성령께 봉헌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99년은 성부께 봉헌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2천년기를 성삼께 대한 찬미의 노래로 마무리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성령 안에서 성자의 인도를 통해 성부께 나아가는 순례의 길에 있다는 것을 항상 기억해야 합니다. 이것은 바로 우리가 매 기도마다 바치는 말에서 잘 드러납니다.『성부와 성령과 함께 세세에 영원히 살아계시며 다스리시는 천주 성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아멘』
◆축성기도문의 중요성
3. 예수, 영원하신 사제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Iesu, Sacerdos inaeternum, Miserere nobis!)
『예수, 영원하신 사제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라는 기원은 사제이자 제물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호칭 기도문에서 따온 것이며 크라코프의 신학교에서 사제품을 받던 날 외운 것입니다. 이 말을 저는 서한에서 강조하고자 합니다. 왜냐하면 이 말을 그리스도의 사제직과 이 사제직에 우리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깊고 풍요하게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모두 그리스도가 멜키세덱과 같은 사제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압니다. 그리스도의 사제직은 자신의 몸을「단 한 번」(once for all: 히브리 10, 10) 바치셨다는 데서 잘 나타납니다. 그는 자신의 십자가상 피 흘림의 희생으로 빵과 포도주의 형상 아래 피 흘리지 않고 영원히「기념」하게 하셨습니다. 빵과 포도주의 형상 아래 그리스도는 자신의 희생을 교회에 맡기셨고 이렇게 해서 교회와 모든 사제들은 그리스도의 단 한 번의 희생을 기념하는 것입니다.
저는 저에게 사제품을 준 주교와 함께 처음으로 축성기도문을 외우던 날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그 후 나는 빵과 포도주의 형상 아래 십자가상에서 자신을 희생하심으로써 인류를 구원하신 그리스도를 현존하도록하는 이 성사적 기도문을 되풀이했습니다.
다시 한 번 이 신비를 묵상해 봅시다. 예수는 빵을 떼어 사도들에게 나누어 주면서「이것은 나의 몸이니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 먹으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포도주를 잔에 채워 축성하시고 사도들에게 주면서「이것은 너희를 위해 바치는 내 피의 잔」이라며「나를 기념하라」고 말했습니다.
이 신비스런 기도문들이 어떻게 사제생활의 핵심에 자리잡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이 축성 기도문들은 외울 때마다 매번 처음인 것처럼 하십시오. 결코 습관처럼 외우지 마십시오. 이 말들은 우리의 사제직을 완전하게 실현해 주는 것입니다.
◆희생, 봉헌은 사제 본질
4. 그리스도의 희생을 기념하면서 우리는 우리는 히브리서에서 읽은 말들을 기억합니다.『그리스도께서는 이미 존재하는 모든 것을 주관하시는 대사제로 오셨습니다. 그리스도는 단 한 번 지성소에 들어가셔서 염소나 송아지의 피가 아닌 자신의 피로써 우리에게 영원히 속죄 받을 길을 마련해 주셨습니다.
부정한 사람들에게 염소나 황소의 피와 암송아지의 재를 뿌려도 그 육체를 깨끗하게 하여 그들을 거룩하게 할 수 있다면 하물며 성령을 통하여 당신 자신을 하느님께 흠없는 제물로 바치신 그리스도의 피는 우리의 양심을 깨끗하게 하는 데나 죽음의 행실을 버리게 하고 살아계신 하느님을 섬기게 하는 데 얼마나 큰 힘이 되겠습니까? 그러므로 그리스도는 새로운 계약의 중재자이십니다』(히브리서 9, 11 15)
그리스도는 우리 구원의 대가인 자신의 희생을 영원한 지성소로 가지고 들어가십니다. 이러한 봉헌-희생은 사제와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습니다. 신학교에서 외운 그리스도의 호칭기도는 제가 이 모든 것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해 주었습니다.
◆하나의 희망
5. 오늘은 성 목요일입니다. 모든 교회는 영적으로 사도들이 그리스도와 함께 최후의 만찬을 나누었던 다락방으로 모입니다. 요한복음에서 그리스도가 사도들에게 하신 이별의 말씀을 생각해 봅시다.
『벗을 위하여 제 목숨을 바치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 내가 명하는 것을 지키면 너희는 나의 벗이 된다. 이제 나는 너희를 종이라고 부르지 않고 벗이라고 부르겠다. 종은 주인이 하는 일을 모른다.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내 아버지에게서 들은 것을 모두 다 알려 주었다』(요한 15, 13-15)
예수는 사도들을「친구들」이라고 불렀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자신의 사제직을 나눠 받은 우리들 역시 친구라고 부르길 원합니다. 예수는 우리에게 새로운 계약의 사제로서, 자신의 이름으로 행동하도록 허락함으로써 더 이상 있을 수 없는 우정을 나타내 보이셨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성사를 집행하고 성체성사를 거행할 때, 즉 우리의 사제직에 대한 봉사에서 실현됩니다.
그리스도는 이렇게 말합니다.『여러분이 나를 택한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택하여 내세운 것이다. 그러니 너희는 세상에 나가 언제까지나 썩지 않을 열매를 맺어라』(요한 15, 16)
이 편지의 말미에서 나는 이 말을 여러분에게 하나의 희망으로 전합니다. 사제직을 세운 날 이러한 우리의 희망을 서로 나눕시다. 사도들처럼 우리도 가서 썩지 않는 열매를 맺어주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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