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사회사목평의회는 지난해 10월 4일자로「세계의 기아」라는 제목으로 빈곤에 시달리는 이들을 향한 관심을 호소하는 문헌을 발표했다. 서론 및 5개 장, 71항으로 구성된 이 문헌은 교회의 사회교리를 토대로 세계 기아의 원인과 결과를 분석하고 이에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 문헌의 의의와 중요성에 비추어 몇 회에 걸쳐 이에 대한 해설을 싣는다.
◆의의
식량에 대한 권리는 인간의 보편적인 기본권이다. 그러나 오늘날 개도국에 사는 8억 명이 충분한 식량을 공급 받지 못하고 있고, 이 중 5억 명이 만성적 영양결핍 상태이며, 이들 가운데 1억7천5백만 명이 5세 이하이다.
그러면 이것은 식량부족 때문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지구의 자원으로 모든 사람에게 식량을 대어주기에 충분하다. 실제로 최근 수 년 동안 전 세계의 일인당 식량 가용성은 약 18% 증가했다.
이렇게 볼 때 오늘날 온 인류가 직면하여 있는 도전은 무엇보다도 윤리적, 정신적, 정치적 성격을 띠고 있는 것이다. 이 도전은 물질적 진보 못지 않게 실천적인 연대성과 진정한 발전의 문제인 것이다.
「기아로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주라, 먹을 것을 주지 않으면 그대가 그 사람을 죽이는 것이다」. (사목헌장 69항)
이에 교회는 카인에게 아우 아벨의 목숨에 대해 밝히라고 다그치신 바로 그 말씀으로 다시금 모든 사람들에게 호소한다.「네가 어찌 이런 일을 저질렀느냐? 네 아우의 피가 땅에서 나에게 울부짖고 있다」. (창세 4, 10)
교황청 사회사목평의회(의장-요제프 코르데스 대주교)가 작년 10월 4일자로 발표한 이 문헌「세계의 기아」는 바로 이러한 호소를 담고 있으며 바로 이러한 뜻에서「모든 이에의 도전:연대성 안에서의 발전」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이 문헌은 서론 및 5개 장, 71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복음과 교회의 사회 교리를 토대로 하여 세계 기아의 원인과 결과를 분석하고 이에 대한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제1장 기아의 실상(4∼21항)
이 문헌은 여기서 영양실조와 기아의 주된 희생자들은 가난한 이들이며 개도국들에서 기아가 기아를 낳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제하고 이 문제의 원인을 경제적 원인, 사회문화적 원인, 정치적 원인으로 나누어 살펴본다.
◆경제적 원인
기아의 주된 원인은 가난이다. 식량의 안전성은 근본적으로 식량의 물리적 가용성이 아니라 개인의 구매력에 달려 있다.
기아는 각국의 부적절한 경제 정책, 무익한 구조와 관습, 공공 봉사의식은 망각한 채 돈과 권력과 명예를 목적 그 자체로 갈망하는 것 따위와 같은 도덕적으로 비난 받을 만한 행위에 그 원인이 있다.
기술 부족, 비용 절감적이지 못한 구조들, 개인들의 도덕적 일탈과 사랑 결핍이 바로 기아의 원인이다.
◆사회문화적 원인
식량 금기, 여성의 사회 및 가정에서의 지위, 어머니들의 급식 및 영양 공급, 기술교육 부족, 높은 문맹률, 직업 불안 및 실업 등은 영양실조와 가난을 누적시키는 요인들이다.
급속한 인구 성장은 저개발의 원인인가 아니면 결과인가? 극단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인구 밀도는 기아의 원인이 될 수 없다. 인구 성장을 줄이는 데 이바지하는 요인들은 이 외에도 사회경제 발전, 여성의 생활조건 향상, 유아 사망률 감소 등이 있다. 여기서 발전은 부모들의 사회 문화적 배경에 크게 달려 있다. 따라서 부부에게 도덕적으로 합당한 책임 있는 가족계획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정치적 원인
사람들에게 식량을 주지 않는 것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정치적 또는 군사적 무기로 사용되고 있다. 이것은 참으로 인간성에 어긋나는 범죄이다.
「식량 원조는 정치적 소속, 지리적 이치, 성, 연령, 인종, 종족 또는 종교적 신원 때문에 거부되어서는 안 된다」(FAO 및 WHO「세계영양선언」, 1992년 15항)
선진국들이 잉여 농산물(예컨대 밀)을 주식을 쌀로 하는 개도국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하여 이들 국민들의 식관습을 변화시켜 그 지역 농민들의 생산을 감축시키는 것도 기아에 영향을 미치는 정치적 행동이다.
도시 빈민들의 정치적 압력에 따라 농산물 저가격 정책을 채택한 개도국들은 국내외 식량 생산자들에게 피해를 입히고 자이르와 잠비아처럼 상당한 농업 잠재력을 갖추고도 식량 수입국으로 전락했다.
대다수 선진국들은 농업보호 정책을 채택하여 과잉 생산을 부추겨 이를 국내 가격보다도 낮은 가격으로 수출한다. 이것은 유럽에서는 여론의 지지를 받을지 모르나 세계 소비자들의 전반적 이익에는 근본적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세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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