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대성당이 대화의 중심부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17일 김수환 추기경과 김영삼 대통령의 전격적인 만남을 중심으로 파국으로 치닫던 정국이 일단 한숨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김 추기경과의 만남에 이어 개신교 불교 등 종교계 지도자들과 연이어 만남의 시간을 만들고 있는 김 대통령의 선택 역시 대화 정국을 요청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대한 응답의 모습으로 풀이되고 있다.
실제로 이 같은 배경을 바탕으로 21일에는 여야의 영수회담으로 이어졌으며 노조 측에서 전면 파업에서 수요일 파업, 토요일 시위라는 선으로 일단 후퇴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 여당이 노동법, 안기부법을 날치기 통과시킨 사건과 관련 그동안 정부 여당과 노조 측의 팽팽한 대치가 이어지고 있는 속에서 김 추기경과 김대통령의 만남, 대화가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 물론 두 사람의 만남은 파국 정국을 피해야 한다는 각계의 여론을 바탕으로 서울대교구 사회사목부와 명동대성당을 중심으로 조심스럽게 이루어진 중재적 노력이 기초적 실마리를 제공했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여기에는 명동성당에 대한 공권력 투입에 대한 교회 측의 강한 제지의 뜻이 포함돼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정부 역시 예상 외로 거세게 확산되는 이번 사태를 풀어 나가기 위한 명분과 발판이 요구되는 절박한 상황이었고 따라서 김 추기경과의 만남에 이 같은 기대를 거는 정치적 계산도 깔려 있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김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김 추기경은 이미 보도된 바와 같이『공권력 투입을 자제해 줄 것과 이번 시국을 대화를 통해 풀어가 줄 것』을 강력히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 대통령은『김 추기경의 말씀을 충분히 생각하겠으며 성직자로서 나라 걱정을 많이 해 주시는 것에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화로 난제를 풀어가 달라는 김 추기경의 의지는 이미 지난 12일 주의 세례축일 미사 강론에서 드러난 바 있다. 공권력 투입 자제 요청에 대한 김 대통령의 반응은 밝혀진 대로 「법 집행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김 추기경과의 만남 이후 각 종교계와의 만남 그리고 영수회담으로 이어진 일련의 후속 프로그램들은 일단은 「대화」 라는 쪽으로 시국의 흐름이 가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대화와 타협에 대한 김 추기경의 의지는 지난 18일 이한동 박찬종 신한국당 고문을 차례로 만난 자리에서 다시 한 번 강조되었다. 김 추기경은 이 자리에서『신한국당의 노동법 관련 TV 토론 제의에 대해 민주노총이 수용 의사를 밝힌 만큼 아무런 조건없이 이를 수용, 추진해야 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민주노총을 비롯 노동자들의 거센 반발과 종교계의 중재 노력 그리고 이에 대한 국민들의 정서가 공감대를 형성하는 기류 속에서 일단 대화로 분위기가 돌아선 현재 명동대성당은 지난 19일 모처럼 많은 신자들이 까다로운 검문 검색 속에서도 주일미사에 참례하는 등 오랜 만에 평화로운 분위기를 되찾고 있다.
아무튼 김 추기경의 행보가 대화의 창구 역할을 한 지금의 상황 속에서 가톨릭교회의 공통된 입장은 지금의 대화가 평화적 해결로 이어져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여야 영수회담 결과에 따라 부분적이나마 현재의 평화 분위기는 언제든지 상황이 바뀔 수 있다는 전망 역시 배제할 수가 없다.
따라서 교회 일각에서는 일단 파국으로 치닫고 있던 정국이 대화를 통해 탈출구를 모색한 지금의 상황이 장기적으로 이어질 경우 국가적으로 유익하지 못하다는 판단에 따라 우선 정부 여당부터 자신들이 제안한 TV 토론을 비롯 평화적 해결에 대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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