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신달자(엘리사벳·68)씨가 최근 내놓은 명시 해설집 「눈송이와 부딪쳐도 그대 상처 입으리」(문학의 문학/204쪽/1만2000원)는 영혼을 적시는 76편의 오아시스를 선사한다. 이번 시선집에는 신 시인이 지난 2007년 11월부터 두 달간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코너에 연재한 60편과 새로 추가한 16편이 수록돼 있다. 박목월, 서정주, 고은, 신경림, 황동규 등 문단의 원로들은 물론 정호승, 안도현, 김용택, 함민복, 김선우, 손택수, 김경주 등 중견 시인과 주목받는 젊은 시인들의 작품까지 두루 소개하고 있다.

표제는 황동규 시인의 ‘연필화’ 중 마지막 구절을 따왔다. “눈이 오려다 말고 무언가 기다리고 있다./ 옅은 안개 속에 침엽수들이 침묵하고 있다./ 저수지 돌며 연필 흔적처럼 흐릿해지는 길/ 입구에서 바위들이 길을 비켜주고 있다./ 뵈지는 않지만 길 속에 그대 체온 남아 있다./ 공기가 숨을 들이쉬고 내쉬며/ 무언가 날릴 준비를 하고 있다./ 눈송이와 부딪쳐도 그대 상처 입으리.”
이 작품에 신 시인은 “어느 길이든 그대가 있겠지만 바위가 길을 비켜주는 그 길의 속살 속에서 눈송이와 부딪쳐도 상처 입을 그대가 있다”는 해설을 덧붙여, 시리도록 매서운 현대를 살아가는 도시인들의 상처 받기 쉬운 여린 감성이 상징적으로 드러나 있음을 알려준다.
총 4부로 구성된 시선집은 사랑, 그리움, 가족애, 희망이라는 핵심 주제를 노래한다. 따뜻하면서도 달콤하고, 아련하면서도 은은한 시어들로 가득한 시선집은 ‘신의 보물창고’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