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속 시원하게 풀어주는 신부가 있다. 속 풀어주는 처방전은 다름 아닌 ‘벗어라’다. 나를, 가족을, 관계를, 마음을 벗으면 속이 뻥 뚫린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신자들의 ‘꽉 막힌 속’을 영성심리상담으로 뚫어왔던 홍성남 신부(서울 가좌동본당 주임)가 심리처방전 「벗어야 산다」(가디언/259쪽/1만2000원)를 출간했다.
「벗어야 산다」는 영성심리상담을 전공한 저자의 경험과 상담사례, 영성심리이론 등을 예로 들며 신자들에게 이제 짐을 그만 내려놓으라고 권한다.
“벗어야 산다는 뜻은 짐을 내리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짐을 올리고 쌓는 방법만 알지, 내리는 법을 잘 모르거든요. 병적인 콤플렉스를 해소하고 쌓인 ‘화’를 풀자는 것이지요.”
홍 신부는 ‘끙끙’거리지 말고 시원하게 풀고 살자고 외친다. 이러한 면에서 홍 신부가 외치는 삶의 방법은 윤리적 삶을 강요하는 종교의 입장과는 약간 다른 듯하다. 하지만 그는 기존 가톨릭 교리가 건강한 사람을 전제로 더 거룩한 삶을 살게 한다면, ‘화’를 풀자는 외침은 치유를 필요로 하는 ‘병든 신앙인’이 그 대상이라고 했다.
“예수님도 대상에 따라 말씀을 달리 하셨지요. 제자들과 환자들에게 하신 말씀이 각각 다르거든요. 우울증이나 불안감에 사로잡혀 사는 사람들에게 자칫하면 말씀은 다른 방식으로 해석되기도 하지요.”
우울증이 있는 환자가 성경 말씀대로 자신의 십자가를 ‘우울증’이라고 생각해 고칠 생각도 하지 않고 짊어지는 사례를 홍 신부는 많이 보아왔다. 특히 40~60세 주부들의 우울증은 감정표현의 부족에서 비롯된다.
“젊은 세대는 감정표현을 잘하므로 오히려 신경질적인 병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기성세대는 이타적인 삶을 살아왔지요. 그래서 우울증과 불안증, 착한 아이 콤플렉스 등이 많습니다.”
홍 신부는 속이 꽉 막힌 이들에게 종교는 ‘무거운 것’이 아닌 ‘짐을 내려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죄를 짓지 않고 구원받기 위해 믿는 것이 아니라 부모와 자식 관계처럼 ‘내가 행복해야’ 하느님도 행복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오늘날 제일 먼저 속을 풀어줘야 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홍 신부는 ‘사제’라고 말했다. 책임감에 시달리는 사제 스스로 무겁고 힘든 마음을 벗고 감정을 표현한다면 신자들 역시 행복해질 것이라고 했다. 편안한 가르침이 신자들에게도 편안하게 다가오는 것이다.
“저 스스로도 짐을 올려놓는 법만 알았지요. 교우들을 상담하며 많은 분들이 저와 비슷한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책을 통해 마음을 이해하고 치유하는 법을 조금이나마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힘든 세상살이로 지쳐있는 독자들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 최대한 유머감각을 발휘해 쓴 홍 신부의 노력이 엿보인다. 속 풀어주는 「벗어야 산다」를 읽으면 자연스레 껍데기를 벗고 영혼의 시원함을 느끼는 자신을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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