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 속에 핀 풀꽃들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쭈그리고 앉아 그들을 유심히 바라보는 한 수녀가 있다. 내세울 만한 빛깔도 없고, 꽃도 열매도 초라하기 그지없는 귀퉁이의 풀꽃. 수녀에게는 귀퉁이의 풀꽃을 닮은 마자렐로 센터 소녀들이 세상 그 어느 꽃보다 귀했다.
김인숙 수녀(살레시오 수녀회·시인)가‘마자렐로 센터’에서 만난 아이들과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단행본 「너는 젊다는 이유 하나로 사랑받기에 충분하다」(한겨레출판/280쪽/1만2000원)를 펴냈다.
마자렐로 센터는 형편상 돌봐줄 어른들이 곁에 없는 아이들, 학교 부적응 아이들, 법의 보호관찰 처분을 받은 아이들이 머물며 홀로서기를 준비하는 곳이다.
김인숙 수녀는 온갖 유혹과 맞서느라 몸부림치는 아이들이 만들어내는 감동과 반전의 드라마를 책 속에 잔잔히 풀어냈다.
“‘범상치 않은’아이들의 드라마와 같은 일상을 풀어놓으며, 이런 ‘성장통’을 너무 아프게 겪게 하신 하느님의 뜻을 가만히 헤아려봤습니다. 수없이 방황하면서도 거듭 돌아오는 아이들을 통해 깨달은‘사랑’의 기적을 나누고 싶어 이야기를 묶었습니다. 이 책은 흔들리며 피는 딸들의 24시 사랑일기입니다.”
그가 쓴 이야기 속의 주인공은 모두‘무서운 소녀’들이자, 한없이 사랑스러운‘평범한 소녀’들이다. 한때 거리를 방황하며 비행을 일삼던 소녀들, 친구를 때리기도 했고,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기도 했으며, 성을 팔기도 했던 아이들은 이 센터에서 상처를 여며가며 사회복지사, 물리치료사, 미용사 등 평범한 꿈을 가진 평범한 소녀로 다시 태어난다.
“차가운 법원 바닥에 수갑을 차고 앉아있던 민이가 지금은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비행청소년을 돌보는 사회복지사의 꿈을 키우고 있어요. 아이들에게 울타리를 쳐 주고 사랑과 관심을 준다면, 또래보다 두 배 아프게 성장통을 겪는 이 아이들의 앞날도 달라질 거라고 믿습니다.”
김인숙 수녀를 비롯한 마자렐로센터 6명의 소녀들과 40여 명 소녀들의 24시간 사랑일기는 가족과 나누는 소소한 일상 속에 번지는 사랑의 소중함을 깨우친다 .또한 배금주의와 욕망에 찌든 우리사회의 현주소를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보여준다.
무엇보다 돌봄의 사각지대에 놓인‘특별한’청소년들에 대한 관심과 주의를 환기한다. 김 수녀는 책을 통해‘일관성있게 꾸준히 이어지는긴 안목의 교육 시스템’과‘가정교육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두 배로 흔들리며 크는 꽃은 뿌리도 두 배 더 튼튼할거라 믿기에 오늘도 칠전팔기, 구전십기에 도전하는 아이들에 대한 사랑의 고삐를 더욱 단단히 붙듭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 아이들에게 희망을 전해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환하게 웃는 김 수녀의 미소에서 풀꽃 향기가 진하게 배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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