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를 위한 전례는 존재하지만 청소년을 위한 전례는 어른들의 전례와 따로 구분되는 것이 없었기 때문에 어른들과 차별된 언어적 감각을 가지고 있는 감성세대 청소년들의 층미를 끌지 못하고 있다.”
교회안에서 외형적으로 해가 거듭할 수록 청소년들이 사라지고 있는 현상은 한국교회가 위기를 맞고 있다는 하나의 징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현재 가톨릭 초중고 청소년 인구 75만명 중 주일학교에 출석하는 청소년은 33%인 25만명에 불과하다. 70%의 청소년은 교회 울타리를 벗어나 있다는 결론이다.
더욱이 전체 숫자안에서 초등부와 중고등부로 나누어 볼 때 대체로 초등부가 중고등부 인원의 2배가 넘는다. 중등부에서는 1/4, 고등부 1,2학년에서는 1/6에 그치고 있다. 그들이 청년기로 올라갈때는 여기서 또 80%가 줄어든다. 100명의 초등학생들이 청년이 되었을 때는 3명만 교회안에 남아있게 된다는 이야기다.
21세기를 목전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한국교회 청소년 사목현실이 풀어야할 「화두」는 무엇이고 그에 대한 대책은 어떻게 얘기할 수 있을까.
교회 청소년사목의 현실
교회내 한 관계자는 「연구, 전문성의 부재」라고 못박는다. 덧붙여 『청소년 교육에 관한 장기적 비전도, 도달해야 할 상(像)도 뚜렷이 마련되어 있지 못하다』고 일축했다.
냉혹한 현실 진단을 바탕으로 미래에 대한 예측이 나올 수 있는 것인데 제대로 현실을 보고자 하는 관심과 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청소년 문제에 대한 냉철한 분석이나 나올 수 없고 그에 따라 데이터나 연구작업도 미비할 수 밖에 없으며 장기적인 목표도 설정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청소년문제와 관련 교회가 얼마만한 연구역량을 가지고 있는지 질문하고 싶습니다. 일반 기업들 미래를 위한 연구사업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데 하물며 사람을 육성하는 일에 연구가 없어서야 되겠습니까』
『현재 교회내 청소년교육은 「소비재 물건을 사는 듯한 느낌」입니다. 「건물」과 같은 외형적인 면과 「인원수」에만 치중해 있고 질적 변화를 시도하려는 노력이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전문성이 없는데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봅니다』
『주일학교의 정체성은 떠올리지 않고 행사위주로만 열심히 하다 띁낸다. 왜 주일학교를 해야 하는지, 왜 교회내에 교육이 있어야 하는지 별반 생각하고 있지 않다. 이점에 대해 지적해 주는 사람도 거의 없다. 이것이 오늘날 주일학교의 큰 흐름이다』
어떻게 사목해왔나
현재 한국교회 청소년사목 현실은 주로 주일학교에 소속된 중고등학생, 본당 청년단체 소속 청년들을 범주로 하고 있다.
이렇게 청소년사목 테두리를 고려할 때 청소년사목은 중고등학생들의 경우 곧 주일학교 교육이라고 얘기할 수 있다.
이 배경에서 그간 청소년사목 모습은 첫째 교회는 그 대사을 청소년 중심이 아닌 교사중심으로 해왔다는 사실이다.
주일학교 운영체계가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들어서이다. 서울대교구가 교육국을 신설하고 교리교사 연합회를 발족하면서 지금의 체제가 갖추어졌다.
서울대교구 중고등부 교사연합회 지도 조재연 신부는 「당시 주일학교 교사는 사회안에서 엘리트들이었기 때문에 사실상 학생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고 그들의 사명감과 자부심도 대단했으나 90년대 들어오면서 교사들의 자질도 떨어지고 주입식 교육방법도 바뀌지 않은 상황에서 더 이상 교사들에게 청소년들을 맡기는 것은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둘째로는 교육대상인 청소년에 대한 눈높이를 조정하지 않았다. 즉 교육의 대상으로서 청소년을 보아왔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이 자체가 청소년들에게 매력을 주지 못했고 현재 주일학교 학생수가 줄어드는 이유는 입시위주의 환경을 탓하기 보다 주일학교가 주는 매력성을 상실했기 때문으로 진단한다.
셋째는 행사중심으로 진행돼 왔다는 것이다. 교구의 여러 행사에 동원되어야 하는 청소년드의 모습은 주체가 아닌 객체였다. 한 주일학교 관계자는 『어른들의 들러리, 행사를 위한 동원대상. 이것이 청소년들이 교회안에서 차지하는 위치인 듯 하다』고 밝혔다.
물론 청소년들이 모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고 그들이 모이는 것 자체가 복음선포라고 할 수 있으나 행사후 청소년들에게 지속될 수 있는 사목적 영향력은 극히 미비했고 일회성으로 치우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한 수도회 청소년교육 전문가는 『전례적인 면에서도 청소년들이 소외되기는 마찬가지였다』면서 『가톨릭교회에 어린이를 위한 전례는 존재하지만 청소년 전례는 어른들의 전례와 따로 구분되는 것이 없었기 때문에 감성세대라고 불리는, 어른들과 차별된 언어적 감각을 가지고 있는 청소년들은 이를 따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청소년사목의 중요성
청소년들을 향한 복음화를 다시금 생각해 보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1975년 5월 9일 미국 워싱턴에서 가진 강연을 통해 청소년 사목이 갖는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역설했다.
『우리는 청소년들을 신뢰해야만 하는 모든 이유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일 교회안에 교회를 이해하고 사랑하고 이끌어 갈 수 있는 어른들이 있어서 이 어른들이 신앙의 진리를 충실하게 간직하고 이어감으로써 교회에 미래를 열어줄 수 있다면, 청소년들은 교회를 망치게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미래 교회의 약속인 오늘날의 청소년드에게 좀더 명백히 기꺼이 헌신하는 이유입니다』
또한 사도적 서한 「전세계의 젊은이들에게」를 통해 청소년들의 위상을 특별한 보물이며 깨달음의 시기, 선택의 시기이며 결심의 시기라고 언급한바 있다.
한국 천주교회 200주년 기념 사목회의 의안집에도 『청소년은 현세의 희망으로서 가장 중요한 존재이다. 교회는 미래의 인류이고 미래의 교회일 수 밖에 없는 청소년들로 하여금 하느님의 말씀과 구원 계획에 배반되는 인간의 판단기준, 가치관, 관심의 초점, 사상의 동향, 사상의 원천, 생활양식 등에 있어 복음의 힘으로 영향을 받아 그것들을 역전시키고 바로잡을 수 있도록 준비시켜야 한다』
고 청소년사목의 의미를 명시하고 있다.
한 나라의 청소년들을 볼 때 그 미래를 예측할 수 있듯, 한국교회 청소년들의 모습이 교회 미래를 좌우한다고 할 때 청소년선교는 교회의 사도직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이고 결코 소홀할 수 없는 부분인 것이다.
새천년기를 향한 청소년사목
연구, 전문성의 부족을 한국교회 청소년사목의 과제로 지적했던 전문가들은 같은 맥락에서 2000년대를 향한 청소년사목 주요 행로는 「전문가양성」이 되어야 할것이라고 꼽는다.
특히 전문사목자의 양성은 청소년사목의 정착과 활서화를 위해 새천년기에 수행해야 할 과제들 중에서 우선적이며 장·단기적으로 실천해야할 사항이라고 지적한다.
개신교의 경우를 보더라도 청소년 전담 전도사 제도가 각 교회마다 있어서 그 축적된 경험이 풍요롭다고 할 수 있다.
수원교구 청소년문화원장 최재필 신부가 최근 한국천주교평신도사도직 협의회가 주최한 「청소년 심포지엄」을 통해 밝혔던 것처럼 청소년복음화의 주체는 바로 교회이다. 특히 성직자중심인 한국교회에 있어서는 사제들이 먼저 청소년들에 관한 전반적인 연구를 통해 청소년들의 세계를 좀더 깊이 이해할 수 있어야만 청소년복음화가 지금보다 수월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는 면에서도 그렇다.
청소년 전문 사목자 양성을 위해서는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이 우서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 관계자들은 더 나아가 신학교 교육과정에서부터 청소년사목에 관한 전문 내용이 다뤄져 사목자들이 신학생때부터 아동 청소년 청년사목에 대한 기초학문과 전문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역설하고 있다.
『현재 신학교 교육과정에는 청소년 대상 교리교육이나 사목에 필요한과목은 별도로 마련돼 있지 못한 상황입니다. 부제서품 후 「어린이미사 강론」등의 과목을 접하는 것이 고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울대굑 중고등부 교사연합회 조재연 신부는 『신학교에서부터 청소년사목과 관련한 이론적 지식은 물론 아동 청소년 청년사목의 현장체험을 동시에 가지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면서 『이미 사제서품을 받은 사목자에 대해서는 전문 교육기관에 의뢰해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과정을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고 얘기했다.
고무적인 것은 서울대교구가 최근 「청소년 사목 비전 2000」을 내놓고 청소년사목의 2000년대 과제로 「전문사목자 확보 및 양성」을 첫 번째 사항으로 꼽은 것 외에도 인천교구 청소년국(국장=홍현웅 신부)은 이미 지난해 1999~2008년까지의 「청소년국운영계획서」를 발표, 그 취지를 「청소년 및 지도자 육성 등에 기여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는 등 새천년을 향한 각 교구별 청소년 사목 계획이 「전문가 양성 방안」을 선두로 보다 체계적이고 단계적으로 마련되고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청소년사목이 2000년대에 새롭게 형성해야할 큰 물줄기는 「오직 주일학교만」이라는 틀을 깨는 것과 교회밖의 청소년들에게도 교육과 관심의 폭을 확대해야 한다는것.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대주교는 최근 청소년복음화를 통한 가톨릭교회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 『지금까지의 청소년사목이 교회내 청소년들에게만 집중된 것이었다면 앞으로의 청소년사목은 청소년에 대한 관심을 세상의 모든 청소년들과 함께 나누는 것이 되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서울대교구 인천 수원 부산 마산교구 등에 청소년재단법인이 설립돼 다양한 청소년 사업이 시도되고 있는 것은 지역 청소년들과 교회가 함께 호흡할 수 있는 토대 마련이라는 점에서 긍정적 움직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외에도 교회안에 청소년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전국차원의 청소년전문 연구센터 마련」「사목공간확보」「청소년문화창출」「세계화 및 정보화추진」등이 구체적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청소년은 교회의 미래가 아니라 교회의 현재」라는 것을 교회 공동체가 함께 인지하는 것이다.
서울대교구 교육국이 「청소년 사목 비전 2000」에서 밝혔듯 청소년사목의 정착과 성숙은 「소수의 책임과 참여에 의해서가 아니라 교회 공동체 전 성원의 복음적 사고에로의 전환과 이로인한 능동적 참여와 물적 인적 투자가 과감히 이루어졌을 때 가능함」을 명심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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