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가속화되기 시작하던 주일학교 교리교육의 붕괴현상이 표면화 된 지금 이제 공론화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매주 1시간씩 미사 후에 하게되는 교리시간. 10분 이상 교리를 할 수 없는 소란스러움, 교리시간에 만화책 보는 아이, 엎드려 자는 아이, 친구들끼리의 끊임없는 수다….
교리시간마다 조용히 좀 하자. 금방 선생님이 뭐라고 했니? 자 여기좀 보자. 거기 떠들지 마. 1시간 교리 수업중에 이러기를 몇 번이나 하고 잇는지 나도 셀 수가 없다. 이런 절망적인 분위기 속에서 정말 내 자신이 교리를 해야 하는지 망설인 것이 하루 이틀이 아니다.
매 주일 아침 9시 중고등부 미사를 시작으로 만나게 되는 아이들. 성당을 향해 오는 내 발길이 일 주일간 일하고 한 주일을 정리하며 주님께 새 힘을 얻으려고 오는 신자인가? 하는 의문이 들 때가 있다.
아이들 역시 시험도 없고 성적에 반영되는 것도 아닌 교리. 그리고 지루하기만 한 교리선생님의 수업 등 흥미없는 모습니다.
그뿐인가 시험때나 추운날, 비오는 날은 성당에서 아이들 숫자를 세고 있을 정도로 적다.
교사는 교사대로 바쁘면 빠져도 된다고 생각하는 책임감 부족한 젊은 교사들이 회합을 돌아가면서 빠지고 회합에 참석하는 교사는 2/3정도다.
이런 교사들의 모습, 급변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신부님, 수녀님은 교리교육의 현장에서 절망하는 많은 교사들의 소리에 얼마나 귀 기울이고 계시는지 묻고 싶다. 이제 교리시간에 우리 아이들에게 자유를 주고 싶다.
묶인 이를 풀어주는 해방의 시간. 좋은 영화 비디오가 있으면 자유롭게 보여주고, 운동장에서 떠들고 싶은 아이들 떠들게 하고, 뛰고 싶은 아이들 달리게 하는 자유로운 열린공간으로의 교실이 이제 필요할 때라고 본다.
교리는 신부님 미사 중 강론 시간에 짚어주실 것만 짚어주고 부족하다 싶으면 강론시간을 약간 늘리는 것은 어떨까 싶다.
이렇게 교리시간이 즐거울 수만은 없지만 지금의 수업방식이나 시스템을 갖고서는 아이들의 관심을 갖기 어렵고 지친 교사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야단치면 폭력교사는 싫어요 하고 덤비는 아이들이 무섭다. 처음 주일학교 교사로 교단에 서게 되었을 때의 그 희망찬 포부와 기대는 이제 잊은지 오래다.
이제까지의 교리교육의 포기가 아닌 대안으로 생각해 주시기를 바라며 변화하는 이 아이들 속에 이제 교회가 새로운 변화를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내 나이 서른 여덟. 나의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시절의 주일학교 때와 크게 달라진 것을 못 느끼겠다. 아니 오히려 더 후퇴한 것도 있다고 생각되는 것도 있다.
그 동안 교리교육의 현장의 일선에서 활동했던 나를 되돌아보면 교회가 그 동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별 변화를 가져오지 못하였다고 본다.
지금의 이런 교리교육의 현실 속에서 2천년대를 맞이한다면 앞으로의 한국교회가 유럽의 교회처럼 신자 없는 빈 교회, 유적지로서의 교회로 남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청소년 교리교육이 무너지는데 이 아이들이 커서 이끌어갈 교회가 있을까? 걱정스럽다.
성당에는 부모에게 강제로 끌려나와 몸만 앉아 있는 아이들에게 내가 가르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음에 절망하며 그저 바라볼 수 밖에 없음에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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