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 영월 지방세는 「창조질서 보존하자」는 플래카드가 수십개나 걸려 있다. 신기한 것은 이 문구 아래 ‘○○천주교회’가 씌여진 것이 아니라 ‘○○다방’, ‘○○설비집’, ‘○○주점’ 등 교회와는 전혀 상관이 없을 것 같은 상호가 적혀있는 것이다. 그만큼 동강으로 인해 지역사회에 교회의 존재가 부각된 증거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교황은 90년 세계평화의 날 메시지에서 “기존의 인간중심중의에서 탈피, 다른 피조물들과 함께 평화를 누릴 수 있는 하느님 중심의 세계관을 창조적으로 모색하는 ‘창조신학’, ‘창조적 평화신학’의 정립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환경운동의 중심 ‘동강’
올 한 해 환경문제에 있어서 세인의 관심을 뜰어온 것은 단연 「동강」이었다. 댐(영월댐) 건설을 둘러싸고 수자원공사와 건교부를 상대로 환경단체는 물론 지역주민 종교계 학계 언론 그리고 시민·문화 단체 등 그야말로 전 국민이 나서다시피해 「찬성」과 「반대」라는 첨예한 대립을 벌여왔다.
그 와중에 수몰지역 주민이 자살하고, 관광객이 몰려 강물이 크게 오염되기도 했지만 어쨌든 댐건설은 연기됐고, 나아가 백지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팽배해 있는 상태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에서는 비록 힘든 싸움이었지만 더없이 귀중한 경험이었고, 앞으로 있을 환경운동에 큰 희망을 갖게 하는 일이었다.
무엇보다 동강을 둘러싼 환경운동은 지금까지 있어온 환경운동의 전범(典範)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지금까지 그 사례를 찾아볼 수 없는 많은 시민들의 동참가 관심, 환경단체와 언론 그리고 학계와 시민·종교 단체 등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이 각자의 분야에서 과학적인 자료를 제시하며 공감대를 조성한 사례 등은 일찌기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원주교구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김영진 신부)를 중심으로 한 가톨릭 교회의 움직임도 눈에 띄는 대목이었다. 힘없는 지역민들이 댐건설 저지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을 때 원주 정평위가 「반대」를 공식 선언하고 나섬으로써 가톨릭신문과 지역 언론 나아가 중앙 언론에까지 관심의 폭을 넓히는 계기를 제공한 것이었다.
원주 정평위의 이러한 활동은 지역민과 함께하는 교회 모습의 좋은 본보기가 되고있다. 지역 환경보존이라는 주민과의 공통인식을 바탕으로 교회 존재의 필요성을 사회에 각인시켜주는 사례였기 때문이다. 사실 정선 영월 지방에는 「창조질서 보존하자」는 플래카드가 수십개나 걸려 있다. 신기한 것은 이 문구 아래 ‘○○천주교회’가 씌여진 것이 아니라 ‘○○다방’, ‘○○설비집’, ‘○○주점’ 등 교회와는 전혀 상관이 없을 것 같은 상호가 적혀있는 것이다. 그만큼 동강으로 인해 지역사회에 교회의 존재가 부각된 증거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교회 환경운동의 흐름
한국 교회가 환경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한 때는 언제부터였을까.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1990년 1월 1일 세계 평화의 날을 맞아 「창조주 하느님과의 평화, 모든 창조물들과의 평화」라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교황은 종래의 추상적, 관념적, 철학적, 신학적 수준에 머물던 문헌들과는 달리 생태학적 문제들을 구체적으로 자세하게 밝히고 있다. 이 메시지는 교회 안의 환경문제에 대한 최초의 탁월하고 단일한 문헌이며 교회의 녹화사업에 있어 하나의 이정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에 앞서 UN이 1990년을 「세계환경의 해」로 지정하고 우리 정부는 환경처를 신설해 90년을 환경 원년의 해로 선포하는 등 사회적으로 환경오염에 대처하는 기류가 높아지기도 했다.
UN과 우리 정부, 교황의 메시지, 90년 3월 5일 서울서 열린 세계교회협의회 주최 「정의 평화 창조질서의 보전을 위한 제1차 세계대회」등을 통해 환경의식이 높아져 가는 가운데 90년 주교회의 춘계총회에서도 환경오염 방지 운동을 펼쳐나갈 것을 결의하고 산하 정의평화위원회와 한국 평신도사도직협의회를 환경보전을 위한 교회의 공식기구로 지정했다.
정평위는 세미나를 마련하고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위원단을 발족하는 한편 자료집 발간을 통해 구체적인 생활실천 프로그램들을 제시하기도 했다. 안동교구에서는 「생명의 공동체」가 창립되고 전교교구에서는 유해화학공장 철거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에 돌입했으며, 푸른평화가 발족되는 등 환경운동이 각 교구, 본당, 단체로 급속히 파급되기 시작했다.
이듬해 91년 3월 16일 낙동강 페놀 사건이 불거지면서 시민운동으로서 환경운동이 폭발하게 되고, 교회와 관련해서는 서울 상계동본당 새생명공동체 탄생, 녹색 평화시민운동연합 출범, 서울 한마음본부의 종파를 초월한 환경보전 공청회, 인천 계양산 개발 철회촉구, 제주개발 특별법 반대 성명 등이 있었다.
92년 폐지나 휴지를 재활용하거나, 재생비누를 사용하는 등 환경보전과 자원재활용에 동참하고 있는 본당이나 단체가 400여개로 집계됐으며 폐지 수거량만 하루 10톤에 육박했다. 환경학교가 개설되고 환경사진 공모전, 환경보호 등반대회 등이 열리면서 교육·문화 사업이 병행되기도 했다.
93년 환경윤리 종교인선언대회가 열렸으며, 인천 가톨릭 환경연구소(후에 가톨릭 환경연대로 개편)가 창립됐다. 환경운동가 숀 맥도나휴 신부가 내한해 간담회와 강연회 등을 통해 지구 생태계의 위기를 역설했으며, 북한산 개발을 저지시키기도 했고, 전국 환경사제모임의 활동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94년에는 서울 한마음본부에 환경보전부가 신설돼 환경운동을 전담하고 나섰으며 서울대교구 이재돈 신부 등 환경점담 사제가 탄생하기도 했다.
94년 구성된 영광핵발전소추방협의회는 96년 핵발전소 건축허가를 취소시키는 성과를 올렸으며 96년에는 천주교 환경감시단이 발족되기도 했다. 또한 농민주일이 제정돼 식품공해의 문제, 수입농산물의 오염, 생산자와 소비자의 연대 등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됐으며 농민회를 중심으로 환경운동이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97년에는 내린천댐 건설 반대운동을 펼쳐 이듬해 백지화의 성과를 올렸으며, 95년 출범한 수원교구 환경센터가 97년부터 그 활동의 폭을 넓혀오고 있다.
교회 환경운동의 과제
이같은 활발한 활동에도 불구하고 교회의 환경운동은 말 그대로 「운동」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개인적이고 지엽적이며 성과위주의 운동이 계속됨으로 해서 「창조질서 보전」이라는 교회 환경운동의 근본적인 뜻을 살리지 못하고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교황은 90년 세계평화의 날 메시지 중 「창조질서 보전을 위한 해결책 모색」에서 『기존의 인간중심주의에서 탈피, 다른 피조물들과 함께 평화를 누릴 수 있는 하느님 중심의 세계관을 창조적으로 모색하는 「창조신학」, 「창조적 평화신학」의 정립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의 「구원신학」을 바탕으로 환경문제를 단순히 기술처리의 문제로 또는 사목활동 거리로 보아서는 안된다는 말이며 신학적 접근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는 말이다.
정홍규 신부(푸른평화 공동대표)는 한 학술심포지엄에서 『교회가 개인영혼구령관이나 성속이원론에 묶여 정의 평화 그리고 창조질서 보전까지 뻗치고 있지 목하고 인간구원위주의 윤리만을 붙잡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제 환경운동은 영성적인 차원으로 사고전환이 이뤄져야 하고, 생명문화의 형태로 자리매겨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연대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환경운동 자체가 실체든 비실체든 거대한 집단 혹은 정신영역과의 싸움이다. 선진국이나 다국적 기업들, 정부나 대기업, 인간중심적인 사고와 생활, 소비지상주의 생활 형태 등과의 싸움에 있어 개인이나 한 집단의 대응은 무력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권위적이며 가부작적 계층구조의 교회관, 교구적 폐소성, 교회내 대화부재와 여성차별 등을 과감히 탈피해 서로 연대해야 한다. 생활협동조합의 활성화도 중요하며 나아가 시민 사회단체와의 협조도 모색돼야 한다.
신학적인 접근 및 연대와 함께 개개인의 의식 변화가 절실히 요청되고 있다. 교황은 평화의 날 메시지에서 『현대사회는 자체의 생활양식을 심각하게 반성하지 않는 한 생태계 문제의 해결책을 찾을 길이 없다. …단순과 절제, 규율과 희생정신이 인간생활의 필수가 되어야 한다』라고 경고 한다. 예응 들어 동강댐을 지어 상수원으로 사용하기보다는 물을 아껴 쓰는 의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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