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구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아시아. 하지만 아시아의 복음화율이 3% 수준에 머무르는 열악한 환경인 만큼 절대절명의 사명감을 가지고 복음화 사업을 펼쳐야 할 곳도 바로 아시아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그동안 아시아 선교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북방선교를 강조하면서, 지리적, 문화적으로 매우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 한국교회에 그 역할을 강력히 요청한 바 있다.
84년과 88년 두차례나 한국을 방문했던 교황은 북방선교 진로 개척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한국교회를 교두보로 삼고자 하는 의지를 누차 밝혀왔다. 이는 아시아교회를 향한 교황의 당부로 21세기 한국교회의 선교적 과제와 방향을 분명히 제시한 것이다. 북방선교에 있어 한국교회가 추진해야 할 최대 숙원이자 염원은 바로 북한선교다. 20세기의 마지막 분단국가. 한국교회는 이념과 체제로 갈라져 반목하며 분열된 민족사회를 화해시켜나가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시킬 책임과 의무가 있다.
민족의 과제 북한선교
한국교회가 200주년 기념사업의 한 분야로 「침묵의 교회」를 향해 조직한 첫 번째 공식적인 기구였던 북한선교부(현 북한선교위원회). 국토가 두동강으로 잘려지고 부모형제가 남북으로 생이별한 채 35년이란 세월이 지나도록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던 교회가 북한선교라는 이름으로 특별기구를 설치했다는 점에서 당시 획기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렇게 200주년 행사와 함께 시작된 북한선교 활동은 그동안 통일과 북녘 복음화에 대한 한국교회의 간절한 염원속에서 조심스럽게 전개되어 왔다.
이후 88년 서울 올림픽을 계기로 사회전반에서 통일문제가 불거져 나오면서 교회내에서도 통일문제를 교회적 시각과 사목적 입장에서 조명해 보려는 시도가 활발하게 일어났다.
88년 10월 한국천주교 통일 사목연구소가 「민족통일과 한국천주교」란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한 것을 비롯, 정의구현사제단과 정의평화위원회도 전체회의 일정에서 통일문제에 대한 강연을 듣는 등 통일문제에 대한 교회의 관심이 높아졌다.
90년대는 민족의 통일과 일치 및 북한선교를 위해 한국교회 전체 차원에서 적극 나서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된 시기.
91년 주교회의 교회법위원회는 북한선교에 대한 개념을 종전의 단순한 선교의미에서 민족의 화해와 일치라는 폭넓은 개념으로 개정함으로써 한국교회의 보다 적극적인 북한선교활동을 예고하기도 했다.
특히 서울대교구가 광복 50주년 및 분단 50주년에 해당하는 1995년 3월 1일 민족화해위원회를 발족시키며 그동안 「통일」이란 틀에 얽매여 있던 사고를 바꾸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당시 남북문제에 있어 적용되던 통일이라는 개념은 분단된 민족이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당위성만을 제시해온 것이 사실. 하지만 「화해」란 용어가 새롭게 첨가되면서 서로의 공존을 위해 우선적으로 용서와 변화가 수반돼야 한다는 기본적인 입장을 재확인하게 된 것이다.
이후 한국교회는 화해를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 「국수나누기 운동」「옥수수 보내기 운동」등 북녘동포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활발히 펼쳐나갔고, 또한 서울대교구를 비롯한 각 교구와 본당 수도회 단체 등에서 민족화해를 위한 구체적 움직임의 하나로 북한 형제들과의 만남이 이루어 졌다.
지금까지 서울대교구를 중심으로 펼쳐온 북녘동포돕기 운동의 결실로 북한에 지원된 물품이 60여억원. 여기에 여타 교구나 수도단체들의 경우까지 합치면 상당액에 이르고 있다.
또 한가지 민족의 화해를 위해 한구교회가 간과할 수 없는 것이 바로 탈북자 문제이다. 현재 800여명이 되는 그들이 2300만 북한주민을 대표할 수 없지만 탈북자는 50여년 다른 생활을 영위한 남과 북을 잇는 다리이기 때문이다.
서울대교구 사무처장 이기헌 신부는 지난 7월 10일 한국천주교평신도사도직협의회 주최로 열린 민족화해토론회에서 『탈북자들은 정부의 배려있는 정책 이상으로 이웃들의 따뜻한 관심과 사랑을 진정으로 원하고 있다』면서 『1000명도 안되는 이들을 잘 대해주지 못한다면 과연 통일이 되며 어떨지 교회와 신자들이 깊이 생각할 문제』라고 말했다.
선교의 황금어장 중국/strong>
중국은 북방선교의 중요한 거점인 동시에 그 나라 자체가 엄연한 선교의 대상이다. 아울러 북한을 직접 접촉할 수 없는 한국교회로서는 북한 선교의 발판으로서 중국교회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 할 수 있다.
가톨릭신문사는 지난 6월 한국교회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중국내 성지를 둘러보는 대장정에 오른바 있다.
성지순례중 만났던 중국교구 부철산 주교, 김페헌 주교 등은 중국교회 성장을 위해서 한국교회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심야교구장 김페헌 주교는 심양교구 신학생들이 한국 신학대학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협조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교수 인력이 부족해 신학교육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교회로서는 이 문제가 시급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중국과 한구교회는 활발하지는 않았지만 인적교류를 통한 형제교회로서의 우애를 착실히 다져나왔다. 현재 중국에 진출해 있는 사제·수도자를 비롯한 평신도, 복지단체들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서울대교구, 대구대교구, 수원교구 등에서 사제를 파견한 상태며 중국 신학생들을 초청, 국내 신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사실 오늘날 한국교회가 있기 까진 중국교회의 영향이 절대적이었다.
하지만 중국교회는 1949년 중국 공산정부가 들어서면서 난관에 부딪치고 말았다. 신정부 이후 중국교회는 공산당·정부의 통제하에 드어가면서 암흑기에 들어간 것. 79년께부터 종교정책의 변화로 어느정도 활기를 되찾고 있지만 「종교의 자유는 있으나 전교의 자유는 없다」란 종교정책을 표방하고 있는 중국정부의 단호한 입장이 유지되는 한 한국교회로서는 중국교회의 선교에 상당히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세계인구의 22%에 달하는 13억 인구가 살고 있는 중국. 선교의 황금어장인 중국을 빼놓고는 북방선교를 논할 의미조차 없는 것이다. 특히 현재 중국교회 전체 신자수가 13억 인구중 400만명에 불과해 무한한 선교의 텃밭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세계 복으모하의 관건이 중국복음화에 달려있다고 할 만큼 중국의 복음화는 한국교회가 짊어져야할 절대절명의 과제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북방선교에 있어 독립국연합 구소련 지역 선교의 필요성도 빼놓을 수 없다. 130여 종족이 사는 독립국연합의 가톨릭은 한마디로 태동기. 해외선교 지원도 매우 미흡한 상황이다.
이러한 가톨릭교회 활동과는 반대로 개신교의 선교활동은 매우 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한구교회의 보다 많은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곳이기도 하다.
구소련 지역에서 선교 활동한 사제들은 한결같이 『개신교측은 많은 물자지원과 의료활동을 벌이며 선교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구대교구는 지난 92년 3월 29일 한국천주교회사상 처음으로 구소련 선교를 위해 원유술 신부를 파견한 바 있다.
이상에서 드러났듯이 북방선교에 있어 북한교회와 중국교회, 독립국연합 구소련 지역은 한국교회가 모든 역량을 모아 일궈야할 선교의 장임에 틀림이 없다.
인천가톨릭대학 변진흔 교수는 지난해 10월 「북방 및 북한선교 전략」이란 주제의 특별강연에서 『실제로 북방선교 및 북한선교에 나서려면 중장기적인 선교 목표와 이에 접근하는 선교방식을 분명히 해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우선 창구 일원화 작업이 절실하다. 현재 개신교가 북한선교 차원에서 「창구 일원화」를 도모하고 있는 상황을 보더라도 주교회의 기구, 교구, 수도간체의 차원에서 개별적으로 진행되던 것을 길라잡이할 수 있는 총괄적 공조체제가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
그리고 북방선교에 투신할 인력양성에도 노력을 쏟아야 한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서울대교구는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진리관에서 북한지역 사목희망자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북한지역 사목희망자 모임을 결성하기도 했다.
교회관계자들은 향후 사제·수도자를 비롯한 많은 평신도 인력을 확보, 이들을 위한 인력양성 프로그램을 확대 발전시켜나감으로써 북방선교에 한층 더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와 함께 지속적인 중국교회와의 교류와 활동이 결국 북한선교에도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 교회 고위 성직자들은 92년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 북한 부총리를 접견한 자리에서 천주교 교리의 특성과 천주교가 인민에 미칠 수 있는 긍정적인 영향력을 설명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러한 예로 볼 때 중국교회는 북한으로부터 한국교회가 직접 할 수 없는 일들을 대신해 줄 수 있는 신뢰를 받고 있다. 따라서 북한교회를 재건하는 노력을 중국교회를 통한 우회전략으로 풀어갈 수 있는 대책마련도 필요할 것이다.
이밖에 지속적인 기도운동과 교회와 개인차원의 나눔운동도 지속적으로 펼쳐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새 천년이 전개되는 21세기를 앞두고 그리스도 안에서 서로 용서하고 화해하려는 우리의 마음가짐이 선행돼야 한다.
특히 남과 북은 한국전쟁을 통해 서로 원수같이 지낸 유태인과 이방인보다 더 심한 원한의 장벽을 갖고 있다. 이 장벽은 주님의 섭리로만 헐어버릴 수 있으며, 주님의 뜻에 따라 남과 북이 서로 용서하고 화해할 때 진정한 복음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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