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1970, 80년대 우리나라는 ‘고아 수출국 1위’라는 불명예스러운 평을 들어야만 했습니다. 그로부터 30여 년이 지난 최근에는 국내 입양률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난 2007년에는 국내 입양률이 해외 입양률을 넘어섬으로써 다행스럽게도 고아 수출국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세계 10위권 내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선 현재에도 크게 달라진 건 없습니다. 여전히 수많은 아이들을 해외로 입양 보내고 있는 실정입니다. 특히 장애아동의 경우는 더욱 심합니다. 거의 대부분 국외 입양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 모습입니다.
현재 국내 입양의 대다수는 아이를 갖지 못하는 부부가 자신의 대를 잇기 위한 방편으로 행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면은 국내 입양 아동의 평균 연령이 생후 만 5개월이며, 약 90% 이상이 불임 부부들에 의하여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부부들은 거짓 임신이라는 방법을 택하면서까지 자기들이 정한 분만 예정일에 맞추어 아이를 입양하고, 친자로 입적합니다. 그리고는 입양 사실이 주변에 알려질 것을 두려워하여 입양기관과 관계를 끊는다고 합니다. 물론 모두 그러는 것은 아닙니다. 행복한 가정에 입양되는 아이들도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입양기관의 입장에서 이런 현상은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혹시 학대받는 아이가 있는 것은 아닌지, 더 심하게는 성적 노리개 혹은 앵벌이를 시키기 위해 입양된 아이들은 없는지를 확인해야하지만, 관계가 끊어져 관리가 소홀해 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결국 윤리적 문제와도 결부됩니다.
이 때문에 우리는 입양에 대해 올바르게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입양은 사실 자녀를 갖지 못하는 이들에게 자녀를 제공하는 양부모 중심적인 복지 사업이 아닙니다. 입양은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서 친부모와 함께 생활할 수 없는 아이들에게 직접적인 대리 가정을 제공함으로써 아동의 생존, 보호, 정서적이고 물질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아이 중심적인 복지 사업이어야만 합니다.
그러므로 입양을 통하여 자신들의 욕구를 채우거나, 외로움을 달래서는 안 됩니다. 또한 대를 잇거나, 어떤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기보다는 아이를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아이를 위하여 무엇인가 베풀고자하는 마음이 앞서야 합니다. 즉, 하느님의 뜻에 따르는 사랑의 정신이 입양의 동기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피부색이 다른 우리나라 아이들을 입양하여 키워주신 외국인들에게 깊이 감사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군다나 장애아동들을 키워주신 분들에게는 더욱 그렇습니다. 인간의 생명을 귀하게 여기며, 인간에 대한 조건 없는 사랑을 베풀어 준 고마우신 분들입니다.
그러나 입양되는 아이들의 입장에서 볼 때 비슷한 조건이라면 외국보다는 국내가 살아가는 데 있어 더 도움이 될 것입니다. 가족이 없는 집안보다는 여러 자녀가 있는 화목한 가정이 아이의 성장에 더 좋은 영향을 미칩니다.
사실 입양을 결심하기 위해서는 많은 조건들이 필요합니다. 경제적인 조건도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정신적이고 영성적인 바탕이 먼저 이루어져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인간의 생명의 존엄성을 깨닫고, 대가 없는 사랑의 실천을 사명으로 여겨 봉사와 희생정신을 가진 사람만이 입양을 해야 할 것입니다.
입양은 쉬운 일도 아니며 아무나 할 수 있는 일도 아닙니다. 그러기에 더욱 가치 있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혹시 낙태의 경험으로 깊은 후회를 하고 계시다면 입양을 통해 생명을 살림으로써 기워 갚음이 어떻겠습니까?
물질만능주의 사고가 팽배해지고 성문화가 더욱 문란해지고 있는 현실을 살펴 볼 때, 미혼모도 더욱 늘어날 것입니다. 경제적 이유에 의하여 버려지는 아이들, 그리고 낙태되는 아이들도 많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당연히 입양이 필요한 아이들도 지금보다 더 증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나마 아주 다행인 것은 개신교 신자를 포함하여 그리스도교 신앙인들의 입양률이 40% 정도 된다는 사실입니다. 혹시 입양을 원하신다면 성가정 입양원(02-764-4741~3), 혜성 보육원(032-875-3240) 등 여러 가톨릭 기관들이 도움을 줄 것입니다.
용기를 내십시오. 생명의 주인이신 하느님께서 분명히 도와주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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