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세기 독일 신비주의 사상의 대가이자 도미니코회 사제였던 마이스터 엑카르트(Meister Eckhart·1260/61~1327/28). 신플라톤주의자이자 아리스토텔레스주의자이며, 환경수호의 성인이자 페미니즘의 선구자였던 그는 가톨릭교회 역사상 가장 수수께끼 같은 인물로 남아 있다.
중세 학자였지만 그의 사상은 하이데거, 블로흐, 데리다 같은 현대 철학자들은 물론 문학자들에게까지 영감을 불어넣으며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철학(존재론)과 신학의 최대 화두였던 초월과 내재의 문제를 독특한 언어와 표상들로 절묘히 융합한 엑카르트의 업적은 오늘날까지도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그를 20세기 이성적 서구 사상과 직관적·신비적 동양 사상을 연결할 수 있는 대표적 인물로 꼽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근 출간된 「신비학자 마이스터 엑카르트」(올리버 데이비스/이창훈 옮김/분도출판사/312쪽/1만5000원)는 마이스터 엑카르트의 삶과 영성을 체계적으로 소개한 책이다.
엑카르트의 생애와 시대적 배경을 고찰하는 가운데 그의 핵심 사상을 합일의 신학, 합일의 표상, 합일의 영성으로 나눠 심도 있게 다뤘다. ‘부정의 부정으로서의 하느님’, ‘영혼의 불꽃’, ‘영혼 속 하느님의 탄생’, ‘초탈’ 등 엑카르트의 독특한 개념 언어가 갖는 의미도 짚어냈다.
학문과 영성의 대가였던 그가 이단 심문에 회부되고 단죄를 받게 된 배경, 훗날 교황 요한 22세가 1329년 그를 단죄하는 교서 「주님의 밭에서」를 공포하기까지의 과정도 흥미롭게 추적했다. 책 말미에선 엑카르트가 당대 뿐 아니라 19세기와 20세기 여러 학자들에게 끼친 영향에 대해 살피는 가운데 그의 영성의 의미를 현대적 맥락에서 재평가했다.
저자 올리버 데이비스 교수(영국 킹스칼리지런던)는 서문에 “‘하느님이 아무것도 숨기지 않은 사람’이었던 마이스터 엑카르트는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 됐다”며 “어찌하여 그가 그토록 유별나게 취급되고 빈번히 모순되게 해석돼 왔는지를 짚어 보면서 이 연구를 시작하는 것은 그래서 적절하다”고 적었다.
※문의 02-2266-3605(서울), 054-970-2400(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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