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장애인복지법이 처음 제정되어 시행된 해가 1989년 12월이다. 벌써 20년이 지나 21주년을 눈앞에 두고 있다.
20년이라는 세월동안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많이 사라지고, 그들을 위한 복지정책도 많은 발전을 보이고 있다. 도시 외곽으로 몰려있던 장애인을 위한 이용시설, 생활시설들이 사회제반 자원과의 접근성이 유리한 장소로 서서히 옮겨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2008년 4월에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이라는 한층 발전된 법도 제정돼 2009년, 2010년 수정 보완되어 현재 시행중이다. 실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관련된 법이 발전을 한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그만큼 그에 관련된 문제가 점점 늘고 있다는 단면 또한 보여주고 있다 하겠다.
장애인복지의 기본 원칙 중 가장 중요한 내용은 바로 ‘인권 존엄의 원칙’이다. 신체적, 정신적으로 장애가 있다 하여도 한 인간으로서 생명이 존중되어야 하며, 비장애인과 동일하게 사회의 기본적인 의무와 권리가 존중되어야 한다는 지극히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사항을 강조하고 있다. 왜일까?
참으로 이상하게도 이 지극히 기초적인 것들을 모르는 사람들이 아직 너무 많다는데 그 이유가 있다.
“저 사람은 바보야. 말을 해도 못 알아듣고, 밥만 먹여주면 아무 불평 없이 일만해.”
“먹여주고 재워주면 되지, 급여는 무슨…, 솔직히 하는 일도 별로 없고, 일도 잘 못해.”
방송을 통해 우리는 이런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을 만난다.
흔히, 이론적으로 사회학에서는 사회의 약자들을 바라보는 시각을 달리하는 사람들을 따로 해석하는데 이가 바로 기능주의와 갈등주의적 시각이다. 그 시각이 어떻든 간에, 그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모두는 아니더라도 지적장애인들을 일꾼으로 부리고 있는 다수의 사람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말이다.
일한 만큼의 적당한 임금은 고사하고, 국가에서 지급하는 기초생활수급비마저도 갈취당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이른바 상품으로 치면 불량품이므로 버려도 그만인데, 그래도 사용하고 있으니 고마워해야 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적장애인들은 소위 비장애인들과 조금 다른 능력을 소유하고 있을 뿐, 부족하거나 가치가 없는 사람이 아니다. 지체장애인들은 생활이 비장애인들에 비해 정도에 따라 불편한 생활을 하고 있을 뿐, 불쌍하거나 불필요한 사람이 아니다.
우리는 누구나 언제 장애를 갖게 될지 모르는 ‘잠재 장애인’이요, 중도에 장애인이 되지 않더라도 세월이 흘러 노화가 되면 자연스럽게 장애를 겪게 될 ‘예비 장애인’이다. 우리보다 조금 더 일찍 장애를 겪고 있을 뿐, 그들과 우리는 똑같다.
하느님께서는 그 누구도 필요 없는 존재로 만드시지 않았다. 이 세상이 존재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존재로 창조하셨다. 우리는 모두 하느님을 닮은 ‘하느님의 모상(Imago Dei)’이다.
인간의 기준에 맞추어 ‘잘생겼다, 못생겼다, 정상이다, 비정상이다’라고 판단되어질 수 없는 소중하고 존엄한 존재이다. 그들이 짓는 부자연스러워 보이는 미소에서, 그들이 지르는 아무런 의미도 없어 보이는 괴성에도 하느님께서 우리 모두에게 주시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일반적으로 안경을 쓴 사람을 이상하게 바라보지는 않는다. 시력이 좋지 않아 교정하기 위해 착용을 하였기에 이를 비정상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 사람들이 안경 착용하는 것을 창피하게 생각해서 쓰지 않으려고 하고, 쓰게 될 경우에 사람들이 많은 곳을 피하게 된다면 그것이 장애가 되는 것이다.
바퀴의자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이를 창피하게 생각하지 않고, 이를 보는 사람들도 이를 이상하게 바라보지 않는다면 그 장애는 이미 장애가 아닌 것이다. 살아가는데 장해가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런 단순한 사실이 모든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날, 장애가 장해가 되지 않는 ‘하느님 나라’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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