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초등학교 아이가 선생님에게 심하게 구타를 당한 ‘오장풍 교사’ 사건을 우리는 기억한다. 폭행 수준의 학생 체벌에 많은 부모들이 분개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이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학생 체벌 금지’ 법안을 마련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체벌에 대한 찬반논란을 보며 자녀를 기르는 부모라면 학교에서의 체벌뿐만 아니라 가정에서 자녀를 체벌하는 것에 대해서도 한번쯤 성찰을 해 보았으면 한다.
매를 아끼면 아이를 망친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어린 시절에 부모로부터 가혹한 처벌을 받고 자란 사람들은 대부분 독재자가 되거나 폭군이 된 경우를 역사적인 사실로 확인할 수 있다. 솔로몬 왕이 가혹한 훈육 방법으로 기른 아들 르호보암은 압제적이고 포악한 독재자가 돼 나중에 돌로 맞아 죽을 뻔했다. 또 스탈린은 알코올 중독자인 아버지에게서 심한 학대를 받으며 자랐고 나중에는 소련의 압제자가 되었다. 예수님은 아이들을 하느님과 가까운 존재로 보았으며 절대로 학대하지 말고 사랑하라고 하셨다. 성경에 사랑은 언제나 참고 기다리며 온유한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아이를 때리는 것은 결코 참거나 온유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노르웨이나 스웨덴에서는 부모나 교사 등 누구든지 아이를 때리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인간은 누구나 신체적 품위를 보호할 권리를 갖고 있으며 아이들도 인간이기 때문에 모든 아이들은 폭력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를 갖도록 한다. 신체적 학대는 장기간에 걸쳐 해로운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라고 세계 아동학대방지협회에서는 말한다. 아이들을 때리는 것은 아이들에게 폭력을 가르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연구에 의하면 어린 시절의 체벌과 10대나 성인의 난폭한 행동 사이에는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다고 한다. 체벌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아이와 청소년의 공격적인 행동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어떤 성향을 타고나든 아이들은 삶을 파괴하려는 충동을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보살핌과 보호, 사랑을 받고 싶어 하며 또 자신을 사랑하려고 한다. 실제 대부분의 흉악범들이 어린 시절에 가혹한 학대를 경험했다고 한다.
체벌을 하는 것은 아이들 태도 때문이라기보다는 부모 자신의 내재된 화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 부모가 자제력을 잃고 화를 통제하지 못해서 화풀이의 대상으로 아이를 제물로 삼는 경우가 있다. 인간은 보통 자신의 어린 시절에 체험하고 배웠던 행동을 반복하는 경향이 있다. 부모가 ‘다 너 잘 되라는 뜻’에서 모욕과 고통을 준다는 말을 되풀이하면 아이는 평생 그 말을 믿고 살게 될지 모른다. 폭력은 폭력을 낳기 때문에 대를 이어 내려간다. 아이가 잘못했다고 맞는다면 이 아이는 동생이나 친구들이 잘못하면 자기가 배운 대로 때리는 것밖에 모를 것이다. 또 자기가 커서 어른이 된 후에도 자기 자식이 잘못하면 자기도 모르게 때리는 것으로 버릇을 고치려 할 것이다. 병원에는 아이 버릇을 고치겠다고 때리다가 상처를 입거나 돌이킬 수 없을 정도의 사고를 당하여 치료를 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카메룬의 ‘아프리카 아동 학대 추방 기구’가 자체 통계를 바탕으로 보고한 내용에 따르면 아프리카에서는 2억1800만 명의 어린이가 매를 맞는다고 한다. 아이들은 부모의 매에 맞서 저항할 수 있는 힘이 없다. 매 맞는 아이의 몸에 저장된 분노가 호시탐탐 복수를 위해 폭발할 기회를 노린다. 아프리카의 여러 종족이 벌이는 유혈분쟁에서 이러한 억압의 결과를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뇌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인간의 공격성에 대한 연구에서 전두엽에 양심이 존재한다고 한다. 일반인은 전두엽이 발달하여 전두엽에서 세로토닌을 분비하여 공격성을 억제하는 기능을 한다. 그러나 아이들이 생의 초창기와 유년기에 학대받고 매를 맞는 등 고통과 상처가 많으면 세로토닌의 분비가 덜 되어 공격적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체벌로 아이를 변화시키기보다는 아이들의 상처를 어루만져주고 고통에 대해 공감해주는 따뜻한 부모의 역할로 아이들의 행동을 변화시켜야 할 것이다.
돈 보스코 성인은 이렇게 말한다. “자녀를 사랑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들이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도록 주는 사랑이라야 합니다.” 부모가 자녀를 기르는 목표는 자녀가 행복한 삶을 살아가도록 도와주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녀를 체벌로 벌주기보다는 충분한 사랑으로 자녀 스스로 행동을 바꿔가도록 도와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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