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주일은 단순히 농민의 어려움과 고통을 이해하고 격려한다는 의미를 넘어 도시와 농촌, 생산자와 소비자가 협력하여 밥상을 살리고 우리의 생활양식을 하느님 창조질서에 합당하게 변화시켜가자는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의 목표를 달성하는 주요한 계기가 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농민주일은 농민을 위한 주일일 뿐만 아니라 동시에 농민과 삶을 연대하는 도시 소비자들의 주일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96년 7월 21일 제1회 농민주일을 맞아 당시 주교회의 우리농촌살리기운동 담당 박석희 주교의 담화문 내용중 일부다. 농민주일은 이렇듯 먹거리의 오염과 농촌 문제, 생태계의 파괴 등 인간 삶의 기본을 위협하는 주변환경들에 대한 총체적인 우려에서 제정됐다고 볼 수 있다. 여기다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타결로 인한 식량난 위기와 수입농산물의 오염은 국민의 생존권과 직결되는 문제였다.
물론 농민주일 제정에 앞서 농촌에 대한 교회의 관심은 가톨릭농민회나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등을 토앻 전달되곤 했다. 그러나 94년 출범한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이 전교회적으로 보다 책임있게 추진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주교회의는 95년 추계회의에서 매년 7월 셋째 주일을 농민주일로 지내게 한 것이다.
농민주일 제정은 농촌과 농민 농업에 대한 관심과 인식을 넓히는데 기여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교구 차원에서 치러지고 있는 농민주일 행사는 기념 미사를 비롯해 2차헌금, 우리 농산물 전시 판매, 농촌본당 및 공소 현장체험, 농민 강론 등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 이는 도시 소비자들의 농촌에 대한 인식을 재롭게 함과 동시에 농촌본당이나 공소 신자들에게 하느님 창조사업의 최일선에서 동참하고 있다는 자긍심을 심어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농민주일을 지내는 교회의 모습이 좀더 자극적이고 체계적이었으면 하는 아쉬움들이 있다. 또한 각 교구장 나아가 본당 신부의 관심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현실에서 교회 지도자들의 농촌에 대한 관심은 교구간 또는 본당간 「농촌살리기운동」의 성과에 큰 편차를 가져올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지난해 농민주일을 돌아볼 때 이렇다할 행사가 집계되지 않은 교구가 있는가 하면 2차 헌금, 특판장 개설, 교구장이나 농민의 특강, 생산지 현장체험 등의 프로그램이 교구에 따라 상당한 편차를 두고 진행되기도 했다. 물론 교구의 여건에 따른 차이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농민주일이 농민만을 위한 주일이 아니라 도시 소비자들의 주일이어야 한다」박석희 주교의 담화에서 보듯 도시교구는 도시교구 나름대로, 농촌교구는 농촌교구 나름대로 필요한 행사가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농민주일을 지내면서 우리농촌살리기의 궁극 목표인 도·농본당의 직접교류가 활성화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지금까지의 교류 형태가 주로 생산자 공동체와 소비자 공동체간의 물적 교류였다면 앞으로는 도시본당과 농촌본당의 신자들이 삶과 문화를 나눌 수 있는 그래서 진정으로 도농이 하나가 될 수 있는 장을 열어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는 당연히 본당 차원에서 이뤄져야 하는 일이고 따라서 본당 신부의 의지에 절대적으로 좌우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물론 오래전부터 교류가 이뤄져오고 있는 본당도 다수 있지만 보편화 되었다고 보기에는 아직 미흡한 감이 없지않다. 이러한 측면에서 최근 수원교구가 대희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한 14개 도농본당의 자매결연은 상당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한 농촌살리기운동의 재정확보 차원에서 농민주일 2차헌금의 남발이 바람직하지는 않다. 그러나 실제 지난해 1-2개 교구를 제외한 대부분 교구에서 2차헌금을 실시했고 올해도 실시할 예정인 것으로 파악됐다. 2차헌금의 전면 도입은 재정적인 뒷받침과 함게 교회의 보다 적극적인 의지를 드러내는 일이어서 우리농촌살리기운동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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