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감독 임권택씨가 다시 한번 성춘향 영화를 만들기 위하여 남원 땅에 촬영장을 설치하고 있는데 재미있는 것은 촬영이 끝난 후에도 그 세트는 없애지 않고 「춘향이 마을」관광지로 만들 것이라고 한다. 임감독이 남원에 가서 제일 먼저 한 일은 꽤 넓은 집을 짓고 나무를 심고 오가는 길목을 만들고 광한루에 그네도 매어 놓고 등등 필요한 세트를 순서적으로 꾸며 나갔을 것이다. 나는 문든 하느님께서도 영화감독처럼 이 세상을 하나의 세트장으로 설치해 놓으셨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그 세트장은 허물지 않고 지금까지 보존되어오고 있다.
이제 하느님께서 거대한 규모의 세트장을 설치하시는 모습을 모자. 하느님도 우선 땅이 필요하셨기에 제일 먼저 하늘과 땅을 지어내셨다. 그리고 그 순서를 보면 창조 첫째날 빛과 어둠을 갈라 낮과 밤을 만드셨다. 둘째날은 원래는 하나였던 물을 갈라서 하늘에 물과 바다가 있는 물로 나누는 작업을 하셨다. 셋째날은 바다에서 물(땅)을 그러내신 후 그 마른땅에다가 푸른 풀과 과일나무를 심어 놓으셨다. 셋째날까지 하신 작업은 공간 조성, 즉 무대장치를 해놓으셨다. 넷째날은 해와 달과 별을 만들어 하늘에 걸어두셨는데 이는 각각 낮과 밤의 표이며 말하자면 무대에 필요한 조명등이 아닌가. 다섯째날은 물고기와 새를 만드셨는데 이는 둘째날 만드신 창공과 바다의 주인공들이다. 여섯째날은 동물과 사람을 지으셨고 이는 셋째날 만드신(거기 풀과 나무도 심어놓으신) 땅의 주인공들이다. 이것을 다시 정리해 보면,
▶첫째날 : 빛과 어두움, 낮과 밤 - 넷째날 : 해, 달, 별
▶둘째날 : 창공 아랫물과 윗물 - 다섯째날 : 물고기, 새
▶셋째날 : 마른 땅, 풀과 나무 - 여섯째날 : 동물과 사람
이상에서 보듯이 첫째날과 넷째날, 둘째날과 다섯째날, 셋째날과 여섯째날이 서로 짝을 이루고 있다. 이 창조 설화는 B.C. 586년에서 B.C. 538년 사이에(바빌론 유배시기) 기록된 것이다.

▲ B.B. 586~538년 사이의 우주관
창세기 첫 장이 우주 만물의 기원을 이야기 한다고 해서 이것을 천문학이나 과학서적이라고 생각한다면 대단히 큰 착오다. 성서 저자는 당대의 과학지식을 총동원하여 이것을 썼을 것이다. 그 당시는 오늘날과 같은 발달된 과학이 없었고 그때의 모든 사람들이 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성서가 이렇게 쓰여졌다고 해서 놀랄 일은 못된다. 이 성서 내용이 말하고자 하는 보다 근본적인 의도는 「이 세상을 하느님이 만드셨다」하는 데 있다. 그 당시 앗시리아나 바빌론 등 이웃나라들의 신화인 우주개별설을 보면 선인과 익신이 전쟁을 일으켜서 선신이 이겼기 때문에 이 우주가 생겨난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히브리인 성서저자는 우주의 기원을 선신과 악신의 싸움에 두지 않고 바로 「하느님의 창조」로 태어난 것임을 말하고 있다.
임감독이 남원에 세트장을 짓듯이 우리 하느님도 이 세상이란 거대한 세트장을 완성하셨는데 두 감독님 사이에는 중대한 차이점이 있다. 임감독님은 세트장에 필요한 모든 재료를 가지고서 일을 했지만 우리 하느님은 아무 것도 없는데서 『생겨라, 갈라져라, 드러나걸, 돋아나거라, 표가 되어라, 날아다녀라, 번성하여라』하고 말씀하시니 모든 것이 창조되었다. 이것이 임감독님과 하감독님의 차이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