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가난한 도시 콜카타
나는 대학생 자원 봉사자 20명을 인솔해 방콕을 거쳐 밤늦게 인도 콜카타 공항에 도착하였다. 공항 밖의 후텁지근한 공기, 매캐하고 고약한 인도 특유의 냄새, 공항 앞 광장의 인력거꾼들, 늦은 밤에도 아랑곳없이 웃옷을 벗은 사람들의 물결이 우리를 맞이하고 있었다. 우리 일행은 덜덜거리는 버스를 타고 간신히 숙소에 도착하였다.
첫날 아침 38도가 넘는 콜카타의 후텁지근한 기온. 마더하우스를 찾아가는 우리의 발걸음은 아침부터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인구 1000만이 넘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도시 콜카타는 인도의 가난을 여지없이 대변하고 있었다. 대로변 이곳저곳에 자고 있는 사람들, 펌프의 오염된 물을 퍼 마시는 사람들, 불결하게 늘어선 노점상, 아침부터 이방인들에게 한 푼 달라고 하소연하는 장애인, 뼈만 남은 아이를 안고 구걸하는 소녀가장, 그들이 숭상하는 소가 어느 곳이나 어슬렁거리고 개까지 사람들과 뒤엉켜 자고 있는 콜카타의 거리, 아직도 불가촉천민이 존재하는데도 집권 지역 공산당의 펄럭이는 붉은 혁명 깃발. 모두가 지워지지 않는 슬픈 풍경들이다. 현지 영자 신문까지도 이 지역이 아프리카 26개국보다 가난하다고 보도하고 있다.
마더하우스의 아침 풍경
아침 6시 30분 우리가 간신히 찾아간 마더하우스는 ‘빈자의 성녀’ 복자 테레사 수녀(1910-1997)가 평생 몸 바쳐 일한 ‘사랑의 선교회관’이다. 콜카타의 서북쪽 뒷골목에 위치한 이 집은 그의 유해가 모셔져 있으며, 각국 자원 봉사자들의 집합소이기도 하다. 즉 이곳은 테레사 수녀님의 숭고한 정신을 이으려는 세계 각국의 자원 봉사자들이 몰려드는 인력 시장이다.
우리가 이곳을 방문한 이날 아침에도 예외 없이 스페인, 프랑스, 미국, 영국뿐만 아니라 한국, 일본, 홍콩 등 아시아계 봉사자들이 찾아오고 있었다. 우리가 안내된 좁은 지하 강당은 에어컨 한 대 없이 땀으로 범벅이 된 봉사자들 앞에 핸드 마이크로 전달되는 수녀님의 봉사 안내 방송만 들리고 있었다. 매일 아침 7시 공동 기도와 노래로 우리의 봉사 일과는 시작되었다. 우리 봉사자들은 첫날 6개의 봉사기관 중 프렘 단이라는 요양시설에 배정되어 봉사활동을 시작하였으며, 다음 날부터는 또 다른 요양 시설에 분산 배치되었다. 이곳에서 우리는 임종을 기다리는 사람, 고아, 장애인, 버림받은 여인들을 돌보면서 2주간의 봉사일정을 무사히 소화하였다.
마더 테레사 탄생 100주년 행사 참가
우리 팀은 봉사기간 중 테레사 수녀 탄생 100주년 기념행사에도 참가할 수 있었다. 조촐히 마련된 성당 2층 기념행사장에는 자원 봉사자들로만 채워졌다. 테레사 수녀원 20여 명의 수녀님, 젊음을 자랑하는 유럽 라틴계의 요란한 처녀 총각들, 조용한 아시아계 학생들, 인도 특유의 복장을 한 도우미들과 함께 우리 일행 20명은 약간 흥분된 기분으로 행사장에 참석하였다. 모두가 봉사의 기쁨을 나누려는 밝은 표정들이다. 행사장 단상 벽에는 참가국 20여 개국의 국기가 요란하게 장식되어 있었다. 한국의 자랑스러운 태극기도 정중앙에 자리하여 학생들의 눈시울을 붉어지게 하였다.
다시 마더 테레사를 생각하다
성녀 테레사는 이미 13년 전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숭고한 사업은 콜카타에서 계속되고 있었다. 나는 이곳에서 막연히 노벨 평화상 수상자라고만 알고 있었던 마더 테레사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바꾸게 되었다.
유럽 마케도니아에서 태어나 아일랜드에서 수녀가 되고, 이국 땅 인도 콜카타 거리에서 평생을 몸 바친 그를 다시 생각하게 된 것이다. 이곳 사람들에게 마더 테레사를 물으면 모두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존경을 표한다. 힌두교도가 인구의 80% 이상 차지하는 이곳에서 “당신들은 당신들 신에게 기도하십시오. 나는 나의 하느님께 당신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하면서 거리의 죽어가는 사람, 고아, 창녀, 장애인들을 위하여 살신성인한 그는 콜카타의 ‘위대한 어머니’가 아닐 수 없다.
아프리카에 슈바이처가 있었다면 10억의 대륙 인도에는 테레사 수녀가 있었음을 우리 인류는 영원히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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