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세계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진단하고 그 해법을 제시한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회칙 『진리안의 사랑(2009)』의 가르침을 중심으로 한국사회의 세 가지 키워드를 살펴보고자 한다.
하나.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이 회칙에서 “인간 생태학”과 “환경 생태학”과의 관계에 대하여 가르치신다.
교황님은 ‘생태계’라는 개념을 통해 어느 한 곳이 취약해지면 다른 곳이 취약해지듯이 두 영역이 상호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공존하고 있다고 설파하신다. 그리고 환경(자연) 보호의 해법으로 교육을 넘어 ‘사회의 전반적인 도덕적 자세’를 제시하신다. “생명권과 자연사의 권리가 존중되지 않고, 인간의 수정과 임신, 출산이 인위적으로 이루어지며, 인간 배아가 연구에 희생된다면, 사회의 양심은 결국 인간 생태학의 개념과 더불어 환경 생태학의 개념을 잃어 버리고 말 것”(51항)이라 하시며, 인간의 생명권 수호가 환경 보호와 밀접한 관련을 맺는 과제임을 강조하신다.
“환경에 대한 우리의 의무는 인간 그 자체에 대한 그리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 안에 있는 인간에 대한 의무와 관련되어 있습니다.”(51항)
결국 자연을 파괴하는 것이 교회가 지지하는 온전한 인간 발전을 저해하는 것이라는 가르침인 셈이다. 여전히 끊이지 않는 한국사회의 환경파괴 논란이 어떤 원리를 기준으로 합의점을 찾아야 하는지 잘 보여주고 있는 가르침이라 하겠다.
환경을 파괴하는 것에 아무런 주저함이 없는 사회는 “인간을 모욕하는 사회”(51항)이다. 그러니 환경을 살리는 일이 인간을 살리는 일이고, 인간을 살리는 일이 환경을 살리는 일이라 하겠다.
둘. 요즘 저출산 때문에 교회와 사회 모두 걱정이 많다.
젊은이들은 출산 이전에 결혼도 할 수 없는 딱한 현실에 절망하고 있다. 안정된 일자리가 없는 현실에서 결혼은 꿈도 꿀 수 없다는 것이 그들의 호소이다. 정부의 약속과 달리 고용은 창출되지 않고, 그럴수록 젊은이들과 부모들의 시름은 깊어만 간다. 이에 대하여도 베네딕토 16세는 다음과 같은 진단을 내리고 있다.
“근로 조건의 불확실성이 확산될 경우 새로운 형태의 심리적 불안이 야기되어 혼인을 포함한 장기적인 인생 계획의 수립에 어려움을 불러일으킬 것입니다. 이는 사회 자원의 낭비는 말할 것도 없고 인류가 퇴보하는 상황을 야기할 것입니다.”(진리안의 사랑 25항)
현재 우리사회가 겪고 있는 문제는 청년 실업에 그치지 않고 미래의 불행을 키우고 있다는 면에서 심각성이 있다.
청년들에게 일할 수 있는 권리를 허락하고, 노동을 통해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정부와 기업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다. 적어도 현재와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사회적 불평등이 제도적으로 증가해 사회통합이 저해되는 것은 물론 민주주의도 큰 위협을 받을 것이다.
정부, 기업, 사회가 강 건너 불 보듯 할 것이 아니라 발등의 불로 보고 해결책 마련에 서둘러야 할 것이다.
셋. 요즘 한반도 주변이 심상치 않다.
겉으로는 한미 동맹을 강화하는 시도라는데 내용적으로는 초 강대국 간의 대결 양상이다. 글로벌 빅 투(G 2)가 한반도를 사이에 두고 주도권 다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동북아 전략이 수정되면서 한반도의 평화는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이로 인해 민족의 염원인 통일도 요원해지는 듯하다. 그런데 점차 높아만 가는 긴장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태평하기만 하다. 정부의 외교정책도 근시안적이어서 동북아에서 전개될 미래를 대비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시아에서 평화의 중심이 되어야 할 한국의 모습과는 너무 거리가 멀다.
“민족들의 발전은 무엇보다도 인류는 단지 어쩌다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집단이 아니라 참된 친교 안에서 협력하는 한 가족임을 인식하는데 달려 있습니다”(진리안의 사랑 53항)라는 현 교황의 가르침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 보인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