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교회의 대표 원로이자 석학으로 손꼽히는 정 몬시뇰과 이 땅의 출판계와 방송계를 주름잡는 ‘행복전도사’ 차 신부는 오늘날 일반명사화 된 이름 ‘정의채’와 ‘차동엽’ 그 자체로 평가받는다.
두 당대인이 최근 출간된 대담집 「모든 것이 은혜였습니다」(미래사목연구소/320쪽/1만5000원)에서 급변하는 인류 공통 문화와 사회 안에서 앞으로 한국교회가 어떤 비전을 갖고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고견을 털어놓았다.
대담집은 한 세기에 걸쳐 비운의 국운과 미증유(未曾有)의 번영, 인류사의 격동과 새 천 년의 여명기를 두루 겪은 한 사제의 생생한 삶의 기록이자 예언서에 가깝다. 실제로 정 몬시뇰이 살아온 면면은 기적적인 사건의 연속이었다. 책 제목을 ‘모든 것이 은혜였습니다’로 정한 이유다.
책은 정 몬시뇰의 개인적 삶을 중심으로 전개되지만, 밑바탕을 이루는 것은 ‘인류 공통 문화의 흐름과 한국 사회와 교회’란 대주제다. 또한 그 핵심은 ‘개인과 전체의 크고 작은 모든 사건은 다름 아닌 하느님의 창조경륜에 있다’는 내용으로 귀결된다.
즉 인간이 아무리 악을 행해 하느님의 뜻을 거역해도 하느님의 창조경륜을 벗어날 수 없고, 결국은 그 창조의지의 본궤도로 돌아와 하느님의 창조경륜을 직?간접으로 실천하게 된다는 것. 정 몬시뇰은 이에 대해 “하느님의 창조경륜은 유구히 흐르는 인류 문화사의 원천을 이루기에, 인류의 삶은 결국 하느님의 창조경륜을 그때그때 실현하는 단면들이라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 책의 진가(眞價)는 의외로 대담집 말미에서 찾을 수도 있다. 정 몬시뇰은 시대의 큰 어른답게 이 민족의 최대 관심사인 통일 문제에 대해서도 그 붕괴 과정 및 독특한 대처 방안을 제시했고, 최근 우리 사회의 이슈가 되고 있는 세종시와 4대강 문제, 천안함 사태 등 주요 현안에 대해서도 조심스런 입장을 밝혔다.
차 신부는 서문에서 “정 몬시뇰님과 대담하면서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를 연상했다. 무슨 특별한 의미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런 천재성과 함께 예언자의 풍모가 말마디마다에서 번득이기 때문이었다”며 “20세기 한국의 역사와 보조를 같이한 한 거인의 족적이 담겨 있는 글들을 엮어 싣게 됨에 감히 겸허한 축하의 말씀을 올린다”고 말했다.
이번 대담집은 영문판 월간 「사목정보」(Catholic Pastoral Information)의 특별판으로도 동시 발간됐다. ※문의 031-985-2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