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세 젊은 나이부터 평생을 세상 떠난 영혼들 뒷바라지와 선교활동에 헌신해온 전 대구 대덕본당 연령회장 박상봉(마티아) 옹이 4월 16일 오후 2시50분경 노환으로 선종했다. 향년 88세.
19일 오전 10시 대구 대덕성당에서 대구대교구장 이문희 대주교, 안동교구장 박석희 주교, 대구대교구 서정덕 보좌주교 주례로 봉헌된 장례미사에는 평소 그를 믿고 따르던 많은 사제·수도자를 비롯한 신자들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타고난 연령회장」으로 칭송받던 박옹이 그동안 거둔 시신만도 수천구. 한구 한구 시신을 수습하는 그의 손길에는 고인의 넋을 위로하는 정성과 사랑이 가득했다. 임종 때 대세준 사람의 가족들 모두가 영세받았을 때 가장 보람을 느꼈던 박상봉 옹. 그에겐 기꺼이 구령사업에 동참해준 든든한 연령회원들이 있어 더없이 고맙고 기뻤다.
1912년 경남 창원군 북면 고암리 「잉어터」로 불리우는 신자촌에서 태어난 박옹의 집안은 증조부 때부터 신앙을 믿었다. 어릴 때부터 열심한 신자집안에서 성장한 박옹은 그후 20년대부터 60년대까지 경북 상주, 김천, 신동, 약목, 성주 철산 등지서 옹기굴을 찾아 옹기일을 하며 선교활동을 펼쳐왔다. 특히 그는 38~63년까지 성주 철산에서 철산공소를 만들어 성주 초전본당의 터전을 마련하기도 했다. 당시 그는 가난하고 불행한 사람들을 볼보며 주위 사람들에게 진정한 신앙인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박옹이 창설해 97년까지 회장으로 활동했던 대덕본당 연령회는 교구내에서도 가장 조직이 잘 돼 있고 관록있는 단체. 이 단체는 본당의 초상치레는 물론 타본당 신자 장례까지도 도맡아 왔다. 박옹은 10년간의 연령회 활동에서만 330여구의 시신을 거두었고, 90명이 대세를 받았다. 영세시킨 이도 240명에 이른다. 연령회 일을 하면서 비신자 가정에 교회 선교책자를 나눠주며 선교활동을 펼친 결과다. 그는 또한 대덕본당내 요셉회와 이냐시오회도 창설해 본당 심신활동에 큰 공헌을 했다. 특히 이냐시오회는 사제·수도자를 둔 부모들의 모임으로 희생과 극기로써 신앙인의 모범을 보이자는 취지로 만들어져 지금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가 일생 중 큰 보함을 느꼈던 일로는 순교자 이선이 묘 이전과 김범우 순교자 묘 발굴이다. 박옹은 지난 84년 이선이 묘를 신나무골로 이전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으며, 아울러 87년 김범우 순교자 묘 발굴에도 깊이 참여했다.
박옹이 연령사업에 뛰어들게 된건 성주 초전공소 회장 시절 장인의 권유였다. 『공소회장은 죽은 사람도 묶을 줄 알아야 한다』는 장인의 말에 따라 박옹은 염하는 법, 장례치르는 법 등을 익히게 됐다. 그는 평소 『이 일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태어났을 때 누군가 탯줄을 끊어주듯이 삶의 과정상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해왔다.
박상봉 옹은 85년 작고한 부인 박부임(루실다) 여사와의 슬하에 3남 4녀를 두었고 박도식 신부(대구효성가톨릭대학교 교수), 박문식 신부(꼰벤뚜알 성프란치스꼬 수도회)와 박애순 수녀(대구 포교 성베네딕도수녀회)의 부친이기도 하다.
■ 안동교구장 박석희 주교 추도사 - “언제 다시 회장님의 열정 뵐런지요”
박상봉 마지아 회장님을 참으로 아시는 분은 항상 박회장님으로 통합니다. 큰 기업의 회장이 아니라 옛날 공소 회장이십니다.
한국교회의 산 역사와 같은 분들이 공소 회장님이시고, 성체성사 거행이나 고해성사 이외에는 거의 모든 사목직을 수행하시던 분들입니다. 시대가 바뀌고 상황이 바뀌어도 인간 구원이라는 일은 계속 되고 있듯이 공소 회장님께서 하시던 그 일은 참으로 고귀한 일이었습니다.
박회장님이 하느님 품으로 돌아가심으로써 전통적인 공소회장직을 가지신 분을 다시는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항상 『영혼 구원이 제일이야』『살만큼 살으셨으니 이제 하느님 품으로 가야지요』『어떻게 할거요? 이제 결심 해야지』이렇게 전교하시던 모습에서 참으로 인간 구원을 위한 하느님 아버지의 열정을 보는 듯 하였습니다.
다른 사람의 구원을 걱정하시던 회장님, 마지막에는 당신 구원에 대해 걱정하시더니 그때가 벌써 당신은 하느님께로 돌아갈 시간이 임박했음을 깨닫고 계신 것이었습니다.
본당 신부님께 종부성사를 받고 싶어 하셨고, 항상 다니시던 이 대덕성당에서 장례미사가 거행되기를 바라셨습니다. 다른 분들의 임종을 돌보았지만 막상 당신의 마지막은 스스로 걱정했습니다. 이제까지 다른 분들의 임종을 돌보실 때에 경험을 살려 남은 사람들에게 평한하게 당신의 마지막을 치를 수 있을 방법을 스스로 생각하셨습니다.
이미 이 세상에서 나 저 세상에서나 모두 하느님의 세상임을 깊게 깨닫고 사신 깊은 신앙이셨고, 지칠줄 모르는 전도사요 사목자들의 손발이 되어주신 회장님, 이제 한국교회사안에서 다시 찾고 싶지만 얻을 수 없는 회장직을 모범적으로 수행하신 분이셨습니다.
신자로서 일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잘 보여주신 분이십니다.
회장님, 이제 당신이 도와주신 그 영혼들의 영접을 받으며 부활하신 주님 영광 안에 영원히 사시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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