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년을 시작하는 성탄 전야에 교황은 라틴어로 『Aperite mihi portas iustitiae』(나에게 정의의 문을 열어라)라고 시작하는 경문을 외우며 벽돌담으로 막혀 있는 베드로 대성전의 거룩한 문 -성전을 바라보면서 오른쪽에 있는- 을 은으로 만든 망치로 세 번 친다. 이어서 국무성 추기경이 이 문을 두 번 두드린다. 문을 가리고 있던 담을 제거하면 문 입구를 깨끗이 정리하게 된다. 이어서 교황은 왼손에는 촛불을 밝혀 들며 오른손에는 십자가를 들고 문 안으로 들어간다.
고대로부터 전해오는 이 전례 의식은 세 개의 다른 대성전들에서도 거행된다. 산 죠봔니 라떼란 대성전과 성 밖의 산 빠올로 대성전에서는 두 명의 수석 추기경이 전례를 집전하며, 성모 대성전(싼따 마리아 마지오레)에서는 추기경단 대표가 집전한다. 전세계에서 몰려온 순례객들은 이 문들을 통과하면서 자비로우신 아버지 하느님께서 자신들의 죄를 용서하시고 죄로 인해 받아야 할 벌을 면해 주시기를 간청한다.
희년을 시작하면서 통과하게 되는 「거룩한 문」은 성서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너희는 열어라, 정의의 문을.
그리로 들어가서 주님께 감사드리리라.
주님의 문이 바로 여기 이으니
의인들이 이리로 들어가리라.
내 말씀 들으시고 구원을 주셨으니
당신께 감사드리오리다』
(시편 118,19~21).
『야곱은 잠에서 깨어나 두려움에 사로잡혀 외쳤다. 「이 얼마나 두려운 곳인가. 여기가 바로 하느님의 집이요, 하늘문이로구나」』(창세 28,17).
『좁은 문으로 들어가거라. 멸망에 이르는 문은 크고 또 그 길이 넓어서 그리로 가는 사람이 많지만 생명에 이르는 문은 좁고 또 그 길이 험해서 그리고 찾아드는 사람이 적다』(마태 7,13~14. 참조: 루가 13,22~25 요한 10,7~9 묵시 3,20 4,1).
4대 성당의 거룩한 문에 벽돌담을 쌓았다가 새로운 희년을 시작할 때 망치로 세 번 치면서 『나에게 정의의 문을 열어라』라는 구절을 영송하게 된 것은 1500년 희년을 지낸 교황 알렉산드로 6세로부터 비롯한다.
그러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대성전의 「거룩한 문」을 벽돌로 막지 못하도록 했다. 그러므로 2천년 대희년을 시작하는 1999년 12월 24일에는 교황이 벽돌담을 허무는 대신에 단순히 청동문을 세 번 두드리는 것으로 장엄하게 대희년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2천년 대희년을 시작하는 「거룩한 문」이 열리면 교황과 더불어 모든 순례객들이 이 문을 통과하게 된다. 하느님 백성은 정의와 평화를 실천하고 가난하고 헐벗은 사람들에게 마음의 문을 열며, 지난 날의 잘못을 겸손하게 인정하고 뉘우치면서 그리스도인의 일치와 모든 신앙인들과 좋은 뜻을 가진 이들의 협력을 다짐하며 다시 한번 하느님의 사랑과 용서를 청하게 될 것이다.
로마에 있는 4대 성전의 「거룩한 문」을 열고 닫는 의식에는 매우 큰 상징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이 문들은 진실로 하느님의 자비를 원하고 청하는 사람들에게 열려 있는 하느님의 자비를 뜻한다. 구세주이시고 목자이시며 스승이신 그리스도를 통하여 아버지 하느님께 나아갈 수 있는 것처럼, 거룩한 문이 열려 있는 동안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기도하며 로마의 대성전들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지금까지의 모든 죄와 그에 따른 벌이 면해지는 전대사를 받는다. 그러나 보편적인 성격을 지닌 2천년 대희년은 로마에서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과 각 지역 교회에서도 거행되며 같은 의미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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