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부족한 사람이지만 어떻게든 문맹자들을 계몽시켜 글을 읽는 즐거움을 선사하고 싶습니다. 제 힘이 다하는 날까지 주님께서 주신 소명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노인분들을 가르치겠어요』
대구 상인종합사회복지관과 본동종합사회복지관에서 5년째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글교실을 열고 있는 김덕곤(모이세·71·대구 성요셉본당)씨. 초·중·고등학교 교사를 두루 거친 그는 지난 92년 8월 경북 의성에 위치한 「점곡 중·고등학교」교장을 끝으로 45년간의 교직생활을 마감했다. 최임 후 자신의 탤런트로 사회봉사할 기회를 찾고 있던 김씨는 당시 대구 상인본당 주임 정홍규 신부의 권유로 상인복지관 노인대학을 맡게 됐다.
전공이 국문학인터라 그는 노인대학에서 고전문학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내 어려움에 봉착했다. 이곳에 오는 노인들 대부분이 소위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문맹자.
글을 모르는 이들에게 고전문학이 귀에 들어올리 없었다.
김씨는 이들과 눈높이를 맞추어야 한다고 판단하고 바로 한글교실로 바꾸었다. 「ㄱ, ㄴ」부터 차근 차근 가르치기 시작하자 그때서야 노인들이 관심을 가지고 따라오기 시작했다고. 김씨는 수업방법도 이전에 강단에서 아이들 가르칠 때와는 확연히 다르게 시도했다. 「신바람 나는 수업」이 그것. 수업 중간 중간에 동요, 가요도 부르며 자칫 무료해지기 쉬운 수업을 재미있게 이끌어 제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올 1월에 김씨는 초급반·중급반 제자들의 글을 묶어 「시작이 반이라고」라는 제목의 책을 펴냈다. 노인학교 학생들은 그동안 갈고 닦은 한글 솜씨를 이 책에다 마음껏 쏟아 부었다. 김씨는 이 책이 나왔을 때 고생하며 가르친 보람을 느낄 수 있다고 전한다.
『이제 와서 글같은 것 배우면 뭐하냐고 부정적이던 노인분들이 글을 익히며 인생의 새로운 의미를 찾는 것 같아 매우 기쁩니다. 이 곳 한글교실의 열기는 어느 학교 수업 못지않게 진지하고 뜨겁죠』
김덕곤씨는 늘상 자신의 부족함을 느끼고 한글교실을 좀더 잘 이끌기 위해 올해 대구 효성가톨릭대학교 평생교육원에 입학했다. 그는 이곳에서 『어떻게 하면 좀더 재미있고 즐겁게 노인들을 가르칠 수 있을까?』란 큰 과제를 해결하고 싶다고 바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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