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력의 의미
우리나라 50년 헌정사에서 선거한 의한 평화적 정권교체가 처음으로 이루어졌다. 이것은 무엇보다도 한국이 비로소 민주주의 국가로서의 자격을 얻었다는 뜻도 된다.
선거에 의한 평화적 정권 교체
막상 정권교체가 이루어지고 나니까 사회여론도 다른 흐름을 이루어 나아가는 것 같다.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가 독재 권력에 의해 다섯 번이나 목숨을 잃을 뻔했고, 6년간의 옥고를 치르면서 불굴의 의지로 민주화 투쟁에 일관해 왔다는 것을 새삼스레 거론한다. 하기야 지난 시대에는 언론 매체들이 이러한 면으로는 별로 보도를 하지 않는 때문도 있을 것이다.
가톨릭신자 대통령 탄생
김대중 당선자가 세 번 떨어지고 네 번째에 당선됐다는 사실 자체도, 한 개인과 더불어 호남이라는 한 지역의 좌절이 극복되었다는 점에서 다행하고 경하할 일이다. 그런데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는 가톨릭 신자이다. 하느님의 진리에 대한 구도자이다. 이 점에서 또한 새삼스레 생각하게 되는 것들이 있다.
먼저번 김영삼 대통령도 개신교 신자였다. 그도 그리스도인인 점에서는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국정 전반에 걸쳐 참담하게 실패했다. 토마스 머튼이 쓴 글에 『아름다운 꽃이 썩으면 더 추하다』고 한 말이 있다. 교회가 늘어나도 사회는 더 혼탁해가는 것과 함께 민망하고 가슴 아프기 짝이 없는 일이다.
한국의 정권교체의 의미
가톨릭 교회는 세계적 보편 교회로서 세계 현실에 대응하는 사회교리를 가지고 있다. 역대 교황의 회칙,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 교황청 사목훈령 등이 그것이다. 그 사회교리의 요목들에 의해 오늘의 한국 정권교체의 의미를 생각해 본다.
정치권력은 하느님으로부터 온 것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치권력은 선거에 의해 부여된다. 그러나 선거를 하는 사람들은 하느님의 모습대로 창조된 하느님의 분신이며 자녀이다. 그러므로 정치권력은 하느님으로부터 온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하느님에게 되돌려져야 한다. 국가 공동체의 질서를 위해 정치는 필요하고 중요하다. 그러나 정치적 권력을 인위적 차원에서 절대시해서는 안된다. 그 권력의 근원과 귀결이 하느님의 진리에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세계관과 경제문제
정권교체기에 임해 여러 가지 사회적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출옥과 복권 조치도 있다. 국민적 화해와 대단합을 위해서라는 것이다.
화해는 곧 「평화」에 이어져야
화해는 곧 「평화」에 이어져야 한다. 평화의 개념은 무엇인가. 그것은 휴전상태라거나 억압하의 침묵이 아니다. 「정의」의 실현, 이것이 바로 평화의 진정한 개념이다. 이렇게 보면 한국 현대사 안에 있는 친일. 친독재의 잔재를 온건한 방법으로라도 반드시 청산하는 이른바 「역사 바로 세우기」가 일관성 있게 추진되어야 한다. 이것은 정의로운 가치관과 인간 존엄성에 관계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반성과 자숙 없으면 불순한 타협
오류를 저지른 이들의 반성과 자숙이 없는 풍토는 불순한 타협일 뿐 「공동선」이 아니다. 공동선의 개념은 『자유와 책임의식에 바탕을 둔 「도덕적인 힘」에 의해 인간이 자기완성을 이룰 수 있는 최선의 여건』을 뜻하는 것이다. 결코 얼버무리는 타협으로 오해되어서는 안되는 것이 공동선이다.
자유와 도덕적 힘 없는 혁명
자유와 도덕적인 힘이 없으면 이상주의 적인 혁명도 스스로 붕괴되고 만다. 그것이 1990년을 고비로 한 사회주의권의 와해이다. 물질주의, 전체주의, 폭력의 변증법, 인간의 절대적 가치에 대한 부정, 이런 요소들이 사회주의 혁명을 실패로 끝나게 했다.
정당한 사유재산제와 시장경제
그 결과로 지금 세계를 지배하는 커다란 현실원리는 자본주의인 것처럼 되어 있다. 과연 정당한 사유재산제와 시장경제 원리는 인간본성과 효율성에 가장 일치되는 것으로 교회는 긍정한다.
자본주의의 비인간화 문제
그러나 시장경제의 기능과 자유주의 통상원칙이 모든 문제를 저절로 해결하리라는 경솔한 믿음이 자본주의의 이데올로기처럼 확산되어 나아가는 것은 위험하다고 교회는 경고한다(「백주년」42항). 자본주의적 선진국에도 「인간소외」의 현실들이 있고, 제3세계는 주변화되고 강대국들로부터 착취 당하는 현실들이 남아 있다.
그러므로 자본주의가 도덕적이고 종교적인 차원의 제재마저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라면 여기에는 비인간화의 심각한 문제가 있다. 오늘날 한국이 빠져든 경제파탄의 현실이라든가 이른바 IMF와의 관계에서도 교회의 이 관점은 중요한 지적으로 참작되어야 할 것이다.
「문화」에 뿌리를 내려야
현대 가톨릭 교회는 「문화」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갖는다. 문화는 광의에 있어서 인간다운 삶을 발전시키는 상황 안에 있는 모든 것을 뜻한다. 동시에 문화는 모든 생명잇는 것이 뿌리를 내리는 토양이다. 심지어는 「복음」도 문화의 한 「누룩」이라고 현 교황이 말씀했다. 정치도 경제도 그것이 아무리 발전했어도 그 국민의 문화적 토양에 뿌리를 내리지 못한 것이라면 순식간에 헛것이 될 수 있다.
문화적 토양에 뿌리 내린 정치ㆍ경제
이 이치를 우리는 이번의 정권교체가 이루어지기 전 50년간의 파행적 정치사에서도 인식할 수 있다. 문화에 뿌리 내리지 못하는 민주주의에는 생명이 없게 된다.
한 시대의 정신을 완전히 인식하려면 당대의 역사 뿐 아니라 문학과 예술도 알아야 한다. 그 안에 사람들의 성격과 감정과 열망이 가장 예민하고 깊이있게 담겨있기 때문이다. 문화가 21세기에 새로운 부가가치 산업으로 비중이 크다는 정도의 물량적 관념으로만 문화를 보아서는 안된다.
민족 자상과제인 통일 촉진 비결
문화는 인간적인 정신의 차원이다. 「생각하는 자유」라는, 제재할 수 없는 인간본성의 풍요한 꽃밭이요 토양인 문화, 이 문화의 남북교류를 통해 민족의 지상과제인 통일도 비로소 촉진될 수 있다.
“인간 하느님을 위한” 각성 긴요
이제 정치는 정치를 위한 것이 아니다. 인간을 위한 것이고 하느님의 진리를 위한 것이라는 각성이 긴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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