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평협이 수여하는 97년도 가톨릭대상(문화부문)을 수상했던 영화감독 김영걸(안드레아ㆍ서울 금호동본당)씨 가정에서는 온가족이 둘러앉아 저녁기도를 바칠 때마다 진풍경이 벌어진다.
다섯식구가 기도를 하기 위해 저녁마다 성모상을 중심으로 둘러 앉으면 어김없이 또 다른 한 가족 불청객(?)이 끼어들어 저녁기도에 함께 참여하고 있기 때문.
그 불청객은 바로 김영걸 감독 가족이 가족처럼 보살피며 키우고 있는 새(鳥) 금화조와 십자매로, 이들 새들은 기도때가 되면 언제나 자신들의 둥지에서 날아와 가족들과 함께 기도 시간을 보내고 있다.
평상시에는 새장에서 나오질 않는 새들이지만 하루일과를 끝내고 온 가족이 저녁기도를 하기 위해 자리를 잡으면 어느틈엔가 묵주를 잡은 가족들의 손끝에 날아와 자신들만의 독특한 노래로 먼저 기도를 시작한다.
물론 새들은 재잘거림이 전부일 수 밖에 없지만 수십년째 해오던 가족기도의 분위기를 새들이 파악한 탓인지 기도 시간때만 되면 이들 새들은 특별한 방법으로 함께 기도를 봉헌하고 있는 셈이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장난삼아 기도 시간에 몇번 데리고 놀았는데 어느덧 습관이 돼 새들이 저절로 모여들고, 이젠 가족들도 새들이 참여하지 않는 기도는 재미 없어 합니다』
결혼 직후부터 줄곧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는 밤 늦은 시간에 맞춰 가족기도를 바쳐 왔다는 김영걸 감독은『이런 습관이 수십년째 이어져 오는 동안 함께 살고 있던 새들도 자연스럽게 습관화 됐기 때문인 것 같다』고 설명한다.
레오와 후크, 실버 등 새마다 각기 다른 이름을 지어놓고 이름을 부르고 있는 김영걸 감독 가족들은 레오의 경우 자신의 이름을 부르면 쫑알대며 뭔가 대꾸를 할 정도로 친숙해져 있다고 한다.
『새들이 기도중에 날아오면 분심이 들 것 같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생활화돼 전혀 분심없이 기쁨 속에서 재미있게 기도를 바칠 수 있습니다』
김영걸 감독 가족이 저녁기도를 바치는 시간은 대게 밤 11시정도,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장남 광호(요한)씨가 귀가하는 시간에 맞춰 저녁기도를 시작하자면 안나(안나ㆍ25세)와 로사(로사ㆍ20세)등 남은 가족들이 지루할 수도 있지만 새들과 함께하는 기도가 즐거워 아무 불평없이 기다리기도 한다고.
물론 김영걸 감독은 새들을 키움으로써 아이들이 어릴 적에는 탐구능력과 집중력을 키워줄수 있어 특별히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강조한다.
특히 김감독은 새들이 알을 낳고 부화해서 성장해가는 전과정을 가까이서 세밀하게 관찰할 수 있어 아이들 셋 모두 관찰력을 시험하는 전국단위 경연대회 등에서 항상 최우수상을 수상할 정도였다고 자랑한다.
항상 기도가 몸에 밴 김영걸 감독 가정에서 돌봐주고 있기에 기도시간마다 둥지에서 내려와 함께 기도에 참여하고 있다는 십자매와 금화조, 만약 이 새들이 매일 부부싸움만 하고 폭력이 난무하는 집안에서 길러졌다면 아마 이 새들도 부부싸움만 시작되면 둥지에서 내려와 함께 싸움을 거들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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