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인간이기에 갈등이 있을 수 있고, 그만 둘까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배움의 기회를 찾아다니며 저를 채찍질 하곤 합니다. 「내가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면 벌써 포기했을 겁니다.
부산시 중구 대청동에 위치한 서구종합사회복지관. 10여 평 공간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치매 노인들 사이로 화사한 웃음이 유난히 눈길을 끈다. 자그마한 체구에 고운 얼굴, 적당히 주름살이 있는 피부. 초롱초롱한(?) 눈길이 한눈에 치매 노인은 아님을 알 수 있다.
김경자(세라피나ㆍ59)씨. 매주 한 차례씩 복지관에 나와 하루 종일 치매노인들을 돌보는 그녀는 이제 이곳에서 가장 인기 있는 선생님이자 친구다.
『가정에 치매 노인이 있으면 가족과 주위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어요. 국내에도 이런 치매 노인들을 위한 보호시설이 많이 생겨야 합니다』.
김경자씨는 치매 노인들과 그림그리기며 카드를 이용한 낱말놀이. 노래방놀이를 하며 하루를 보낸다. 인지도와 기억력을 테스트하기 위한 놀이들이 주를 이룬다. 구슬 꿰기와 같은 기구를 이용한 놀이로 운동을 유도한다. 틈나는 대로 주방에서 부엌일을 돕기도 한다.
『대부분 노인들이 대ㆍ소변을 못 가려요. 기저귀를 착용하고 있지만 누군가가 봐주지 않으면 인지를 못해요』.
김씨 역시 회갑을 바라보는 나이. 이 일이 그녀에게 어느 정도의 육체적 노동을 요하는지 알만 하다.
하지만 『상주 간호사와 복지사, 수녀님들이 계셔서 제가 하는 일은 별로 없다』며 겸손해 한다.
김씨의 생활은 자원봉사의 연속이다. 교구 심리상담소에서 상담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교도사목 활동의 일환으로 부산구치소(학장동)에서 예비자 교리를 가르친다. 그전엔 소년분리소 (옛 감별소)에서 2년간 상담 및 교화 활동을 하기도 했다.
수시로 오순절 평화의 마을 등 지역 내 불우이웃과 시설을 찾아 물적 지원과 노력봉사를 한 것이 십 수 년에 이른다. 본당에서는 「즐거움의 원천」쁘레시디움 단장을 맡고 있다.
그녀의 이런 이력을 말해주듯 김씨는 교회에서 실시하고 있는 상담사교육, 간병인교육, 호스피스 자원봉사자교육 등을 이수한 보기 드문 사람 가운데 한명이다. 2년 과정의 가톨릭 교리신학원을 수료하고 전교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이에 대한 그녀의 대답은 그녀 삶의 순수함과 열정을 잘 드러내준다. 『자격증이 필요해서, 혹은 어떤 목적을 갖고 공부를 한건 아닙니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하느님을 전하려다 보니 내가 우선 알아야겠다는 생각에서 신학원을 다녔지요. 환자들을 돌볼 땐 제가 하는 처지가 제대로 된 것인지 겁이 나더라군요. 그래서 환자들을 잘 돌보기 위해 간병인교육도 받았고, 호스피스교육도 그런 이유로 받게 됐습니다』
그녀는 요즘 부산 메리놀병원에서 실시하는 1년 과정의 자원봉사자학교에 다시 나가고 있다. 새로운 자원봉사 기술을 습득할 목적도 있지만. 나태해진 자신의 마음을 다잡기 위해서다.
『저도 인간이기에 갈등이 있을 수 있고, 그만둘까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배움의 기회를 찾아다니며 저를 채찍질하곤 합니다. 내가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면 벌써 포기했을 겁니다. 하느님이 이 자리에 불러 주셔서 제가 왔습니다 하는 마음을 가진다면 늘 기쁨과 보람을 느끼게 됩니다』.
『지난 연말 사형이 집행된 사형수 가운데 2명이 신자였다』며 못내 아타까움의 눈물을 내비치는 김경자씨. 자그마한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사랑의 열정, 이것이 이 세상을 살아 숨 쉬게 하는 원동력임을 그녀는 삶으로써 보여주고 있다.
『언젠가는 저도 저들과 같은 처지가 되겠지요. 사지는 굳고 제 입만 움직일 수 있을 때, 그때라도 하느님을 찬미하고 하느님을 전할 수만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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