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을 구입하기 전에 그 옷에 달려 있는 지퍼가 YKK제품인지 먼저 살펴볼 정도로 옷 구입의 기준이 되고 있는 한국YKK(사장=원규섭ㆍ59ㆍ사도요한ㆍ서울 후암동 본당).
그 만큼 한국YKK는 그러한 명성을 입증하듯 IMF, 구제금융 시대를 맞아 많은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반해 오히려 IMF시기를 회사성장의 호기로 삼고 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금융기관을 통해 얻어다 쓴 차입금의 금리가 폭등, 원금은커녕 이자조차 갚기 어려운 지경인데도 한국YKK만은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연간 매출액이 4백억 원을 훨씬 넘고 있지만 한국YKK가 빌어다 쓴 돈은 겨우 24억 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경쟁업체인 타 지퍼제조 회사가 과중한 차입금을 견디다 못해 지난 연말부터 금년 초까지 수없이 도산한 상태여서 지퍼주문은 3배나 폭주했다. 지금은 주문업체를 선정, 선택적으로 제품을 공급할 정도로 제품생산을 제때에 해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사정이 있기 때문인지, 일간지 신문 광고란에서는 수시로 「한국YKK 귀하」로 시작되는 가짜상표 도용 사과문이 게재되고 있을 정도로 가짜 YKK제품을 생산해서 판매하다 잡힌 업체가 부지기수다. 심지어 가짜YKK상표를 버젓이 달고 방글라데시 등 동남아 국가로 수출되는 지퍼도 있을 정도다.
이러한 제품 부족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한국YKK는 금년부터 단계적으로 약 1백30억 원을 투자, 경기도 평택공장부지내에 새로운 공장을 지어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그동안 한국YKK가 지퍼생산을 크게 늘리지 못한 것은 지퍼생산이 중소기업 고유 업종으로 묶여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금년부터는 그 규제가 풀려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이게 됐다.
『실제로 지퍼산업은 염색과 도금, 방직공장, 사출 등 8개의 장치산업으로 연결돼 있어 소규모 중소기업이 담당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지난 77년에 일본 길전공업과 합작해 한국YKK주식회사를 설립한 원규섭 사장은 좀 더 일찍부터 지퍼산업이 중소기업 고유 업종에서 해제됐다면 수출을 늘여 외화획득에도 많은 보탬이 됐을 것이라며 아쉬워하고 있다.
특히 원규섭 사장은 전 세계 YKK지퍼 시장이 약 33조원에 달할 만큼 대단한 규모라고 소개하고 『그것은 곧 지퍼 하나만으로도 이처럼 큰 기업으로 성장 발전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강조하고 있다.
아울러 원사장은 사업이 잘돼 이곳저곳에 손을 됐던 선발 지퍼기업이 모두 도산해 버리는 것을 보고 『지난 20년간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지퍼산업 한우물만 파기로 더욱 굳게 결심했다』고 설명한다.
좋은 제품을 생산하는 것만이 기업의 번영을 담보해줄 수 있다고 믿고 있는 원규섭 사장의 철학 때문인지 한국YKK는 매년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투자,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최고 제품의 지퍼생산에 몰두하고 있다.
『몇 십 만 원짜리 의류나 가방이 지퍼하나 때문에 불량이 되거나 이미지가 나빠져서는 안 되겠다는 소신으로 전 직원들이 합심해 일하고 있습니다』
한국YKK 전 직원들이 이런 소신 때문인지, 바이어들이 직접 의류제조업체등과 연결시켜 주고 있을 정도로 YKK의 명성은 갈수록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4대째 내려온 모태신앙으로 수원교구 왕림성당 부근이 고향인 원사장은 30리길 성당을 걸어 다녔던 어릴 적 추억이 눈에 선할 정도로 어린 시절은 온통 성당을 중심으로 살아왔다고 한다.
회사업무가 바빠 한때는 『성당을 발로만 다녔을 때도 있었다』고 고백하는 원규섭 사장은 꾸르실료와 ME를 거쳐 현재는 서울 후암동총회장을 맡고 있을 정도로 교회생활도 열심이다.
[1998년 새해 특별기획 “함께 하면 따뜻합니다” - 신자 기업인을 찾아서] (3) 지퍼 전문업체 「한국YKK」원규섭 사장
20여 년간「지퍼」만들기만 “고집”
막대한 연구개발비 투자…타의 추종 불허
“좋은 제품 생산만이 기업 번영 약속”
불량품 없애기 전 직원 한마음
4대째 신앙…교회활동도 열심
발행일1998-02-08 [제2088호, 1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