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 전ㆍCD롬 사진집 등 준비
『나는 이재길을 좋아한다. 그의 작품 속에 등장하고 있는 여인들이 선정적이고 돋보이는 존재가 아닌 자연의 일물(一物)로서 자연과 동화되어 녹아 흐르는 정취를 보고 감탄한 적이 있다. 그는 조선의 여인에 미친 사람이다. 그가 찾고 있는 조선의 여인은 바로 조선의 영혼이다. 그래서 그의 사진 속에 등장하는 여인들은 춘향의 얼굴 같고, 인당수에 빠져 죽은 심청이의 모습이다. 이재길의 카메라는 곧 이재길의 눈동자다. 이재길의 카메라는 그처럼 그가 붙들고 늘어지는 조선의 여인으로 상징되는 조선의 마음을 정확히 표출해 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재길을 좋아한다』(소설가 최인호)
미국 「뉴욕 타임즈」가 극찬을 아끼지 않은 사진작가 이재길(다니엘)씨.
1980년대 국내 패션 광고 사진계를 독점할 만큼 독창적인 사진 기법으로 명성을 쌓은 이재길씨가 미국 유학 생활을 마치고 지난해 말 귀국했다.
명성과 부(富)를 버리고 자신의 사진 세계를 확고히 구축하기 위해 40이 넘은 나이에 미국 유학길을 택했던 그가 미국 뉴욕 스쿨 오브 비쥬얼 아트와 프렛 인스티튜트를 졸업. 순수예술(MㆍFㆍA)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개인전을 통해 미국 예술 사진계에서도 인정받을 만큼 그 영역을 넓히고 조용히 귀국한 것이다.
「순수예술 사진과 상업 사진은 구분이 없다」는 신념으로 40년 가까이 고집스럽게 탐구해온 이재길씨의 사진 주제는 바로 「창조와 이브」이다.
「열심쟁이」로 소문날 만큼 철저한 신앙인인 그답게 그가 앵글에 담는 작품들은 모두 자연의 웅대함과 여인의 미(美)가 완벽하리라고 할 만큼 조화를 이루어내고 있다.
그의 누드 작품을 보고 추하다고 말하는 이들은 아직 아무도 없다고 한다. 그가 찍은 누드는 적나라하지 않다. 그래서 모델들도 그의 작품에서만은 얼굴을 드러낸다.
『제 작품은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자신 그 자체가 주제입니다. 이브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더 잘 표현해내기 위한 하나의 부제, 매개물에 지나지 않습니다. 자연과 이브의 어울림을 통해 하느님의 걸작품인 아름다운 세상 그 자체를 보여주고 싶은 것이지요』
미국 유학 시절 이재길씨는 자신의 사진 세계에 커다란 변화를 주었다. 바로 국내에서 컬러만을 고집하던 스타일을 벌리고 고전적인 「흑백」사진기법으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유학시절 동안 짬을 내 3년간 미국 서부의 광활한 자연을 촬영한 그는 「미국의 신화」(American Myth)와 「드림 앤 판타지」(Dream&Fantasia) 등을 주제로 뉴욕에서 개인전을 가져 미국 사진 평론가들과 뉴욕 타임즈의 호평을 이끌어 냈다.
뉴욕 타임즈는 『미국 자연에서 동양의 숨결을 느꼈다』, 한지에 전사한 흑백 누드 작품전 「드림 앤 판타지」를 관람한 평론가들은 『조선 여성의 전통성, 절제성이 배어 한국 여인의 정서를 한 눈에 느낄 수 있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WOMAN&MAN」「환」「몽환」 「한국 걸작 사진전」 「몽환」(일본 동경)「환 III」(미국 뉴욕)「MY AMERICANMYTH」등 사진집을 출간한 이재길 씨는 오는 4월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귀국전과 함께 CD롬 사진집을 펴낼 예정이다.
[98년 사진 영상의 해 기획 - 한국 가톨릭 사진작가들] 6. 누드 작가 이재길씨
“웅대한 자연…아름다운 누드…기막힌 조화”
「창조와 이브」 주제 40년 탐구
“추하지 않은 누드” 이구동성
불혹넘어 유학…미언론 극찬
발행일1998-02-15 [제2089호, 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