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내 팔달산 중턱에 위치한 자선 식당 사랑의 집에서는 하루 평균 1백50여 명의 노인들에게 연중무휴 점심때마다 따듯한 식사를 대접한다.
노인들에게 한끼당 3백 원씩 받기도 하지만 그 돈은 단지. 노인들의 체면을 살려주고 얻어먹는다는 생각을 없애주기 위한 방편일 뿐. 강제로 아니며 돈이 없을 땐 완전 무료로 대접하고 있다.
그러나 수원교구 성빈첸시오 아바오로회가 수원 JC회관을 빌려 사용하는 자선 식당「사랑의 집(관장=서세택, 실무책임=김영숙 수녀)이 이처럼 노인들에게 따듯한 식사를 대접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단 한 번의 어김없이 주어진 시간에 나와 봉사하는 자원 봉사자들의 헌신적인 노고가 있기에 가능한 것.
성빈첸시오 회원들과 각본당 레지오단원을 비롯 이곳에 나와 식사준비를 해주는 단체는 수십여 곳. 물론 식사준비에 필요한 부식비는 전적으로 빈첸시오회에서 충당하고 그외 점심을 지어 대접하는 수고는 몽땅 하루씩 맡아 봉사활동을 하는 지원봉사자들의 몫으로 돌아간다.
그중에서 특별히 봉사단체중 가장 눈에 띄는 봉사 단체는 매월 셋째주일마다 나와 봉사는 「백의의 천사」들로만 구성된 수원교구 가톨릭간호사회(회장=김정선 수녀, 지도=송영오 신부)회원들.
병원에서 주사기와 체온계 등만 만지며 식당의 궂은 일을 해본 경험은 없지만 이들 간호사회 회원들은 매번 6~8명이 한조를 이뤄 자선 식당을 찾는다.
모처럼 휴일을 맞아 늦잠이라도 자고 싶은 유혹을 떨치고 간호사들은 어김없이 찾아와 쌀을 씻고 국을 끓이는 한편, 반찬 마련에 눈코 뜰 새 없이 분주한 하루를 보내곤 했다.
『굉장히 많은 양의 밥과 반찬을 담느라 무척 힘도 들지만 내손으로 이곳을 찾아온 노인들에게 따뜻한 밥을 대접한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뿌듯해지고 제자신도 기분이 좋아져요』
96년 처음 간호사회가 봉사활동을 시작할 때부터 나왔었다는 서인선(가타리나ㆍ38ㆍ원천동본당) 간호사는 이곳에서 보내는 몇 시간의 수고를 통해 신앙인으로써 또 이사회를 함께 살아가는 한 구성원으로서 값있는 도움을 얻는다고 강조하기도 한다.
사랑의 집에서 식사를 대접하는 시간은 점심때인 오전 12시 30분부터. 그러나 간호사들은 이보다 훨씬 이른 오전 9시30분에 어김없이 식당주방으로 모인다.
특이한 것은 총 1백20여 명의 가톨릭간호사회 회원들뿐만 아니라 최근엔 사랑의 집 봉사에 비신자 간호사들의 참여가 갈수록 늘고 있다는 점.
따라서 신자간호사들을 따라와 봉사에 참여했던 비신자 간호사들에게는 함께 봉하하는 삶을 통해 자연스런 전교 효과도 거두고 있는 셈이며 봉사활동을 통한 회원 간의 친교 또한 덤으로 얻고 있다는 것이 회원들의 빼놓을 수 없는 자랑이다.
무엇보다 가톨릭 간호사들은 매번 봉사활동을 올 때마다 약간씩의 부식비를 마련, 자선 식당인 사랑의 집 살림을 보태주곤 한다.
과거 행려자들이 많이 이용했던 사랑의 집에는 요즘에는 오갈 데 없는 외롭고 쓸쓸한 노인들이 주로 찾고 있는 것 같다는 간호사들은 특히 최근 들어 명퇴자와 실직자들과 같은 아직 일한 나이의 사람들도 많이 찾아오고 있어 IMF의 영향을 실감할 수 있다고 한다.
환자만을 상대로 생활하다 보면 어떤 때는 본의 아니게 짜증이 날 때도 있다. 그러나 가끔씩 찾는 사랑의 집에서 더 많은 사랑을 나눠 줄 수 있는 샘물과 같은 사랑을 배운다는 수원교구 가톨릭 간호사회 회원들.
따뜻한 밥을 한 그릇 한 그릇 씩 담아 노인들에게 대접하는 이들 간호사들의 가슴속에는 IMF한파에 움츠려든 이 사회를 녹이고도 남을 따듯한 온기가 스며있을 것이다.
[1998년 새해 특별기획 “함께 하면 따뜻합니다” - 이웃을 찾아 나서는 사람들] (4) 무료급식소에서 봉사하는 수원교구 가톨릭 간호사회
“오히려 샘물같은 사랑 배워요”
매월 셋째주일마다 따스한 정 나눠
비신자간호사 동참 증가…전교 한몫
발행일1998-02-22 [제2090호, 1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