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통령 선거를 통해 제15대 대통령으로 선출되신 김대중 당선자와 영부인 이휘호 여사를 모시고 대통령당선을 축하드리며 동시에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대통령으로서의 소임을 다하실 수 있도록 기도드리기 위해 이 미사를 봉헌합니다.
당선자께서는 당선의 기쁨도 제대로 맛보기 전에 이미 IMF시대의 경제난국과 직면하여 오늘까지 쉴 새 없이 일하셨습니다. 따라서 경제난국과 관련된 중요한 문제들의 해결의 가닥을 잡거나 해결하셨고 난국극복의 핵심과제인 노사정의 합의를 얻어내는 성과가 있었습니다.
저 자신도 대통령은 가난한 이, 소외된 이, 특히 집 없는 이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국민의 눈에서 눈물을 닦아주는 대통령이기는 희망합니다. 고질병인 지역감정 해소와 국민의 화합, 정의사회 구현을 통한 정치풍토 쇄신, 공직사회 정화, 민주주의의 정책, 남북관계 개선, 통일의 밝은 전망 등 큰 숙제가 있고 앞으로 날로 증가할 실업자문제 등 마치 김당선자가 문제의 해결사처럼 국민은 모든 문제의 해답을 기대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당면한 가장 큰 국민적 열망은 오늘의 경제 난국에 이 나라를 빨리 구해 달라는 것일 겁니다.
아울러 대통령 당선자께서는 하느님을 믿는 사람으로서 하느님께 이시간 솔로몬과 같이 지혜와 힘을 주시도록 청하시리라 믿습니다. 저와 이 시간 함께 미사를 봉헌하는 우리 모두는 하느님께서 당선자에게 청하시는 힘과 지혜를 주시도록 간절히 비는 바입니다.
그런데 하느님께서는 당선자께 당신의 힘과 지혜를 주시면서 십자가를 가르치실 것입니다. 그것은 단순히 당선자가 이제부터 대통령으로서 나라를 위해 지셔야 할 짐이 십자가처럼 무거워서만은 아닙니다. 십자가를 지지 않고서는 당선자께서 구하시는 하느님의 힘도 지혜도 받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하느님은 세상을 구하실 때 지혜를 통하시지 않으시고 당신의 아들 그리스도를 희생의 제물로 바치는 십자가를 통하여 하셨습니다. 왜냐 하면 오직 참사랑, 우리에 대한 하느님의 절대적이요 조건 없는 사랑은 십자가를 통해서만 가장 잘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결국 하느님은 당신 자신을 희생하는 지극한 사랑으로써 우리를 죄와 죽음으로 구원하셨습니다. 당선자께서 이 십자가의 이치와 신비를 깊이 깨닫고 주님의 이 자기희생과 사랑을 본받으신다면 그리하여 당신을 이 나라를 살리기 위해 아낌없이 내 놓다시피 그렇게 바치신다면 거기에 하느님의 힘과 지혜가 충만할 것이라 믿습니다.
또 거기에 당선자께서 참으로 자신을 위하지 않고 오로지 국민을 위한 대통령이 되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렇게 당신 자신을 국민을 위해 사랑으로 비우고 바칠 때, 이를 본받아 측근에서 보필하는 모든 이와 모든 장관과 국회의원들과 정치권과 공직자들이 모두 따를 때 또한 경제계가 이를 본받고 노동계도 여기에 힘을 모아 동참할 때 우리는 참으로 새롭게 태어날 것이요, 총체적 난국이라는 IMF의 한파를 잘 극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 나라를 참으로 더욱 아름답고 빛나는 나라로 만들 것입니다.
그때에 정부는 정녕 명실공히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민의 정부가 될 것입니다. 부디 그렇게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하느님의 힘과 지혜로 받아들여 주십시오. 그만큼 사람으로 마음을 비우시고 당신 자신을 온전히 내 놓으십시오. 그러면 주님의 산상수훈대로 이 땅에 하느님의 나라가 이룩될 것입니다.
부디 건강하고 역사에 남는 위대한 정치가로 대통령으로 기록될 수 있는 대통령이시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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