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전문 사진의 거장 한석홍(바오로)씨.
30년이 가까운 세월동안 외도 없이 문화재 사진만을 고집해온 한석홍씨에게는 사진가라기보다 「장인」(匠人)이란 표현이 훨씬 어울린다.
중앙대 사진학과의 전신인 서라벌예대 사진과를 1967년에 졸업한 한씨는 평화당 인쇄소사진 담당으로 잠시 근무하다 1971년 덕수궁 박물관에서 열렸던 고 이병철 전 삼성그룹회장의 소장품 도록을 만들면서 문화재 사진과 첫 인연을 맺었다.
『한마디로 운명적 만남이었습니다. 내 인생의 전환점이었기 때문이죠. 앵글을 통해 수많은 문화유산들을 접했지만 한결같이 시공을 초월하고 예술의 한계성마저 넘어선 선조들의 혼이 담긴 초월의 경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문화재를 통해 선조들의 영적 세계를 경험한 순간 자신도 모르게 손을 떨고 있었다는 한씨는 그 중압감 때문에 초기에는 도자기를 깨뜨리는 아찔한 순간이 계속되는 악몽에 시달리기도 했다.
한씨는 금동미륵보살 반가사유상과 귀형문전, 청자과형병, 청동은입사 포류수금문전병 등 국보급 문화재를 촬영하며 그 안에 스며 있는 장인들의 혼과 대화하기 시작하면서 차츰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한다.
『문화재 사진을 촬영하는데 있어 제게 가장 큰 도움을 준 것은 바로 신앙입니다. 신앙의 눈으로 우리 민족의 영성을 카메라에 담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사진을 촬영할 때 문화재에 담긴 예술혼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장인들이 받은 영감을 그대로 받아들여 사진으로 토해내고자 최선을 다합니다』
한씨는 문화재 사진이 갖추어야 할 기본 요건은 「기록성」과 「예술성」 「객관성」이라고 강조한다. 잘못 촬영하면 그대로 그 사진이 반영구적으로 존속돼 후세들에게 잘못 알려지기 때문에 철저히 상업성을 배제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래서 한씨는 문화재가 갖고 있는 형태미와 색채미를 있는 그대로 촬영, 발생을 정확하게 하는 것이 문화재 사진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현재 일본의 대표적인 출판사의 소학관에서 직업중인「세계미술전집」의 한국 문화재 부문을 작업 중인 한씨는 「세계도 자전집」 한국편, 「스키타이 황금전」 「한국 미술 5천 년 전」 「가야특별전」 「몽유도원도」 「실크로드 특별전」 「대고려국보전」등 국내외에서 열린 굵직굵직한 특별전의 도록을 제작했다.
문화재 사진의 학술성을 강조 『도록은 이동 박물관이며 자신은 이 박물관의 관장』이라고 말한 한석홍씨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3년 정도 기획해 세계 최고의 문화재인 석굴암을 촬영, 그 신비로움의 실체를 사진에 담는 것이 필생의 사업이라고 말했다.
[98년 사진 영상의 해 기획 - 한국 가톨릭 사진작가들] 7. 문화재 사진 작가 하석홍씨
“30년 조상의 혼을 담아온 장인”
“신앙의 눈으로 민족 영성 촬영”
국보급 문화재 특별전 도록 제작
석굴암의 신비 사진에 담고 싶어
발행일1998-03-08 [제2092호, 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