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신지체장애인들과 6년째 사랑 나누는 서울미아 5동본당 청년 레지오 팀
장애인의 해맑은 미소가 큰 힘
휴일도 반납하고 구슬땀 흘리며 봉사
도움이 필요한 곳엔 어디든지 달려가
밤이면 젊은이들의 열기로 가득한 대학로. 연극공연장, 카페 등이 즐비한 대학로는 젊은이들의 훌륭한 쉼터로 연일 발 디딜 틈이 없다. 하지만 거기서 조금 떨어진 한적한 주택가에 위치한 사회복지 시설에는 묵묵히 사랑을 실천하고 나누려는 젊은이들의 움직임으로 분주하다.
서울 종로구 동숭동에 있는 여성 정신지체 장애인들을 위한 서울 가톨릭사회복지회 산하「비둘기교실」(지도=박인선 신부, 책임자=최금란)에서 6년째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서울 미아5동본장(주임=최치규 신부) 청년레지오 단원들이 바로 그들. 매월 1번씩 주일날 노력봉사를 하고 있는 청년레지오 단원들은 쉴틈없이 일하느라 이마에 구슬땀이 송글송글 맺히지만, 자신들의 작은 노력으로 행복해할 비둘기교실 학생들의 해맑은 미소를 떠올리며 부지런히 움직인다. 이곳에서 할 일은 부지기수. 잔디깎기, 가지치기, 바닥청소, 액자달기, 유리창 닦기, 페인트칠…. 하루해가 짧을 정도로 손길 필요한 곳이 여기저기에 널려 있다.
서울 미아5동본당 레지오 단원들이 이곳에서 봉사활동을 하게 된 것은 우연한 계기였다. 지난 92년 비둘기교실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던 한 본당신자의 권유로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레지오단원들은 「비둘기교실」방문 후 이곳이야말로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임을 체험하고 지금까지 노력봉사를 해오고 있다.
특히 이번 봉사활동에는 군복무 중인 한 사병이 휴가 나왔다가 함께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군대 가기 전 열심히 레지오 활동하면서 이곳에서 봉사활동을 해온 이 장병은 『아쉬운(?) 휴가 기간이지만 보람된 일을 하게 돼 무척 기쁘다』고 말했다.
지난 80년에 개원한 「비둘기교실」에는 18~34세 여성 정신지체 장애인 20명이 교육받고 있다. 모두가 성인들이지만 정신 연령은 초등학교 1학년 수준.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인 생활이 불가능한 여성들이다. 「봉사자들이 하는 일도 다양하다. 학생들을 위한 음식봉사, 학생들을 지도하는 지도봉사, 그 외에 미아5동본당 레지오 단원들처럼 깨끗한 환경유지를 위한 노력봉사에 이르기까지, 많은 봉사자들이 자신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곳에서 작은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비둘기교실」책임을 맡고 있는 최금란씨는『우리교사들이 미처 돌보지 못하는 일들을 봉사자들이 성실히 도와주고 있어 무척 힘이 난다』며『특히 미아5동본당 레지오 단원들은 모처럼 쉬는 주일날 찾아와 열심히들 봉사 해주니 무척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정의의 거울」「죄인의 의탁」「파티마의 성모」등 3개 단체로 구성된 미아5동본당 청년 레지오 이들 청년단원들은 「비둘기교실」외에도 어려운 불우시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고 있다. 마더 데레사로 유명한 「사랑의 선교회」, 중복장애인들이 생활하는 「라파엘의 집」. 이런 곳에 특별히 재정적 도움은 주지 못하지만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노력봉사는 아낌없이 하고 있다. 「사랑의 선교회」에선 할아버지, 할머니 빨래 청소 등을 거들고 그들의 말동무가 되어 주기도 한다.
「죄인의 의탁」레지오단장 김대일씨는『우리 주위에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이 많다는 걸 레지오 봉사활동을 나가보면 절실히 느낄 수 있다』면서『그렇지만 이런 곳에 점점 무관심해져 가는 젊은이들을 보면 안타깝다』고 말하며 뜻있는 젊은이들의 애정 어린 관심과 활동을 부탁했다.
친형제와 같은 돈독한 우리의 뭉쳐진 미아5동본당 청년레지오단원들은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다는 한뜻 아래, 휴일도 반납하고 열심히 봉사 활동하는 사랑의 메신저. 이렇게 묵묵히 작은 사랑을 실천하는 숨은 봉사자들이야말로 이기주의와 물질주의로 황폐화되어 가는 이 땅을 지켜주는 든든한 버팀목임에 틀림없다.
◆ 성 라자로마을과 지속적인 사랑 나눈 「일본재단」회장 소노 아야코 여사
한국 나환우 사랑 25년간 흔들림 없어
라자로마을 간호사 인건비 전적으로 책임
투병중인 이경재 신부 병문안 차 급거 방한
이웃과 사랑을 나누는 일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보다 어려운 것은 그 사랑을 지속적으로 지켜나가는 일일 것이다. 한번 실천하기도 어려운 소외된 이웃과의 사랑, 그것도 현해탄 너머 한국 나환우와의 사랑을 시작하고 지난 25년간 흔들림 없이 키워온 사람, 바로 일본을 대표하는 신자작가 소노 아야코 여사다.
그의 한국사랑은 나환우와 더불어 시작됐다. 보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그의 한국사랑 대상은 성라자로마을 원장 이경재신부와 마을 나환우들이다. 지난 25년간 결코 그침이 없었던 이 사랑은 최근 이경재 신부의 병문안차 급히 한국을 방문하는 소노 아야코 여사의 모습에서 그 강도가 확인됐다.
연초 소노 아야코 여사는 남편 미우라 슈몽씨와 함께 병실로 이경재 신부를 찾았다. 수술 후 회복기에 있는 이신부를 출장 중인 태국으로부터 날아와 위문한 아야코 여사는 「존경하는 이신부님의 건강을 하느님께 지켜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한다」면서 25년의 우정과 사랑이 얼마나 진지하고 소중한 것인가 깨우쳐 주었다.
소노 아야코 여사의 한국 나환우 사랑은 25년 전 어느 날 한국의 여성작가로부터 자신의 책을 한국어로 번역했다는 국제전화를 받으면서 우연히 연결됐다. 당시 판매 수익금중 얼마정도를 받을 수 있다고 전해들은 이야코 여사는 순간 얼마 전 일본 가톨릭신문에 게재된 이경재신부의 호소기사가 떠올랐고 전화를 걸어온 사람에게 이신부를 도와드리면 좋겠다고 말했다는 것.
그 사실을 잊고 지내던 어느 날 이경재 신부는 일본으로 소노 이야코 여사를 찾아와 감사의 인사를 표했다. 당시로서는 나환우의 생계를 위해 「국제거지」의 노릇이라도 마다할 수 없었던 이신부에게 생판 얼굴도 모르는 일본의 여성작가가 도움을 주었다는 사실이 당연히 고마웠을 터였다. 대화를 나누던 중 한 사람의 도움보다는 「많은 사람의 작은 사랑」이 보다 소중하다는 이신부의 「사랑론」에 아야코 여사는 반해버렸다.
이렇게 시작된 사랑은 현해탄을 넘나들며 물경 25년이란 세월로 이어졌다. 그 25년간 아야코 여사는 라자로마을의 간호사 봉급을 책임졌고 그 약속은 한 번도 거른 적이 없었다. 그녀의 사랑을 시작으로 일본의 신자들과 맺어진 사랑의 고리는 현재까지 나환우 성형수술 수녀들의 생활비 지원, 그리고 나환우들의 해외 성지순례에의 초대에 이르기까지 줄곧 이어지고 있다.
『이신부님과 라자로마을의 만남은 하느님의 설비가 분명합니다』 하느님의 섭리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평생 나환우들을 위해 사신 이신부님을 어떻게 존경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는 아야코 여사. 그녀는 결코 감상적 차원에 치우치지 않고 이성과 판단과 현실적 필요에 다라 라자로마을을 운영해온 이신부의 사랑 방법이 라자로마을을 건강하게 키워온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지원금이나 기금사용에 대한 정확성, 그리고 여러 사람이 함께하는 사랑이 중요하다는 이신부의 신조가 오늘의 라자로마을을 건재케 했다고 생각하는 아야코 여사는 그 작은 사랑의 일부분을 함께 할 수 있었던 것이 하느님의 축복이었다고.
현재 소노 아야코 여사는 「일본 재단」(닛폰 파운데이션)의 회장을 맡고 있다. 흔히 「경륜」에 비견되는 선박경주를 통해 얻은 수익금중 3.3%를 떼어낸 기금으로 운영되는 일본재단은 일본에선 제일 규모가 큰 복지 재단. 작가인 그녀와 일본의 「도박」으로 얻은 수익금이 자본이 되는 「일본 재단」의 회장직은 「당연히」 어울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녀가 회장직을 수락하고 당당히 일본 재단을 움직이는 것은 연간 5백억~6백억 엔(한화 7천억 원 상당)규모의 엄청난 재단의 회장이면서도 단 한 푼의 급여를 받지 않고 완벽한 봉사직으로 활동한다는데 기인한다.
이밖에 해외 선교를 위해 일하는 일본의 수도자 돕기 후원회 회장을 맡아 봉사하는 아야코 여사는 동료 작가로서 삶의 동반자로서 한 길을 가는 남편 미우라 슈몽과 함께 일본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몇 안 되는 정신적 리더라 할 수 있다.
하루를 24시간으로 쪼개어 써도 부족하다는 그녀는 현재 10여 곳에 달하는 잡지와 문화 전문지 등 10여 곳에 집필, 작가로서도 왕성한 활동을 멈추지 않고 있다.
[특별기획 “함께 하면 따뜻합니다” - 이웃을 찾아 나서는 사람들] (5)
발행일1998-03-08 [제2092호, 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