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마음속 생각을 피사체를 통해 은유적으로 그려내고자 한다. 즉 작가가 표현하려는 의도대로 현실 세계를 자유롭게 재구성하는 형식을 일컫는다. 대상은 구름, 풀, 바위 등 무엇이든 될 수 있다. 그는 이런 친근한 소재로 인간의 정신세계를 표현하고자 한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는 깊이와 철학이 배어나온다.
그는 흑백전문이다. 인간의 마음을 표현하기엔 밝고 선명한 컬러보단 흑백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송씨는 처음부터 이 방면에 몰입한건 아니었다. 처음 미국에 건너가 우연한 계기에 현대사진의 아버지로 칭송받는 알프레드 스티브리츠, 마이너 화이트의 순회 사진 전시회를 보고 감동에 사로잡혀 이 길로 접어들었다.
『시애틀에서 있었던 그들의 전시회를 보고 저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들의 작품에는 철학이 담겨 있었습니다. 저는 그 전까지 보기 좋고, 아름다운 대상을 찾아 사진을 찍었었죠. 하지만 이곳에서 바로 내가 가야할 길을 찾았던 겁니다』
송씨는 어릴 때 그림에 상당한 소질이 있었다. 만약 카메라를 몰랐다면 화가가 됐을 것이라고 한다. 그의 운명은 중학교 때 카메라를 선물로 받으면서 바뀌었다. 고등학교 때는 사진서클도 하며 자신의 꿈을 키워갔다. 하지만 대학은 다른 과를 택했다. 직업으로 사진을 하기보단 원할 때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송씨는 82년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는 이곳에서 선배회사에 몸담고 있으면서도 억누를 수 없는 열정 때문에 다시 사진공부를 시작했다. 워싱턴 주(州)에 있는 하이라인 커뮤너티 대학에서 1년 과정 사진전문학교를 마치고, 메릴랜드 주(州)에 있는 몽고메리 대학에서 미학과 철학을 공부했다. 이 시기 전문학교에서 사진기술을 배웠다면 몽고메리 대학에선 철학과 사상을 배웠다. 이것이 오늘의 송씨를 있게 했다.
송씨는 지금까지 10여 차례 그룹전과 2차례 개인전을 가졌다. 그 중 미국에서만 7차례나 그룹전을 가졌다. 본업과 병행해야 하는 어려움 속에서도 기회만 닿으면 카메라를 메고 곳곳을 다녔다. 지금까지 가본 나라만 24개국. 알려지지 않은 골짜기, 들판 등이 주무대였다. 물론 국내는 말할 것도 없다.
『생업이 있기 때문에 어려움은 있지만 수출업무라 외국을 자유롭게 드나듭니다. 그 이점을 최대한 살려 반드시 그곳 풍광을 담아오곤 하죠. 특히 소련에서 독립한 슬로베니아는 결코 잊을 수 없어요. 전쟁과 내란으로 폐허가 된 건물에서 피어나는 풀을 보고 우리의 인생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진작가 보다는 사진가로 불리길 원하는 송천기씨. 그는 3월 18~24일 서울 연강홀 코닥 포토 살롱에서 2번째 개인전을 열었다. 주제는「마음의 편린 II」. 피사체는 구름이다. 국내에서 흑백 구름사진만을 전시하긴 처음이다. 그는 구름의 부드러움, 섬세함, 포근함, 격정, 무상함 등을 통해 우리 인생을 표현하고자 했다. 앞으로 「마음의 편린」이란 주제로 2번의 개인전을 더 열 생각이다.
『다음번엔 자연의 그림자를 담아볼 생각입니다. 제 평생 10번 정도 개인전을 여는 게 꿈이죠.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시는 주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