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在美)시인 마종기(라우렌시오·71)씨가 시력(詩歷) 50년을 맞아 신작 시집과 시작(詩作) 에세이집을 나란히 내놓았다.
마 시인은 우리나라 창작동화의 선구자로 꼽히는 고(故) 마해송(프란치스코·1905~1966년) 선생의 아들로 유명하다. 시인은 1939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나 부친의 권유로 연세대에서 의학을 전공한 후, 1966년 미국으로 건너가 오하이오주에서 30여 년을 방사선과 전문으로 일했다.
1959년 ‘현대문학’ 추천으로 문단에 나와 이듬해 첫 시집 「조용한 개선」을 낸 뒤, 4~6년 간격으로 시집을 출간할 정도로 꾸준히 시를 써왔다. 평범한 일상 속 경험을 서정적이고 세련된 언어로 풀어낸 마 시인의 시는 문단에 큰 반향을 일으켰고, 그에게 한국문학작가상·미주문학상·이산문학상·편운문학상·동서문학상·현대문학상 등을 안겨줬다.

▲ 시집「하늘의 맨살」
시집 전반을 관통하는 화두는 ‘그리움’과 ‘귀환’이다. 40여 년을 타국에서 살다 어느덧 고희(古稀)를 넘긴 시인의 낮고 작은 성찰의 목소리다.
‘한평생이라는 것이 / 길고 지루하기만 한 것인지 / 덧없이 짧기만 한 것인지 / 가늠할 수 없는 고개까지 왔습니다 / 그대를 지켜만 보며, 기다리며/ 나는 어느 변방에서 산 것입니까’ (‘디아스포라의 황혼’ 중)
마 시인은 “외로움을 달래고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해 시를 썼고 시는 내 삶의 방향타가 됐다”며 “생각해보면 이런 몰골로나마 계속 시를 써올 수 있었던 것도 복이 아닐까 싶다”고 책에 적었다. 또 “내 시들이 나 대신 고국에서 잘 살아준 게 고맙고 감개무량하다”고 전했다.

▲ 에세이「당신을 부르며 살았다」
미국에서 밑바닥 생활을 하며 무지막지한 고통의 시간을 보낸 수련의 시절 얘기를 비롯해 고국에 대한 그리움과 안타까움, 가슴시린 첫사랑 이야기 등 파란만장한 개인사를 조근조근 풀어놓았다.
그는 ‘작가의 말’에서 “내 문단 등단 50년을 기려주겠다고 해서 졸시 50편을 골라 그 시에 관련된 이야기나 그 분위기에 대한 글을 보태어 한 권의 책으로 묶게 됐다”면서 감회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