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의 자녀로서 기도하는 마음으로 이번 작업에 임했습니다. 바뀐 가톨릭신문 제호가 독자 분들에게 친근하고 가깝게 와 닿을 수 있다면 저로서는 더 없이 기쁘겠습니다』
가톨릭신문사는 창간 71주년을 기해 전면 가로쓰기로 거듭났다. 더욱이 제호는 신문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중요한 작업. 이런 중책을 맡았던 서예가 경후(景候) 김단희(요안나ㆍ58ㆍ서울 대치동본당)씨는 주님께서 인도해주셨기 때문에 편안한 마음으로 이번 작업을 마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단희 선생은 고체(古體)의 대가로 널리 알려진 인물. 고체(古體)는 현대적 감각과 아름다움으로 사랑받고 있는 한국의 대표적 서체다. 40여 년간 외길 인생을 걸어온 김선생은 그 동안 교회 내에서도 많은 업적을 남겼다. 그는 자신의 탤런트인 서예로 주님 구원사업에 일익을 담당해온 것.
김선생이 본격적으로 서예가의 길로 들어선 것은 84년 대한민국 미술대전 서예부문 대상을 수상하면서다. 그는 공인으로 거듭나면서 이 길이 자신의 길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 무엇보다 영향을 준 것은 아버지였다. 근대 한국 서예계를 이끌어 온 일중(一中) 김충현 선생이 바로 그의 아버지였기 때문.
고체(古體)의 창시자인 김충현 선생은 우리나라 서예계에 막대한 공헌을 해온 인물이다. 그는 우리나라 훈민정음체, 용비어천가ㆍ월인천강지곡 자형(字形)의 원리에다 한문의 전서(篆書)와 예서(隸書)의 획을 판본체에 넣어 지금의 고체(古體)를 창시했다. 이로써 그는 우리 국문의 영역을 한층 넓히고, 발전시키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번에 김충현 선생은 뜻 깊은 행사를 열고 있다. 서울 예술의 전당이 개관 10주년기념 특별전으로 3월 17일부터 4월 12일까지 김충현 선생의 작품전을 마련한 것. 그의 모든 업적이 이번 작품전에 담겨있다.
『어려서부터 훌륭한 스승을 가까이에서 모실 수 있었기 때문에 오늘의 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아버지의 그 업적에는 비교할 수가 없겠지만 제 나름대로의 길을 열심히 갈 생각입니다』
김단희 선생은 요즘 제자육성에 흠뻑 빠져있다. 그의 제자들만 30여명. 많은 후학들이 김선생의 글씨를 계승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김선생은 양적 성장보다 질적인 성장을 중요시한다. 진정한 서예가는 기법이 아닌 자신의 인격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서예는 손끝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서 시작됩니다. 글씨를 아무리 잘 쓴다 하더라도 자신의 마음과 인격이 담겨 있지 않다면 진정한 서예가가 될 수 없죠. 서예가는 올바른 글씨를 전달하는 게 사명입니다』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만큼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김단희선생은 또 다른 꿈을 가지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 추구해 왔던 길은 접어 두고 진정 자신이 원하는 작품세계를 구축하는 게 바람이다.
『지금이 제 인생의 변화의 시기라 생각합니다.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붓을 잡을 거예요. 가정생활을 겸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지만 다른 작품을 위해 최대한 시간을 배려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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