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년 대희년을 준비하면서 국내외 교회가 민족과 역사에 대한 잘못을 겸허히 사과하는 화해의 행동들을 활발하게 보이고 있어 사회적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교황청은 지난 3월 16일 나치의 유대인 학살에 대해 당시 가톨릭교회 신자들의 과오를 일부 인정하고 「수백만 유대인들을 학살한 말로 할 수 없는 비극」을 개탄하면서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윤리적 책임」을 가져야 한다고 발표했다.
교황청 유대교위원회 위원장 에드워드 I. 캐시디 추기경이 이날 발표한 「우리는 기억한다: 쇼아에 대한 반성」에서 『이 문헌은 전 세계 가톨릭교회가 유대인들의 엄청난 재난과 그 원인에 대해 반성하고 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윤리적 책임의식을 느끼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가톨릭교회는 신자들을 비롯해 모든 이들이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잘못이 있다면 회개하길 바란다』라고 촉구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이번 문헌이 과거의 오해와 불의로 인한 상처를 치유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대희년은 무엇보다도 죄의 용서와 하느님, 이웃과의 화해로 가장 큰 기쁨을 얻을 수 있는 때』라고 강조했다.
한국 교회의 경우 인천가톨릭대학교 교수단은 지난해 11월 19일 성명서를 발표, 병인양요 당시 천주교 신자들과 프랑스 선교사들이 프랑스 함대 파견을 요청하고 협력해 결과적으로 우리 민족에게 큰 고통과 상처를 안겨주는 불행을 초래한데 대해 강화도민과 민족에게 천주교인으로서 깊은 사과를 표했다.
인천가톨릭대학교 교수단의 성명은 병인양요와 관련한 교회의 공적인 첫 사과였다. 인천가톨릭대학교 교수단은 이 성명에서 또 병인양요 당시 프랑스군이 탈취해간 외규장각 도서반환을 촉구하고 『완전한 반환이 이루어질 때까지 국내외선의의 하느님 백성과 연대하여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을 천명했다.
민족사와의 화해를 위한 교회의 일련의 움직임들에 대해 일부 신자들은 『민족과 역사와의 화해는 대희년을 준비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단계』라고 지적하고, 『교회의 용기 있는 행동에 구성원으로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환영했다.
한 성직자는 『역사의 과오에 대한 교회의 사과는 강도 높은 고해성사의 거행이란 신학적 측면에서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교회의 이 같은 화해의 행동은 대희년을 향한 적극적인 회개의 여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한국 천주교회의 경우 대희년 준비를 위해 「새날 새삶」을 향한 개인과 가정, 사회와 인류의 회개와 쇄신을 촉구하는 변화된 삶을 살고자 한다』며 『신자 개개인이 자신의 과오에 대해 적극적으로 사과하고 화해를 청할 때 대희년의 참 정신이 각자와 사회에 구현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2000년 대희년 다함께 준비합시다] “민족ㆍ역사에 대한 잘못 사과” 활발
교황청, 나치의 유대인 학살 당시 가톨릭 신자 과오 일부 인정 「윤리적 책임」통감…회개 촉구
인천가대 교수단, 병인양요 당시 강화도민과 민족에 고통 초래해 사과…프랑스에 탈취 도서 반환 촉구
대희년 향한 회개 여정 “환영”
발행일1998-04-12 [제2097호, 1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