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포이동본당 「구세주의 어머니」 Pr.
“작은 사랑도 나누면 커져요”
찬거리 직접 구입…온갖 정성 다해 요리
행려자들에 ‘사랑의 정’ 듬뿍 나눠
오전 10시. 경부고속도로 서울 서초동 인터체인지에 인접한 우면산 기슭을 열심히 오르는 한 그룹의 여성들이 있다.
손에는 부식거리를 잔뜩 사들고 부지런히 발걸음을 재촉한다. 그들을 반갑게 맞이할 「신망애의 집」식구들을 생각하면서.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자리한 서울 가톨릭사회복지회 산하 「신망애의 집」(책임자=김원휴). 오갈 데 없는 남자 행려지체 정신지체 장애인들의 마지막 안식처이다. 이곳을 부지런히 왕래하며 따뜻한 사랑을 나누는 이들은 서울 포이동본당(주임=한재석 신부) 구세주의 어머니 쁘레시디움(단장=이인자) 단원들ㆍ「신망애의 집」식구들과 만난 지 불과 1년이지만 벌써 가족의 정이 듬뿍 들었다.
「신망애의 집」에 다다르자 온전히 움직이지도 못하는 몇몇 행려자들은 문밖까지 뛰어나와 단원들을 반갑게 맞는다.
행려자들에겐 이들이 어머니와 같다. 자신들을 위해 정성스럽게 식사를 마련해주는 단원들이 그저 고맙고 감사할 따름이다.
매월 첫째 수요일 「신망애의 집」에서 점심봉사 활동을 하고 있는 포이동 쁘레시디움 단원들은 영양가 있고 맛있는 반찬 만들기에 온갖 정성을 다 쏟는다. 우선 신선하고 알찬 찬거리를 구하기 위해 인근 우면시장을 들른 다. 단원들은 이렇게 준비한 부식들을 현역 주부로서의 노하우를 십분 발휘하며 사랑과 정성을 가득 담아 요리한다.
오후 12시. 정성스럽게 준비된 음식들이 밥상에 놓인다. 식사 전 기도를 바친 「신망애의 집」 가족들은 맛있게 식사를 시작한다. 하지만 이들 중엔 혼자서 식사하기 힘든 사람들도 몇 명 있다. 이들을 챙기는 것도 단원들의 몫. 단원들은 그들곁에 앉아서 한 숟가락 한 숟가락 밥을 먹여준다. 단원들의 사랑을 마음으로 느끼는지 행려자들은 웃음을 머금은 채 열심히 받아먹는다. 디저트도 있다. 단원들은 이곳 식구들이 과일 중 특히 바나나 좋아하는 걸 알고 식사 후엔 반드시 바나나를 내놓는다.
단원들은 포이동본당 남성 쁘레시디움 단원들의 권유를 받고 처음 이 일을 시작했다. 그렇지 않아도 봉사활동 할 곳을 찾고 있을 때 이미「신망애의 집」에서 봉사하고 있던 남성 단원들이 이곳을 적극 추천했다고 한다. 남성 단원들은 매월 1번씩 주일날 와서 행려자들을 목욕시키고, 음식도 직접 만들어 그들과 함께 식사를 한다.
여성 단원들이 처음 이곳을 찾았을 땐 집안으로 들어가기도 무척 곤혹스러웠다. 제대로 씻지도 못한 「신망애의 집」가족들에게서 나는 냄새가 온방을 진동했기 때문이다. 또 여성들인 탓에 남자들만 있는 이곳이 조금은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이런 환경적인 요인이 아무 문제가 될 수 없다는 걸 단원들은 금새 느낄 수 있었다. 단원들은 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물질적 베품이 아닌 바로 사랑이란 걸 한눈에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행려자들은 사람의 정이 그리웠던 것이다. 부모, 자식, 가족들에게 버림받은 이들이기에 낯선 사람들을 보면 그저 반갑고 즐겁다. 진심으로 대해주는 「신망애의 집」식구들을 보고 오히려 단원들이 많은 걸 깨달았다고 한다. 그 이후로 그들은 마음으로 교감할 수 있었다.
올해로 개원 11년이 되는 「신망애의 집」은 현재 오갈 데 없는 남자 행려 장애인들 23명이 생활하고 있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근본조차 모르고 있다. 21~63세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생활하지만 모두가 정이 그리운 사람들이기에 서로가 힘이 되고 위안이 된다.
쁘레시디움 단원 전선숙(아폴로니아ㆍ45)씨는 『이들이 우리들의 모든 죄업까지도 짊어지고 살아가는 것 같아 죄송스럽고 안타까웠다』며 『특히 여기 와서 알게 된 노인분이 어느 날 죽어 나갔을 땐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이렇게 쓸쓸히 생을 마감한 사람이 16명이나 된다고 전씨는 전한다.
모두 주부들인 탓에 남편, 아이들 뒷바라지로 생활이 빠듯하지만 조그만 사랑에 기뻐하는 이곳 식구들을 잊지 못해 즐겁게 봉사하고 있는 포이동본당 쁘레시디움 단원들. 작은 사랑이지만 함께 나누려고 하는 이들의 정성어린 마음은 자기 것 챙기기 바쁜 요즘 시대에 귀감이 되고 있다.
◆ 서울 라파엘의 집 봉사자 김도순(미카엘라)씨
“누구를 도울 수 있어 감사”
늘 밝은 웃음으로 힘든 이웃위해 봉사
“아이들과 함께 할 때 가장 행복합니다”
「IMF」란 말이 일상용어가 됐다. 경제는 몇 십 년 전으로 후퇴하고 국민들의 탄성이 곳곳에서 들린다. 모두가 이렇게 어려운 때 자신보다 더 어렵고 힘든 이웃들을 위해 헌신하는 숨은 봉사자들이 이 사회에 밝은 미래를 제시한다.
묵향 짙은 서울 인사동 거리. 골목마다 미술관, 전시실, 전통찻집 등이 즐비하다. 문화의 명소 인사동 한켠에는 따뜻한 사랑에 목마른 아이들이 생활하고 있는 「서울 라파엘의 집」(원장=최명삼)이 있다. 시각중복 장애아동들이 있는 라파엘의 집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빨래한 옷들이 눈에 띈다. 채 마르지 않는 옷들이 빨랫줄에 가지런히 널려 있다. 모든 가사일을 봉사자에 의존해야 하는 라페엘의 집은 한명의 봉사자가 더 절실한 입장. 이곳은 하루 3백여 명의 봉사자가 있어야 유지가 가능하다고 한다. 그나마 요즘은 나라가 어려워서인지 40여명만 오고 있어 운영하기가 힘들다고 한다.
김도순(미카엘라ㆍ43ㆍ서울 수색본당)씨. 3년 전부터 봉사하고 있는 김씨는 이곳에서 온갖 궂은일은 다해왔다. 식사보조, 빨래, 교사, 목욕봉사, 아이들 대소변 받기…. 심지어 재원확보를 위해 라파엘의 집이 행사를 벌일 때 거리로 나가 티켓도 판매했다.
김씨는 정해 놓고 이곳에 오지는 않는다. 수시로 왕래하며 부족한 일손을 채워준다. 매주 수요일은 바퀴벌레 방역의 날. 이날은 라파엘의 집 아이들이 김씨의 집에서 하루를 보낸다. 아이들은 이때를 가장 기다린다. 이곳에선 어머니의 포근한 사랑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정성스럽게 준비된 음식들. 편안한 집안분위기. 마치 자신들의 집에 온 듯 한 느낌을 받는다.
김씨는 아이들과 부대끼면서 정도 많이 들었다. 특히 10살 된 상하를 무척 아낀다. 상하는 시각정신지체 장애아동으로 태어나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아이다. 지난번 정기검진때 처음 알게 된 상하는 그 이후 김씨를 친엄마처럼 따른다.
『이곳 식구들은 모두 사랑이 부족한 불쌍한 아이들입니다. 태어나면서부터 버림받은 아이들이 대부분이라 부모의 정을 모르고 커왔죠. 여기 오면 할 일은 많지만 기쁘게 봉사하게 됩니다』
김씨는 라파엘의 집 최명삼(아우그스티노) 원장과의 인연으로 이곳에서 봉사를 시작하게 됐다. 최원장이 김씨 옆집으로 이사 오면서 처음 알게 됐다. 그 후론 자주 왕래하며 가족처럼 지내왔다고 한다. 지금은 고인이 된 최원장의 부인 최정애(엘리사벳)씨와는 함께 본당 레지오 활동도 했다.
라파엘의 집 최명삼 원장은 『우리가 어려울 때 도움을 청하면 언제든 성심껏 도와주고 있다』며 『이곳에서 할 일이 많아 힘든데도 늘 밝은 웃음으로 아이들을 대하며 봉사하는 고마운 은인』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다른 곳에서도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서울 갈현동에 있는 행려자 식당 「요한의 집」, 응암동 「도티병원」등에서 지난 몇 년간 봉사를 해오고 있다. 행려자 식당에서는 식사준비도 하고 철따라 김장도 담근다. 도티병원에서는 돌봐줄 연고가 없는 사람들의 간병인 역할도 한다.
『우리 주위엔 도움을 필요로 하는 데가 많더라구요. 제가 누굴 도울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주님께 늘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김씨는 본당활동도 열심이다. 수색본당 「탐복하올 어머니」쁘레시디움 단원으로 일하고 있는 김씨는 각종 본당행사는 물론이고 지속적으로 신자방문을 하며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돕고 있다.
작년 말 김씨는 인생에 있어 한차례 큰 고비를 넘겼다. 작년 11월 위암수술을 받은 것. 다행히 위암 초기여서 수술로 완치 될 수 있었다. 처음 위암선고를 받았을 때 김씨는 충격보다는 담담했다고 한다.
『저는 병자방문, 연도 등을 다니며 늘 죽음을 가까이서 접해왔기 때문에 마음이 편안했어요. 주님께서 부르신다면 기꺼이 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라파엘의 집 아이들과 함께 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김도순씨. 그는 자신이 이 세상에서 해야 할 일이 아직 많기 때문에 주님께서 건강을 허락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어렵고 불쌍한 사람들을 돕는 일에 헌신하겠다 는 김씨는 「내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라」는 주님의 말씀을 올바르게 실천하고 살아가는 모범적인 신앙인이다.
[특별기획 “함께 하면 따뜻합니다” - 이웃을 찾아 나서는 사람들] (8)
발행일1998-04-12 [제2097호, 1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