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엔 자신의 혼이 들어가야 합니다. 모든 열정과 정성을 다한 사진은 그 결과가 반드시 좋기 마련이죠. 특히 봉사로 일을 할땐 더욱더 이런 노력이 필요합니다』
교회 사적지 행사 전문사진작가 박형동(힐라리오ㆍ서울 옥수동본당ㆍ35)씨의 사진에 관한 평소 지론이다. 박씨는 지금까지 크고 작은 교회행사의 현장을 수없이 쫓아 다녔다. 작게는 본당 세례식, 부활절, 성탄 행사 등. 그는 자신이 교회에 봉사 할 수 있는 일은 사진이라 생각하고 필요로 하는 곳은 어디든 달려갔다.
폭우 속에서도 촬영
박씨는 노동사목위원회 노동법수료생 1기다. 그런 인연으로 노동청년회 행사기록은 모두 사진으로 남겼다. 특히 그는 천진암 영보수련원 하계 수련회를 잊지 못한다. 노동청년회 회원들이 거기에 도착했을 땐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하지만 박씨는 의미있는 수련회의 기록을 남기기 위해 장대비가 오는데도 부지런히 셔터를 눌렀다. 그건 그의 사명감이었다. 그에겐 현장의 생생한 숨결을 담아야 한다는 열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모든 행사는 그 의미와 뜻이 있는 법. 자칫 카메라가 손상될 수도 있지만 그에게는 그런 위험이 대수롭지 않았던 것이다.
박씨는 슬라이드 전문이다.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만큼 표현할 수 있기 때문. 그는 강원도 풍수원성당을 자주 찾아간다. 아름다운 시골 풍경에 둘러싸여 있는 그곳에는 서민의 냄새가 물씬 풍기기 때문이다.
『강원도에서 가장 오래된 풍수원성당에 가면 순수한 시골 냄새가 나서 좋습니다. 그곳에서는 많은 사진을 찍었죠. 특히 마룻바닥에 앉아 미사 드리는 신자들의 진지함을 렌즈에 담을 때는 여기가 천국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박씨는 88년 서울 명보 극장앞 「문화칼라」에 근무하며 처음 카메라를 접했다. 그 후 틈나는 대로 현장을 쫓아 다니고, 책으로는 이론을 익히며 기술을 익혀 나갔다.
그는 사진을 통해 인생의 새로운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박씨는 사진기가 되기 위해선 부지런함과 끈기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박씨의 경우 한 컷을 찍기 위해 2~3시간 한 자리에서 기다리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91년 세례를 받은 박씨는 현재 가톨릭사진작가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영상친구들」 사진동아리 지도를 맡고 있는 박씨는 매월 1번씩 동아리 회원들과 함께 본당, 성지 등을 찾는다. 유서 깊은 성지와 본당을 렌즈에 담기 위해 전국을 누비고 다녔다.
『동아리 회원들과 함께 교회의 숨결이 살아 숨 쉬는 성당과 성지를 찾는 일은 정말 보람 있습니다. 성지에 가면 신앙선조들의 굳센 신심이 흘러넘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박씨는 교회의 발자취를 담는 일에 작은 부분이나마 일조하는 게 바람이다. 그는 최근 몇 년간 주일이면 교회행사 등으로 쉬어본 기억이 거의 없다고 한다. 몸은 힘들지만 누구보다 기쁜 마음으로 봉사하고 있는 박형동씨. 그는 특히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이나 장애인들이 부탁하는 경우엔 어떤 일도 마다 않고 봉사하고 있다.
『미력하지만 제가 교회에 봉사할 수 있어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저로 하여 다른 사람들이 기뻐할 수 있다면 그것이 큰 보람이죠. 나중에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들었을 때 그동안 모아 두었던 사진들을 가지고 개인전을 한번 가지는 것이 꿈입니다』
[98년 사진 영상의 해 기획 - 한국 가톨릭 사진작가들] 10. 행사 기록 사진 전문 박형동씨
역사를 기록하는 심정으로 “찰칵”
「작가 의식」「봉사 정신」 겸비
교회서 부르면 어디든 달려가 현장의 생생한 숨결 담는 프로
발행일1998-04-12 [제2097호, 1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