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광고 사진작가협회 1백여 명의 회원 중 유일한 여성인 「산 스튜디오」 대표 손영자(안젤라ㆍ서울 양재동본당ㆍ49)씨. 30년간 외길 인생을 걸어온 손씨는 남성들만의 고유 영역처럼 여겨지는 사진계에서 당당히 우먼파워를 과시하고 있다. 그의 명함을 보면 쉽게 그 활약상을 짐작할 수 있다. 미술사진, 광고사진, 슬라이드 제작. 90년도엔 한국을 움직이는 1백인 여성에 뽑히기도 한 손씨는 이처럼 다방면에서 확실한 입지를 구축한 것.
71년 서라벌예대(현 중앙대) 사진과를 졸업한 손씨가 미술작품에 관심을 가진 건 「동출 문화사」라는 잡지사에서, 미술작품을 소개하는 「동양화 명작집」 출판을 맡으면서다. 이때부터 자신만의 섬세한 예술성을 발휘, 회화는 물론 조각, 공예품 등 미술작품을 찍는데 흠뻑 빠져 들었다.
여기엔 어려서부터 그림에 소질이 있었던 손씨는 예술적 재능도 한몫했다. 그동안 화단의 작가들 대부분이 손씨를 거쳐 간 만큼 희귀한 슬라이드도 많이 소장하고 있다. 그 중엔 운보(雲甫) 김기창 화백의 작품도 있다.
『작가들의 혼이 깃든 미술품을 찍어내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죠. 그만큼 많은 노력과 인내가 요구 됩니다. 이제는 경력이 쌓여 어떻게 하면 돋보이는 작품사진을 찍을 수 있는지 느낌이 옵니다』
손씨의 행보가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그는 우선 남자들의 잘못된 편견부터 바로 잡아야 했다. 그를 작가로서가 아닌 여자로 보려고 하는 남자들의 그릇된 시각이 손씨에겐 가장 참기 힘든 시련이었다. 하지만 그는 사진에 대한 남다른 열정과 신앙으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사실 맘 고생도 많이 했습니다. 이럴 때 가장 힘을 준 게 신앙이었어요. 제가 세례를 받고 하느님의 자녀가 되던 날 저는 주님께 이겨나갈 수 있는 힘을 달라고 간절히 기도했었죠』
81년 남편 이동근씨와 함께 예술의 거리 인사동에 「산 스튜디오」를 차린 손씨는 그동안 전시회용 팸플릿, 화집용으로 회화ㆍ조각ㆍ공예품 등의 미술품을 주로 찍어왔다. 아울러 그는 출판사ㆍ잡지사 의뢰로 인터뷰 사진을 찍기도 하고, 현장 촬영을 위해 지방출장도 마다 않는 맹렬여성이다. 지금은 인사동 외에 강남에도 「산 스튜디오」를 개점했다.
한국광고사진작가협회와 한국 사진작가협회 회원인 손씨는 후진 양성에도 적극적이다. 그는 성신여대, 인천대학교, 한신대 등에서 후학들을 지도하고 있다.
손씨는 사진분야가 갈수록 전문화됨으로써 여성작가의 설 자리가 넒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그는 소비문화ㆍ여성문화가 활기를 띠면서 패션 요리 가구 공예품 등의 작품사진에는 섬세한 감수성을 지닌 여성이 더욱 유리하다고 강조한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주어진 대상에 생명력을 불어 넣는 작업입니다. 찍는 대상에 대한 애정과 인고의 시간이 없다면 좋은 작품이 나올 수가 없어요. 발바닥에 못이 박히도록 뛰어다니고 부딪칠 때 좋은 작품이 탄생하는 겁니다』
사진에 매달려 30여년을 달려온 손영자씨의 진지한 얼굴에서 진정한 「사진전문가」로서의 면모를 발견한다.
[98년 사진 영상의 해 기획 - 한국 가톨릭 사진작가들] 11. 미술ㆍ광고 사진 전문 손영자씨
“원화보다 더 돋보이는 사진”
유명화가 작품집 대부분 제작 남자 세계에 우뚝선 맹렬 여성
「한국을 움직이는 1백인」에 뽑히기도
발행일1998-04-19 [제2098호, 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