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은 타 종교에 비해 비교적 엄숙하고 경건해 보인다. 그렇다면 평범한 가톨릭 신자들도 신앙에 대해 엄숙함과 진지한 태도를 갖고 있을까? 결코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여기서 평범한 가톨릭 신자란 별 것 아닌 일로도 잘 웃지만 일상의 작은 상처에도 잘 우는 사람들이다. 가족과 이웃에게 선의를 베풀지만 언제든 타락해 죄를 지을 수 있는 사람들이다. 하느님께 의탁하면서도 때로는 나쁜 짓을 하는 사람들이다.
「나쁜 가톨릭 신자의 착한 생활 가이드북」(존 즈미락·데니스 매티코비악/이창훈 옮김/보누스/310쪽/1만1000원)이란 흥미로운 제목의 이 책은 그런 평범한 가톨릭 신자들을 위한 ‘신앙생활 지침서’다. 지침서지만 권위를 갖고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해학과 풍자로 공감하며 스스로 신앙을 돌아보게끔 하는 책이다.
저자 존 즈미락(John Zmirak)씨 역시 사제나 신학자가 아니다. 스스로를 ‘세속적이고 불성실한 신자’라고 고백하는 그는 현재 온라인 가톨릭 매거진(Godspy.com)의 객원 논설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책은 1월부터 12월까지 성인들의 축일을 따라가면서 그날의 교회사와 성인 이야기를 웃음과 해학, 풍자를 곁들여 풀어냈다. 주목할 점은 이 책에 등장하는 90여 명의 성인들이 고난을 겪고 고통 속에 죽어가면서도 위트와 웃음을 잃지 않았다는 것이다. 예컨대 성 라우렌시오는 석쇠 위에서 서서히 구워지면서 죽는 징벌을 받았음에도 로마 병사들에게 “이쪽은 다 구워졌으니 나를 뒤집어도 되네”라며 농담을 던지고, 마지막 숨을 거두면서는 “이제는 나를 먹어도 되겠네”라고 속삭여 그들을 경악게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교회는 훗날 라우렌시오를 요리사들의 수호성인으로 선언했다.
저자는 특별히 책 서두에 유머를 사랑하면서도 인간적이었던 전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게 경의를 표하는 헌사를 실었다. 코미디언들이 영화 ‘배트맨’을 흉내낼 때와 비슷한 포즈의 표지 사진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1999년 모국 폴란드를 방문한 당시 기자들에게 익살을 부리는 모습을 담은 것이다.
※구입 문의 02-333-3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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