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아마비 장애인으로서 세 번이나 암투병을 했던 장 교수의 삶을 두고 사람들은 ‘천형(天刑) 같은 삶’이라고 했지만, 그는 늘 밝고 당당한 모습으로 자신의 삶은 ‘천혜(天惠)의 삶’이라 응하며 주변에 희망과 용기를 전했다.
이번 유고집은 장 교수가 생전에 사랑했던 영시(英詩)와 영미문학 에세이, 신문에 연재했던 칼럼 중 미출간 원고를 모은 것이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눠 1부는 ‘에세이스트 장영희’의 모습을 그렸다. 버지니아 울프, 찰스 디킨스, 톨스토이 등 고전의 대가들의 주요 작품을 일상의 경험 속에 녹여낸 산문들이 주를 이룬다. 누구보다 진실하고 성실하게 하루하루를 살았던 장 교수가 평범한 일상에서 만난 생의 기쁨과 소박한 깨달음이 아름다운 문장에 담겼다.
2부에선 평생 문학과 함께해오고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문학에 대한 애정을 놓지 않았던 ‘영문학자 장영희’를 만날 수 있다. 우리에겐 익숙하지 않은 영미 문학의 아름다운 구절들을 번역하고 해설을 겸한 에세이 30편이 수록됐다.
책 말미는 장 교수를 사랑하고 기억하는 사람들이 만든 ‘끝나지 않은 이야기’들이다. 가족과 지인 등 많은 이들이 마음을 모아 글을 쓰고, 노래를 만들었다. 시인 이해인 수녀(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65)와 소설가 박완서(정혜 엘리사벳·79)씨가 각각 ‘장영희 1주기에 부치는’ 시와 편지를 썼다. 또 고인의 어린 시절부터 성년에 이르는 다양한 사진과 연보도 함께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