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광역시 동구 화수동 동인천역 근처엔 ‘거짓말’ 같은 식당이 하나 있다. 지난 2003년 4월 1일 문을 연 ‘민들레 국수집’이다. 간판은 국수집이지만, 정작 국수는 팔지 않는다. 배고픈 사람이라면 누구나 찾아와 무료로 밥을 먹을 수 있다. 이곳에선 손님들이 줄을 서지 않는다. 무조건 오래 굶고 제일 배고픈 사람이 먼저다. ‘노숙인이나 배고픈 사람들은 모두 세상의 줄서기 경쟁에서 밀려난 꼴찌들인데, 국수집에서마저 줄을 서서 밥을 먹어야 한다는 것은 너무 끔찍하다’는 이 집의 주인장 서영남(베드로·56)씨의 신념 때문이다.
그가 「민들레 국수집의 홀씨 하나」(휴/276쪽/1만2000원)란 제목의 책 한 권을 세상에 냈다. 나누는 삶의 행복과 희망, 국수집과 함께해준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수필집이다.
‘배고픈 사람에게 밥을 대접하는 서영남 전직 수사 이야기’란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 그는 수사(修士)였다. 1976년 한국순교복자수도회에 입회해 교정사목에 헌신하며 사반세기를 수도자로 살다 2000년 환속했다. 소외되고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그에게는 세상의 모든 약자들이 하느님이었다.
주위의 도움으로 단칸방을 마련해 출소자들과 함께 지냈다. 그러던 중 노숙인들이 지하철역에서 밥 한 그릇을 먹기 위해 긴 시간을 기다리는 것을 목격했다. 그 광경에 내내 가슴 아파하던 그는 그 길로 자신이 직접 국수집을 차렸다.
지난 8년 동안 민들레 국수집에선 매일 하느님 나라의 잔치가 벌어졌다. 점심을 걸러 모은 돈을 전해주는 우체부와 폐지를 모아 번 돈을 내놓은 할머니, 영치금을 모아 보내오는 교도소의 형제들과 무시로 찾아와 온몸으로 봉사하는 착한 이웃들 덕분이다. 정부의 지원이나 후원회의 도움 없이, 부자들의 생색내기용 기부금 없이도 기적은 그렇게 이어졌다.
6인용 식탁 하나로 출발한 국수집은 이제 24명 손님이 앉을 수 있을 만큼 넓어졌다. 매일 찾아오는 손님이 400~500명에 이른다. 민들레 홀씨는 세상 곳곳으로 퍼져 노숙인 공동체 ‘민들레의 집’과 ‘민들레 희망지원센터’, ‘민들레 꿈 공부방’, ‘민들레 꿈 어린이 밥집’까지 싹틔웠다. 서씨는 “부드럽고 따뜻한 사랑만이 사람을 변하게 하고 희망을 꿈꾸게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전했다.
박기호 신부(예수살이공동체 대표)는 추천의 글에서 “가난하지만 사랑으로 사는 한 성자를 만날 수 있는 이 책을 손에 든 독자는 행운”이라고 적었다.
※문의 02-6383-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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