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렇다면 우리 시대 가톨릭에 ‘중용’은 어떤 의미가 될 수 있을까? 이 물음에 신대원 신부(안동교구 교회사연구소 책임연구원)는 정하상(바오로) 성인의 「상재상서(上宰上書)」에 등장하는 문구에서 답을 찾는다.
“상재상서는 말 그대로 재상에게 올리는 상소문입니다. 요지는 천주교 박해의 부당성을 알리고, 천주교가 유교의 도리에 거스르지 않는다는 점이었죠. 여기서 천주교의 정당성을 알리는 방법론으로 제시된 것이 ‘이천보유 이유호천(以天補儒 以儒護天-천주교로 유교를 보충하고, 유교로 천주교를 보호한다)’입니다. 시대적 배경을 고려할 때 참으로 기발하지 않습니까? 천주교의 본질도 훼손하지 않고, 토착화된 우리 문화도 거스를 필요가 없다는 것이죠.”
이처럼 신 신부는 가톨릭의 시각으로 유교를 바라보며 동양 고전 속에서 복음을 즐기고, 또 복음의 의미로 동양 고전을 해석하며 종교간 소통을 추구해왔다.
그가 최근 펴낸 「중용 속에서 놀다」(위즈앤비즈/304쪽/1만5000원)는 유교의 핵심인 ‘중용’을 가톨릭의 시각으로 풀어낸 책이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중용에서 끊임없이 가톨릭 교리를 찾고 성경 말씀을 발견해 낸다. 마치 태생이 다른 ‘가톨릭’과 ‘중용’을 친구로 만들어 놀이터에서 뛰놀게 하고 있는 셈이다. 그 놀이의 방식도 편지와 일기, 묵상 등으로 다채로워, 일반 독자들도 부담 없이 동양 고전과 복음 사이에 푹 빠져들 수 있다.
신 신부는 “유가의 요체가 녹아 있는 중용을 통해 가톨릭과 대화를 시도해 본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유가 성현들과의 만남이 되고 동시에 복음 정신을 한 단계 승화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며 독자들을 ‘중용’ 속으로 초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