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윤리’(Situation Ethics)란 법이나 규범을 인정하지 않고 오직 자신의 주관적 판단과 양심에 따라 행동을 결정하며, 그 모든 행위를 정당화시키는 관점을 뜻한다. 상황만을 절대시하는 상황윤리의 맹점은 양심껏 행동한다면 대상이 악한 것일지라도 선한 행위가 된다고 믿는 데 있다. 그러나 상황이 윤리적 특성까지 변화시킬 수는 없다. 악한 행위가 상황에 따라 선해지거나 정당화될 수는 없다는 뜻이다.
문제는 최근 우리 사회의 분위기와 흐름이 상황윤리주의로 치닫고 있다는 점. 살인, 자살, 낙태, 배아복제, 부정부패 등이 연일 신문지면을 장식하며, 도덕성의 상실과 실종은 어느덧 사회적 양심의 부재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그리스도인조차도 비윤리적 행위에 크게 혹은 작게 가담하며 혼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하느님의 뜻과 의지가 담긴 윤리규범이란 무엇일까. 또 그리스도인은 과연 어떤 윤리규범을 따르며 살아야 할까.
수원교구장 이용훈 주교가 최근 상황윤리를 쉽게 해설해 펴낸 「잃어버린 잣대를 찾아서」(가톨릭출판사/291쪽/1만2000원)에 그 해답이 실려 있다. 이 주교가 지난 2004년부터 출간해 온 ‘윤리신학 총서’ 시리즈의 일곱 번째 권이다.
이 주교가 이 책을 통해 던지고픈 메시지는 ‘신앙인으로서 올바른 판단을 하며 살아간다는 것’이란 부제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즉 하느님의 뜻과 의지가 담긴 윤리규범을 숙지하고, 이를 바른 양심에 따라 내면화하고 자율화하는 그리스도인상을 제시하고 싶었던 것이다.
책은 크게 다섯 부분으로 나눠, 제1부 ‘잃어버린 잣대를 찾아서’에선 상황윤리의 타당성과 과오를 지적함과 동시에 가톨릭적 윤리관과 상황윤리의 핵심을 비교 분석한다. 이 주교의 가톨릭대 신학대학원 논문을 근간으로 한 원고다.
제2부 ‘진리를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는 가톨릭학교와 종교교육에 대한 주제를 중점적으로 다뤘으며, 제3부 ‘잣대를 잃어버린 이 시대의 절대적 가치 기준은-2000년대를 살아가며’는 가톨릭교회가 가르치는 절대적 가치의 핵심을 소개했다.
제4부 ‘가톨릭 신앙 잣대의 주체, 평신도의 소명과 사회활동’은 1~3부에서 강조한 ‘하느님의 윤리규범’을 가톨릭교회의 주체인 평신도들이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지 그 방향을 제시하는 장이다. 마지막 제5부에는 가치와 진리, 상황판단에 대한 단상들을 담았다.
이 주교는 서문에서 “이 책을 읽는 이들이 오늘날 만연하는 상황윤리의 유혹에서 벗어나길 기대한다”며 “진리에 대해 올바로 판단하고, 진리를 올바로 살아가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모색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적었다.
※구입 문의 070-8233-8240 가톨릭출판사
출판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